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재유행이 사실상 정점을 지난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60세 이상 고령자 등에게 무료인 PCR(유전자증폭) 검사 비용에 대한 개인 부담을 늘리는 방안을 점차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방역당국은 “현 진단검사 방안을 유지한다”면서도 향후 검토 가능성을 열어뒀다.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회는 고위험군에 대한 PCR 검사 정책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29일 밝혔다. 정기석 자문위원장은 같은날 설명회를 통해 “위원회는 방역정책 기조에 맞춰 당분간은 현행 진단검사 정책 방향을 유지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회 위원장은 앞서 지난 24일 4차 자문위 모두발언을 통해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 코로나19 진단검사 정책 방향성을 논의하고 체계 전환 필요성이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지속가능한 효율적인 감염병 관리를 위해, 방역상황 및 정책을 점검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한정된 의료자원을 투입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코로나19 PCR 검사는 △60세 이상 고령자 △의사 소견에 따라 코로나19 검사가 필요한 사람 △역학적 연관성이 있는 사람 △신속항원검사 양성자 등에 대해 무료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 2월 오미크론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상대적으로 정확도가 높은 PCR 검사는 고위험군만 받도록 하는 방식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열이 나는 등 증상이 있는 경우, 그리고 밀접 접촉한 이력이 있다면 검사비는 건강보험이 적용돼 정부가 부담한다. 검사자는 5000원만 내면 된다. 증상이 없고 확진자와 접촉 이력이 없다면 동네 병원에서 신속항원검사(RAT)를 받으면 되는데 검사비는 3만~7만원 수준이다.
정 위원장은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이 고위험군 보호에 집중돼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 검사 비용 대부분을 국가가 부담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고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30일 오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2023년 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감염병 대응 예산은 4조5000억원으로 올해 6조9000억원보다 2조4000억원 줄어들었다.
코로나19 유행 장기화로 재정 부담을 호소하는 것은 다른 국가도 마찬가지다. 미국과 일본은 백신 접종 유료화를 검토 중이다. 중국에서는 재정난으로 인해 PCR 검사를 유료로 전환하는 지방 정부가 하나 둘 늘어가고 있다. 상하이시는 오는 10월부터 유료 전환을 밝힌 상태다.
다만 오는 10~12월 국민의 자연면역과 백신면역이 약화하면서 지난해 연말, 올해 봄 발생했던 대유행이 또다시 나타날 수도 있는 상황에서 PCR 유료화 거론은 성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60세 이상 고위험군은 계속 국가가 검사비를 부담하는 방향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해당 연령대는 PCR 검사를 유료화했을 때 검사비가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는 분들이 많다. 또 빠른 진단이 이뤄져야 위중증과 사망을 줄일 수 있다”면서 “60세 이상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검사비를 국가 부담으로 해서 PCR 검사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확산세를 줄일 뿐 아니라 현 방역당국의 고위험군 피해최소화 전략에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질병청 측은 “고위험군, 감염취약층에 집중하는 현 진단검사 방향을 유지할 것”이라면서 “향후 발생규모, 유행상황, 감염 위험도, 재정 여건 등을 고려해 필요시 PCR 우선순위 검사 대상군 조정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