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점도 있다. 무조건적인 절약은 지속하기 어렵다. 또 무지출 챌린지 성공 사례 중에는 타인의 조력에 의존했던 경우가 많았다. 더 실용적인 방법은 없을까. 이에 기자는 2000년도 초반을 강타했던 MBC 예능 프로그램 ‘만원의 행복’을 벤치마킹하여 무지출 챌린지의 규칙을 재정비했다.
당시 만원의 행복에 참여했던 연예인들은 일주일 생활비를 만원 안에서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약 20년이 흐른 지금도 만원으로 일주일 살기가 가능할까. 지난 8월15일부터 8월21일까지 ‘만원의 행복 챌린지’를 해봤다.
가용 금액 확보하기
챌린지를 돌입하기에 앞서 ⑤번 조항(이벤트 쿠폰, 중고거래 등의 부수입은 가용 범위로 허용한다.)을 최대한 확보하려고 노력했다. 이를 위해선 지독해질 수밖에 없었다. 한 금융 앱에서 제공하는 만보기 포인트, 당장 교환이 가능한 커피 쿠폰, 그리고 중고거래까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수입을 모았다.
그동안 쌓아뒀던 만보기 포인트 1000원, 카페에 남아있는 적립금 2800원이 있었다. 또 챌린지 기간 도중 옷장에 묵혀 뒀던 헌 옷을 장당 3000원에 판매해 6000원을 추가 확보했다. 눈물겨운 노력을 통해 기본급 1만원에서 추가로 9800원의 가용 금액을 확충했다. 1만9800원으로 일주일을 버티는 도전이 시작됐다.
애증의 커피
금융 앱을 통해 지난 한 주간 소비 내역을 확인했다. 20만원 안팎의 전체 지출 중에서 커피값이 30%나 됐다. 평소 커피를 마실 때면 가격대가 낮은 카페 위주로 다녔다. 그중에서도 가장 저렴한 2500원짜리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마셨다. 그런데도 한 주간 커피값에 6만원 이상 썼던 것이다.
커피에 쓰는 돈을 아끼면 지출을 크게 줄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마시는 양을 줄이긴 힘들었다. 집에서 만들어 오는 수밖에 없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콜드브루 원액 1L를 4990원에 샀다. 1L로 10잔 분량의 커피를 만들 수 있다. 콜드브루 원액으로 집에서 만든 더치커피 10잔 그리고 쿠폰으로 무료 교환한 커피 4잔을 합쳐 14잔을 체험 기간에 마셨다. 총 5000원이 안 되는 비용이었다.
자전거 출퇴근
돈을 벌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다. 출·퇴근, 대중교통 비용만 평일 기준 1만원(*지하철 일반 운임요금 1250원 X 2(왕복) X5(주5일))이 넘어갔다. 대중교통 비용을 아끼려 자전거를 이용하기로 했다. 집은 서울 용산구, 회사는 종로구에 있다. 대중교통을 타면 40분 정도 걸린다.
우려했던 것보다는 순조로웠다. 자전거 도로는 잘 정비되어 있었다. 지도를 보여주는 앱 기능도 훌륭했다. 거리는 약 7km. 통근 시간은 평소보다 20-30분 더 걸리긴 했지만, 자전거 위에서 보는 아침 풍경은 새로웠다.
자전거 통근은 만원의 행복 챌린지를 도전하면서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던 항목이었다. 다만 직접 도전해보니 환경적인 요인보다는 심리적인 거리감이 더 컸다는 것을 확인했다. 일정이 있어 먼 길을 이동해야 했던 18일을 제외하면 무사히 자전거로 출퇴근을 마쳤다. 챌린지가 끝난 지금도 자전거 통근은 여건이 될 때마다 하고 있다.
밥값 아끼기
운이 좋게도 현재 인턴 생활을 하는 곳에선 하루 두 번 구내식당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구내식당 식단표를 보고 끌리는 메뉴가 없으면 외부 음식점에 가는 날도 많았다. 이번 챌린지 기간만큼은 구내식당을 외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계획은 언제나 빗나가는 법. 16일에는 오랜만에 보는 친구와 잡은 선약이 있었다. 식당이나 술집에서 만난다면 당연히 예산을 초과할 것이다. 친구에게 우리 집으로 가자고 양해를 구했다. 냉털(냉장고 털이) 밖에 방법이 없었다. 일단 가장 빨리 배송되는 로제 파스타 소스를 3430원에 샀다. 베이컨, 양송이버섯, 양파, 파슬리는 냉장고에 있던 것으로 썼다. 냉동실에 묵혀뒀던 새우도 꺼냈다. 그렇게 친구와 마주 앉은 상 위에 쉬림프 로제 파스타가 올라왔다.
챌린지 결과 정산
이외에도 돈을 아끼기 위해 여러 시도를 겸했다. 스터디원들과 공부하는 날에는 스터디룸 대관 대신 원격 회의 프로그램 활용하기, 간식을 먹고 싶을 땐 편의점 대신 회사 탕비실 다과 먹기, 연인과 영화관 데이트 대신 공원에서 산책하기 등 당연히 여겼던 지출의 대안을 찾으려 했다. 다행히 노력은 통했다. 체험 주간 동안 쓴 돈은 총 1만8170원. 무려 1630원의 여유를 남기며 만원의 행복 챌린지에 성공했다. 평소 20만원에 육박하던 한 주 간의 생활비가 약 10분의 1의 금액으로 대폭 감소했다.
무사히 챌린지에 성공했지만, 완벽한 성공이라고 볼 순 없었다. 애초에 식비를 아낄 수 있는 유리한 환경이 마련되어 있어서 챌린지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또 이 생활방식이 근본적으로 지속 가능한지 의문이 들었다. 인간관계에 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진행했지만, 문화생활이나 쇼핑 등의 지출은 꿈도 꿀 수 없었다. 필요한 지출까지 막는 챌린지는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일상을 유지할 수 없게 만든다. 알뜰한 소비와 양질의 생활방식 사이 적절한 위치는 어디쯤일까. 청년이 균형을 잡고 서기엔 너무 어려운 시대다.
황은진 쿠키청년기자 rosenwhit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