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적에게 '털린' 아편 재배범, 마적 총살·화형으로 보복 [근대뉴스]

마적에게 '털린' 아편 재배범, 마적 총살·화형으로 보복 [근대뉴스]

[ MZ세대를 위한 '현대문으로 읽는 근대뉴스' ]
마약청정국 한국... 이제는 제조, 유통까지 하는 신흥시장?

기사승인 2022-10-11 10:09:22
1933년 8월 30일

지난 28일 함흥지방법원에서는 만주국에 건너가 거주하던 중 습격한 마적(홍이적)을 총살해 화장한 이주 조선인 3명에 대한 공판 법정이 열렸다.

함흥지방법원에서는 처음 접한 사건으로 긴장한 가운데 심리가 시작됐는데 피고의 성명은 다음과 같다.

△강학순(52) 만주 장백현 십구도구삼문절수·함남 갑산 출생

△김칠성(35) 위와 같음·평남 출생

△이학률(59) 위와 같음·함남 삼수 출생

강학순은 10여 전 전, 기타 2명은 2년 전 현 주거지에 이르러 농사를 하던 중 지난해 5월쯤 아편을 무허가로 재배했다. 그곳은 인가가 적고 음침한 곳으로 마적이 출입이 빈번한 곳이기도 했다.

이들이 아편을 재배한 이후로 마적이 자주 출몰했다. 강학순은 급기야 작년 음력 7월 아편을 상납하라는 협박장을 받았고 이를 거절하자 마적들이 폭행까지 가하자 할 수 없이 아편 재배 장소를 안내해 주는 척하다가 관방자라는 곳으로 피신했다.

그러나 마적들은 발각되면 사살하겠다고 떠들고 다니자 강학순은 먼저 마적을 죽여야겠다고 결심하고 김칠성과 공모하고 7월 19일 자신의 집을 찾아 갔을 때 이미 마적들이 그 집을 점령하고 식료품과 가구 일체를 빼앗자 그들을 장총으로 위협해 결박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3리 밖으로 끌고 가 그들을 죽일 목적으로 지어 두었던 자그마한 집에서 총살한 다음 집에 불을 지르고 그 위에 시체를 던져 화장했다. 이 과정에서 이학률이 도왔다.

입회한 마쓰마에 검사는 주범 2명에게 무기 징역을, 이학률에게는 징역 3년을 구형했는데 판결은 오는 9월 4일 언도하리라는 바 그 판결이 크게 주목된다고 한다. (출전 동아일보)

일제의 끄나풀로도 이용됐던 마적단이 우리 독립군을 붙잡아 처형하는 장면. 만주 심양 남쪽 철령으로 추정되는 사진으로 일제가 발행한 사진엽서이다. 경매 시장에 나온 희귀 사진이기도 하다. 

□ 해설

‘마약 청정국’으로 불리던 한국은 이제 단순 투약을 넘어 제조, 유통에까지 번지며 범죄 양상을 달리하고 있다. 관세청과 경찰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 동안(2017~2021년) 마약밀수 단속량이 18.4배 증가했다.

영국이 중국을 집어 삼키기 위해 ‘아편전쟁’(1840)을 일으킨 후 동북아에도 마약으로 인한 사회 문제가 빈번했다. 당국은 강력하게 대처했으나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는 밀매가 횡행했다.

위 사건은 조선 민족이 처한 극한의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다. 나라를 빼앗기고 공출 등에 시달리던 많은 사람들이 무주공산과 다름없던 동토의 만주 땅으로 넘어가 개척과 개간, 그리고 항일운동을 펼쳤는데 반면 범죄 행위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이들도 있었다. 

당시 만주에는 조선인과 한족을 대상으로 한 강도떼들이 들끓었다. 이른바 마적 혹은 홍이적이라 불렀다. 이들은 애초 민중자위집단이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토비, 비적으로 변질되었다. 이 마적단들은 일제 관동군 앞잡이가 되어 독립군 섬멸에 나서기도 했다. 

마적단은 일제가 만주 침략을 본격화한 ‘만주사변’(1931년 9월)을 계기로 토벌되기 시작했는데 위 기사는 그 과정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보도다.

 ‘마약청정국’의 지위를 다시 확보할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 악이 일반화되면 사회는 걷잡을 수 없이 타락한다.

 전정희 편집위원 lakajae@kukinews.com
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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