서울시가 저출생 대책으로 내놓은 ‘친인척 돌봄수당’이 말로만 그칠 가능성이 있다. 정책 시행에 필요한 절차를 거치지도 않고 계획부터 발표한 것으로 확인됐다. 충분한 검토 없이 대책을 성급하게 내놓은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서울시는 지난 18일 ‘엄마아빠 행복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조부모 등 4촌 이내 가까운 친인척에게 월 40시간 이상 아이를 맡기면 아이 1명당 한 달에 돌봄수당 30만원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돌봄을 맡긴 아이가 2명이면 45만원, 3명이면 60만원까지 준다. 대상은 36개월 이하 영아를 둔 기준중위소득 150% 이하인 가구다. 최대 12개월 동안 지원한다.
그러나 서울시 발표와 달리 정책이 시행되지 않을 가능성도 열려있다. 아직 보건복지부 승인이 끝나지 않은 탓이다.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에 따르면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하는 경우 보건복지부 장관과 협의를 해야 한다. 지자체는 법적 절차에 따라 복지부와 협의 과정을 거친 뒤 정책을 시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서울시가 복지부에 협의요청 공문을 보내면 ‘신설변경 사회보장제도 협의회’가 검토하는 과정을 거쳐 결과를 통보한다.
서울시는 신설변경 사회보장제도 협의회 검토를 거치지 않고 정책 발표를 먼저 했다.
복지부 사회보장위원회 관계자는 “서울시 친인척 돌봄수당 정책은 협의요청서만 제출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법적으로 복지 정책은 사업 추진 전 협의회를 거쳐 검토를 받은 뒤 정책 시행이 가능하다. 서울시 친인척 돌봄수당은 복지부에서 검토가 끝나지 않은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지자체와 비교해 봐도 협의회를 거치지 않고 사업 추진 계획을 밝힌 건 이례적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경기도는 일반적으로 법적 절차에 따라 복지부와 협의를 완료한 뒤에 정책을 발표한다. 신설변경협의회에서 반려되면 말만 뱉어놓고 사업 추진을 못하는 일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친인척 돌봄수당 정책이 협의회에서 반려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신설변경협의회를 거치지 않았다면 통과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친인척 돌봄수당이 이미 시행하고 있는 다른 돌봄 정책과 유사중복성이 높다. 또한 1년만 지원한다는 점에서 지속가능성도 적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협의회에서 친인척 돌봄수당 정책이 통과되지 않으면 부모들 기대만 높이고 정책 추진은 못 했다는 비판이 가능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신설변경협의회를 아직 거치지 않은 게 맞다. 정책 발표 날 사업 내용이 구체화돼서 그쯤 요청문을 보냈다”며 “협의회를 거쳐야 예산을 반영해 추진할 수 있는 것도 알고 있다”고 시인했다.
이어 “협의회에서 우려하는 중복수혜 등은 내부에서 검토 과정을 거쳤고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반려될 가능성에 대한 걱정은 크게 안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