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임대주택과 관련한 예산 삭감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협의 없이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의 주거약자 복지 실현 의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이정관 LH 사장 직무대행은 4일 오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공공임대주택 예산 삭감’과 관련, 야당 의원들이 협의 여부를 묻자 침묵을 지켰다. 국토교통부의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2023년 공공임대주택 예산은 올해보다 약 5조6000억원 줄었고 공공임대주택 신규 지원 물량도 약 38% 감소했다.
이를 놓고 김수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월 현재 공공임대주택 입주자 약 14만명이 대기 중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5조6000억원 가량 삭감했다. LH와 협의한 것인가”라고 질문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도 이어진 질의에서 “공공임대주택 공급과 예산 모두 줄었다. LH와 협의한 사안인가”라고 재차 물었다. 두 질문에 대한 이 직무대행의 답변은 ‘침묵’이었다.
이에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현 정부의 기조와 역행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김 의원은 “공공임대주택 대기자가 14만명쯤 된다.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것”이라며 “서민들이 정부를 향해서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달라고 했는데 윤석열 정부는 약 5조6000억원의 공공임대주택사업 예산을 삭감했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윤석열 대통령은 110대 국정과제에서 △임대료 걱정없는 양질의 공공임대주택 공급 △취약계층에 대한 안정적 주거환경 보장 등을 약속했다. 그런데 예산이라든지 계획을 보면 허구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공공임대주택 예산이 중복유형 통합으로 인해 감소했다는 국토부의 해명도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유형별 예산을 삭감한 만큼 통합공공임대주택을 증액해야하는데 전체 예산이 5조6000억원 가량이 줄었음에도 도합으로 증액된 예산이 4000억원에 불과하다”며 “이런 감소된 예산으로 LH가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압박했다.
그러면서 “매입·전세임대도 대폭 감소했다. 약자와의 동행을 제대로 하려면 증액이 필요하다. 적절한 위치와 평수로 양질의 공공임대주택을 더 많이 지어야한다”며 “예산 삭감은 굉장히 부적절하고 약자와의 동행이 불가능한 결정”이라고 했다.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