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 의료정보 한 곳에…“분산시켜야 더 안전”

전국민 의료정보 한 곳에…“분산시켜야 더 안전”

마이헬스웨이 시스템, 내년 개통 예정
의료기관·공공기관·웨어러블 수집 건강 정보 한 플랫폼에
전문가 “개인 건강 정보 활용, 불충분한 동의 우려”

기사승인 2022-09-01 07:00:01
쿠키뉴스 자료사진.   사진=박효상 기자

# A씨(65)는 당뇨 환자로 백내장 수술 예정이다. 원래대로라면 내과병원을 방문해 당뇨 진료 사본 발급 후 안과병원에 제출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했다. ‘마이 헬스웨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병원을 방문하지 않아도 진료기록 온라인 송부가 가능하다. 휴대폰 앱에서 복약 시간이 되면 알림도 보내준다.

#B씨(72)는 서울에서 무릎 수술 후 재활 치료가 필요한 지방 거주자다. 지방 병원에는 수술 진료 기록이 없고, 자녀가 항상 병원을 같이 가야해 곤란을 겪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앱에 저장된 진료 정보를 통해 집 근처 주치의에게서도 재활 치료를 받을 수 있고, 자녀 없이도 병원에서 치료 상황 확인이 가능해 질 예정이다. 

여러 곳에 분산된 개인 건강 데이터를 개인이 한눈에 확인하고, 원하는 기관에 전송할 수 있는 플랫폼 마이 헬스웨이 시스템, 가칭 건강정보 고속도로가 내년 개통을 앞두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31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건강정보 고속도로 시범 개통 성과보고회를 개최했다. 성과보고회에는 지난해 2월부터 이달까지 구축사업에 우선 참여한 서울성모병원, 부산대병원 등 약 240개 의료기관이 참석해 향후 개선 방향 등을 논의했다.
정부가 마이 헬스웨이 플랫폼 구축 전에 국민이 개인 건강정보의 활용을 체감할 수 있게 지난해 2월 출시한 ‘나의건강기록’ 앱. 공공기관 건강정보를 스마트폰으로 조회·저장 활용할 수 있다.   복지부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환자·의료기관 편리성 증대 기대

건강정보 고속도로는 보건의료 분야의 ‘마이데이터’ 생태계 도입을 위한 핵심 인프라다. 의료 마이데이터는 국민 각자가 본인의 개인 건강 관련 정보(의료, 생활습관, 체력, 식이 등)를 △모바일앱 등을 통해 한번에 조회·확인하고 △원하는 곳에, 원하는 목적에 활용할 수 있도록 디지털 전송이 가능한 생태계를 말한다. 지난해 2월 시스템 구축에 착수했으며 약 2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내년 초 1000개 의료기관이 참여해 본격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의료기관에 쌓여있는 진료기록·상담기록·의료영상 등의 진료정보,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수집되는 개인건강정보,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공공기관 정보를 한 데 모으면 어떤 장점이 있을까.

복지부는 환자들이 타 기관에서 받은 진료기록을 편리하게 조회하고 이를 다른 병원이 활용하기 쉬워져 진료 연속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진료기록 사본 발급에 들었던 시간·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의료기관 행정 업무가 간소화되고, 의료진이 환자 과거 진료 이력을 확인해 보다 정교하게 진료할 수 있다고도 말한다.

의료 마이데이터 도입은 문재인 정부 때인 지난해 2월 계획 수립, 발표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제시한 110대 국정과제에도 이름을 올렸다. 복지부는 △디지털 헬스 케어 개념 재정립 △개인 의료 데이터를 제 3자가 받을 수 있는 관리체계 구축 △관계법과 충돌 해소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디지털헬스케어·보건의료데이터 진흥 및 촉진법’ 정부 발의도 준비 중이다.

복지부

의료 정보, 개인정보 중에서도 민감…“정부가 앞장서서 넘기나” 우려

그러나 일각에서는 마이헬스웨이 서비스가 보험사 등 민간기업에 개인 정보 활용 ‘물꼬’를 터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서비스 참여 기관은 의료기관뿐만 아니라 보건소, 사회복지시설, 어린이집, 요양기관, 민간 서비스기업 등으로 다양하다. 

또 해킹 등으로 인해 어마어마한 양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개인 동의 하에 데이터를 조회·저장·제공하게 하고 인증·식별 체계를 통해 개인 정보 유출을 방지한다는 계획이지만 얼마나 효과적인 방어막을 마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복지부는 마이데이터 참여 의료기관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퇴출 근거도 마련하겠다고도 밝혔지만 아직 구체적 계획은 나오지 않았다.

시민단체들은 마이헬스웨이는 결과적으로 개인 건강, 질병 정보를 한 데 모아 영리기업에 넘기는 통로라며 의료민영화에 다름 없다고 반발해왔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정부는 개인 동의 하에 정보를 넘겨주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법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라며 “하지만 마이헬스웨이의 문제는 모든 이들이 이 정보가 어떻게 활용될지, 정보가 유출됐을 때 직간접적으로 어떤 피해를 입을 수 있는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불충분한’ 동의를 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전 국장은 “건강·의료 정보는 다른 정보에 비해서 개인 특정이 쉽고 활용도가 많아 상업적 가치가 엄청나다. 보이스피싱 등 불법적으로 악용됐을 때 끼칠 수 있는 피해도 크다”며 “개인 정보를 이중 삼중 보호해야 할 정부가 환자 편의 증진을 명분으로 역행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여러 기관에 분산된 데이터가 불편할지는 몰라도 훨씬 개인 정보 보호에 안전하다”고 짚었다.

복지부 의료정보정책과 관계자는 의료민영화 지적에 대해 “의료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개인이 자신의 정보를 원활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면서 “산업 활성화가 아닌 개개인의 자기 정보 결정권 확대 관점으로 봐달라”고 설명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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