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과학방역의 일환으로 제시한 요양병원·시설 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환기시설 개선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올해 8월까지 실태조사를 마치고 내년부터 재정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정작 내년도 예산안에는 해당 예산이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의 내년도 세부 예산안을 파악한 결과, 요양병원 등 환기시설 개선 관련 예산은 0원이다. 복지부는 강 의원실의 질의에 “내년 편성 예산은 없다”고 확답했다.
복지부는 감염 위험 최소화를 위한 시설규격 개선 연구용역이 아직 끝나지 않은 점을 이유로 들었다. 지난 6월 착수한 해당 연구용역은 다음 달 완료된다. 복지부는 “추후 용역 결과에 따라 요양병원 등 환기 및 시설기준을 마련하고 예산 지원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3밀(밀폐·밀집·밀접) 시설인 요양병원 등 환기시설 개선을 위한 재정 지원이 이르면 2024년에나 가능하다는 의미다.
앞서 윤석열 정부 출범 직전인 지난 4월27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코로나19 비상대응 100일 로드맵’에는 요양병원 등 감염 확산 방안이 포함됐다. 100일 로드맵에 맞춰 ‘8월까지 실태 조사 완료, 내년부터 재정 지원’도 향후 계획으로 명시했다.
이런 방안을 내놓은 건 요양병원·시설에서 사망자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한 올 3월 하루 신규 확진자는 최대 62만명까지 증가했다. 같은 달 사망자 가운데 요양병원·시설에서 숨진 비중은 30% 이상으로 집계됐다. 2017년 이전까지는 요양병원 등의 환기시설 설치가 의무가 아니었다. 전체 요양병원 등 시설 중 2017년 이전에 문을 연 곳의 비중은 약 80%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가 지난달 24일 집계한 코로나19 누적 사망자(2만8140명) 가운데 7246명(25.7%)이 요양병원에서 숨졌다. 이 중 3973명(54.8%)은 환기시설이 있다고 조사된 요양병원이 사망 장소다. 2541명(35.1%)은 설치 현황을 알 수 없는 요양병원에서 사망했다.
방대본은 올해 4월 요양병원·시설 코로나19 현황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해당 조사는 병원·시설 담당자가 직접 입력하는 인터넷 설문조사로 진행됐다. 전국 1만2425개 시설 중 5550개만 설문조사 작성을 완료해, 참여율은 45%에 그쳤다.
강 의원은 “이런 조사로 정확하게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지,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가능한지 의문”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정치방역이 아닌 과학방역을 한다고 했는데, 대표 사례로 내세운 요양병원 환기시설 개선 예산편성조차 하지 않은 게 과학방역인가”라고 꼬집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