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 소환 통보에 불출석하고 서면조사로 대체한다. 추석을 앞두고 이 대표가 ‘추석 밥상머리’에 이슈 독점을 할 경우 지지율 등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오히려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으로 정부여당에 맞불을 놨지만, 이 대표 체제의 핵심인 ‘민생’ 이슈는 묻히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8일 쿠키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이 대표가 검찰 소환에는 응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면조사에 필요한 답변 진술을 기재하면 출석요구 사유는 소멸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9일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출석 소환을 요구한 것은 망신주기 형태일 뿐이라며 비판했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7일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서 당대표를 정치적 의도를 갖고 소환해서 일종의 망신주기 형태로 보이게 하는 것은 야당에 대한 탄압”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검찰이 경기도청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나서자 당론으로 확정한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하며 강대강 대응을 선전포고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곧이어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의 배우자 김 여사의 주가조작, 허위경력, 뇌물성 후원 사건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을 당론으로 발의한다”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가장 강조한 ‘민생’ 관련 행보가 보이지 않는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당초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체제로 재편되면서 의원 워크숍을 열고 “민생 관련 법안 통과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며 ‘민생’과 강력한 ‘야당의 역할’을 강조해왔다. 

물론 이 대표는 이날 태풍 힌남노 직격탄을 맞은 경북 포항 현장에 방문하는 등 꾸준히 민생 행보를 보이지만, 당 전반이 모두 정부여당과의 전면전을 부각시키고 있다. 또 이 대표는 사법리스크가 부각될 까봐 최대한 말을 줄이기도 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당이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하고 전면전 대응을 예고하면서 당 모양새가 정쟁에만 매몰되어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가 마주해야 할 상황이라 진영싸움을 하고 있을 순 없는 노릇이지만, 그토록 강조했던 민생 개혁을 위해 강한 야당이 되겠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쏙 들어갔다”고 지적했다.

당내에서는 민생으로만 가기에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검찰이 이 대표를 기소할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어 이 상황을 가만히 지켜볼 수 없다는 것이다. 강경파 의원들 등이 역할 분담을 하고 당 차원에서 강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우리가 검찰 이슈 등을 다 무시하고 민생으로 간다면 지지자들도 불안해할 것”이라며 “최고의 수비는 최고의 공격 차원에서 확실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반발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의 ‘김건희 특검법’ 발의를 두고 “민주당 전체가 이재명 정치적 경호실로 전락했다. 이것도 모자라 사법 영역마저 당대표 충성경쟁 레이스로 타락했다”며 “낯뜨거운 질주로 얻어낼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법을 피하기 위해 민주당이 몸부림칠수록 당 대표와 당 전체는 더불어 파멸의 길로 갈 것”이라고 했다. 

이승은 기자 selee2312@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