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프로젠이 고의적인 ‘주가 뻥튀기’ 의혹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6일 에이프로젠은 장중 미국 진출 예정이라는 소식을 알리고, 장 마감 후 해당 소식이 ‘미확정’이라는 공시를 냈다.
구체적으로 에이프로젠은 이날 오전 ‘에이프로젠, 미국 현지 FDA 승인 공장 인수 추진… 바이오 미국 우선주의 대비’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해당 자료에서 에이프로젠은 ‘FDA 승인을 받은 미국 바이오 완제의약품 cGMP공장 인수를 추진한다’고 명시했다.
자료에는 공장 규모와 계약 방식이 상세히 기재됐다. 에이프로젠은 ‘이 공장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최대 도심에 바로 연접해 있고 부지면적은 약 23만 제곱미터(약 7만평)에 달한다. 현재 이 부지에는 2015년에 최신 장비, 시설로 완전히 리노베이션된 바닥면적 약 7500제곱미터의 항체의약품, 케미컬 주사제 완제 제조 시설이 들어서 있다’고 인수 예정인 공장을 설명했다. 이어 ‘에이프로젠은 이 공장 매매 대금을 현금이 아닌 에이프로젠 신주로 지급하는 방안을 협의중이다. 현물 출자 또는 이와 유사한 효과를 내는 방식이다’라고 거래 계획도 밝혔다.
인수에 따르는 기대 효과도 강조됐다. 에이프로젠은 ‘미국 진출의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미국 정부의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정책을 충족시키면서 현지 시장에 손쉽게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되는 것’이라며 ‘개발중인 바이오시밀러와 신약 원료 의약품을 오송 공장에서 생산한 후에 미국 시장에 공급할 완제의약품은 미국 현지 공장에서 제조한다는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보도자료는 에이프로젠이 미국 시장 진출에 유리한 경로를 확보한 것으로 해석되며 이목을 끌었다. 이에 기업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유가증권시장에서 에이프로젠의 주가가 순간적으로 급등했다. 6일 948원으로 장을 시작한 주가가 10시 1065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같은날 오후 주식시장이 마감한 이후 에이프로젠은 ‘풍문 또는 보도에 대한 해명(미확정)’공시를 내고, 미국 현지 공장 인수가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시에서 에이프로젠은 “당사는 최근 미국이 발표한 ‘국가 생명공학 및 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에 따른, 미국 정부의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정책 대응 및 미국 바이오의약품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미국 현지 FDA 승인 공장 인수 등을 포함한 다양한 전략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습니다”라고 해명했다.
에이프로젠의 공시에 소액주주들은 혼란에 빠졌다. 당일 오전 ‘인수를 추진한다’며 홍보하고, 오후에는 ‘결정된 바 없다’고 해명한 것이 입장을 번복하는 모습으로 비쳤다. 인터넷 소액주주 게시판에는 ‘거래소 금감원 권익위에 주가조작 민원 다 넣었다’거나 ‘공시가 장난이냐’라며 회사의 행태를 비판하는 의견이 이어졌다. ‘실체가 없는데 어떻게 (인수를) 하겠다는 찌라시성 광고를 낼 수 있느냐’며 ‘주가 부양해서 돈 챙기려는 것 아니냐’는 원망도 나왔다. 7일 에이프로젠의 주가는 오후 2시 기준 961원으로, 전일 대비 3.31% 하락한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에이프로젠은 보도자료의 내용을 번복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미국 현지 공장을 인수하기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공시를 통해 ‘결정된 바 없다’고 설명한 이유는, 말 그대로 아직 계약서에 최종적으로 도장을 찍고 인수를 마무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에이프로젠은 보도자료를 배포할 당시에는 해명 공시를 낼 계획이 없었다. 주가가 뛰자 한국거래소가 에이프로젠측에 상황 확인차 문의를 넣었고, 이에 불필요한 오해를 예방하고자 같은날 오후 해명 공시를 냈다.
주가조작 악의가 없다는 입장이 설득력을 얻을지는 물음표다. 에이프로젠은 장중 긍정적인 소식을 알리고, 같은날 장이 마감한 이후 해명 공시를 냈다. 이런 행위는 주식시장과 주주들을 교란시켰다. 에이프로젠 측은 “본의 아니게 이렇게 됐다”는 입장표명 외 구체적인 자초지종은 밝히지 않았다. 인수계약 상대방과 합의 하에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인지 묻는 질문에 “밝히기 어렵다”고 답했다. 아울러 한국거래소측의 문의전화를 받은 시각이 장 마감 전이었는지 확인을 요청하자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주가부양 의도 유무를 차치하고, 대외 홍보와 소통에 신중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제약바이오 기업 관계자는 “제약사들이 어떤 사업의 결과가 확정되지 않은 단계에서 애매하게 ‘추진하는 중’이라거나, 긍정적인 결과가 ‘기대’된다는 내용을 홍보하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며 “어떤 연구에서 새로운 사실이 확정적으로 밝혀졌거나, 계약이 마무리된 시점에서 명확한 정보를 배포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바이오 기업 관계자는 “기업들은 비밀유지 조항에 따라 계약을 대외적으로 공개할지 여부와 공개 가능한 내용의 범위를 상호 긴밀히 협의한다”며 “계약이 완전히 체결되기 전이든, 체결된 이후이든 그 사실을 일방이 임의로 섣부르게 공개하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공개 예정인 정보가 회사의 주가에 미치는 영향 큰 사안이라면, 배포 이후 거래소에서 문의가 오거나 조회공시가 나올 것임을 예상하고 신중을 기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보와 공시에 대한 철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 의견이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에이프로젠의 주가가 일시적으로 상승했지만 곧 하락세로 돌아섰다”며 “홍보자료를 접하고 호재라는 판단 하에 투자한 주주들의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특히나 제약바이오 기업의 주가는 사소한 변수에도 등락 폭이 크다”며 “정확한 정보제공과 공시에 대한 주의를 환기하고, 투자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한 적극적인 수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