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이 침체기로 전환을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 아파트 하락거래 비중이 절반을 넘기고 청약통장 가입자도 사상 처음으로 감소하는 등 부동산 경기 침체 신호가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전국 주택청약종합저축 전체 가입자 수는 2701만9253명으로 전달 2703만1911명 대비 1만2658명 줄었다. 2009년 주택청약종합저축이 출시된 이후 전국 단위로 월별 가입자 수가 줄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과 5대 지방 광역시(대전·대구·울산·부산·광주)의 가입자 수가 두 달 연속 감소했고 7월에는 인천·경기의 가입자 수도 줄었다.
신규 아파트 청약 경쟁률도 크게 위축됐다. 부동산R114는 올해 7월 말 기준 전국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12대1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평균 경쟁률이 ‘21대1’이었던 점을 감안했을 때 절반 가까이 떨어진 수치다.
특히 수도권과 지방 신규 분양 시장에서 청약 경쟁률 하락이 두드러졌다. 이달 16일 청약을 진행한 운정푸르지오 파크라인 1,2단지(642가구·대우건설) 평균 경쟁률은 0.65대 1를 기록했다. 지난달 분양한 인천 두산위브 더센트럴(두산건설 시공) 1순위 청약 결과 전체 487가구 가운데 절반 이상인 266가구가 미달됐다.
청약 시장이 꽁꽁 얼면서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서울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151가구다. 올해 1월(45가구)보다 23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권도 한달 사이 악성 미분양 주택이 23.8% 늘어나 614가구로 집계됐다. 다만 역대 최다 미분양이 발생했던 2013년(서울 9월 4331가구)과 비교했을 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다.
부동산 시장 한파는 매매 거래에서도 확인됐다. 직방이 단지별로 ‘동일면적 직전’ 대비 상승·하락한 거래 비중을 살펴본 결과 올해 3분기 기준 전국에서 기존 형성 가격보다 1% 이상 더 낮은 가격에 매매가 이뤄진 아파트 하락 거래 비중은 48.6%로 나타났다. 서울의 경우 54.7%다. 분기 기준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반대로 상승거래 비중은 줄어들고 있다. 특히 서울은 올해 상승거래가 빠르게 줄면서 2019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50%대 아래를 밑돌고 있다. 올해 기준 오차범위를 넘어서는 상승거래는 전국 7만4842건(하락 7만4230건), 서울 2604건(2722건)으로 하락거래가 상승거래를 역전하는 현상도 확인되고 있다.
최근 금리인상 여파로 매수심리 위축, 거래 절벽, 매물 적체 등의 상황이 이어지면서 하락거래가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부동산원은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가 85.0으로 3년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9.3으로 지난주(90.1)보다 0.8p 내려갔다.
직방 관계자는 “거래량이 감소하면서 하락거래의 비율이 늘어나는 최근의 동향은 아파트 시장 침체기로의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며 “고금리와 불경기 등 아파트 시장을 둘러싼 대외 여건은 여전히 우호적이지 않기에 거래 감소 및 하락거래 위주라는 현 상황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평가했다.
부동산 냉각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개최하고 현재 연 2.25%인 기준금리를 2.50%로 0.25%p 인상했다. 1999년 기준금리 제도 도입 이후 사상 첫 네차례 연속 인상이다. 한국은행은 앞서 금통위는 지난 4월과 5월 각각 기준금리를 0.25%p씩 올렸고, 지난달에는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p 올리는 이른바 '빅스텝'을 단행한 바 있다.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