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 신탁 활성화 방안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정비사업에 부동산 신탁사의 참여를 허용해 사업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빠른 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인데요. 해당 논의가 나온 배경과 규제 완화 방향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신탁 방식 도시정비사업에 대해 살펴볼까요. 일반 도시정비사업과 달리 신탁 방식은 재건축·재개발을 추진하는 주민들로부터 업무를 위임받아 사업을 진행합니다.
이 과정에서 조합 설립 절차가 생략됩니다. 신탁 방식은 입주민들의 동의를 요구해 오랜 시간이 걸리는 추진위 구성 등의 과정을 생략하고 신탁사에서 직접 업무를 추진하는데요. 해당 단계를 건너뛸 경우 일반 정비사업과 비교했을 때 사업기간을 1년 이상 단축할 수 있습니다.
빠른 추진과 더불어 투명성 향상에도 효과적입니다. 신탁사가 사업비를 조달하는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을 받기 때문인데요. 업체의 신용도와 전문성을 기반으로 도시정비사업을 안정적으로 이뤄내는 것이 특징입니다.
재건축·재개발 추진 조합 방식은 시간 소요와 함께 불확실성이 크다는 리스크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업이 지연될 경우 갈등 원인을 분석하고 봉합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하는 한편 사업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빠지는 경우가 있어서인데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둔촌주공 사태입니다.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은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이라 불리며 주목을 받았지만 지난 4월 조합과 시공사업단 사이 공사비 증액 문제로 인한 갈등이 심화되며 공사가 중단됐는데요. 이후 3개월여 만인 지난 7월 해당 사업 조합장이 역량의 한계를 느끼고 사퇴하는 등 현재까지 공사가 재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주민들은 진작 신탁사를 이용하지 않고 조합 방식을 고집했을까요. 가장 큰 이유는 비용입니다. 신탁 방식은 첫 도입시 사업비의 4%가량의 수수료를 요구해 큰 주목을 받지 못했는데요.
또 신탁사가 사업을 진행하다가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해결을 위한 비용이 추가되지만 특별한 사유 없이 계약을 해지하기 어려워 조합원들의 외면을 받아왔습니다.
이처럼 한계점이 존재하지만 최근 둔촌주공 사태 등을 계기로 일각에서는 신탁업체에게 맡기는 비용을 감수하여 빠르고 안정적인 사업 추진을 선호하는 추세입니다.
최근에는 한국토지신탁이 사업대행을 맡은 흑석11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이 동작구청으로부터 관리처분계획인가를 획득하며 사업 완성 단계에 진입했는데요.
정부도 비전문적 조합의 미숙한 운영능력을 도시정비사업의 장기 지연된 이유로 지적하며 부동산 신탁 활성화를 통해 빠른 주택 공급을 추진 중입니다. 신탁사를 사업자로 지정하는 요건을 전체 토지의 3분의 1 이상 신탁에서 국공유지를 제외한 토지의 3분의 1 이상으로 완화할 것을 밝혔는데요.
아울러 한국부동산원을 통해 △재개발·재건축 공사계약 검증 △추진위원회 설립 지원 컨설팅 △관리처분계획 타당성 사전검증 등을 지원할 방침입니다. 이에 주택 사업의 투명성과 전문성 향상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둔촌주공 사태 등으로 정비사업의 안정성에 대한 중요도가 높아진 만큼 신탁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을 예고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비용이기에 이를 조정하는 것이 변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형준 기자 khj011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