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비대위원장은 구한말 조선을 둘러싼 국제정서를 설명하며 “조선은 왜 망했을까? 일본군의 침략으로 망한 걸까?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고, 그래서 망했다”고 했다.
정 비대위원장은 “조선 왕조는 무능(無能)하고 무지(無知)했다. 백성의 고혈을 마지막 한방울까지 짜내다가 망했다”며 “일본은 국운을 걸고 청나라와 러시아를 무력으로 제압했고, 쓰러져가는 조선 왕조를 집어삼켰다. 조선은 자신을 지킬 힘이 없었다”고 밝혔다.
정 비대위원장은 “일본이 오늘부터 무비자 관광객 입국을 전면 허용한다”며 “일본 간사이 공항을 통해 오사카로 들어가는 우리 젊은이들이 ‘일본과 해상 훈련을 하면 욱일기를 단 일본군이 우리 땅에 진주한다.
구한말 같은 상황이 일어난다’는 주장에 과연 공감할까”라고 반문했다. 정 비대위원장은 “경박한 역사 인식으로 국민을 현혹시키지 말았으면 한다”며 “대한민국이 주권을 내려놓는 상황이 아니라면 일본군의 한국 주둔은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출전 경향신문)
□ 無能(무능) : 견뎌 낼 재능(能)이 없는(無) 상태
無知(무지) : 알고 깨닫고 기억하고 분별(知)하지 못(無 )하는 상태
지도자 중 최악이 ‘무지와 무능’의 인물이다. 能(능)은 달란트(talent) 혹은 기프트(gift)라고 번역할 수 있다. 이 개념은 개인이 타고나(gift)거나 훈련으로 획득된(talent) 능력, 곧 재능이라고 할 수 있다.
한데 지도자가 타고난 능력도 없고, 훈련으로 획득된 능력도 없다면 ‘무능’한 것이다. 무능의 반대는 유능(有能)이다. 유능의 바탕은 알고 깨닫고 기억하고 분별하는 능력이다. 지식이 유능의 기반이다. 히틀러와 같은 독재자는 외골수적으로 유능하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의 발언은 당혹스러울 정도로 파격적이다. 보수 집권당의 임시 대표라고 할 수 있는 정치인이 저런 열린 역사관을 가지고 있는 것이 놀랍다.
맞는 얘기다. 조선이 일제에 망한 것은 고종과 집권 척족 세력, 앞서 안동 김씨 등 권문세가 학정과 수탈 때문에 망했다. 정 비대위원장이 “백성의 고혈을 마지막 한방울까지 짜내다가 망했다”고 말한 ‘사이다성’ 발언은 예상치 못한 충격이다.
그런데 이같은 발언이 역사가가 아닌 정치인의 입에서 나왔다는 건 무지(無知)한 일이다. 집에 비적이나 토비와 같은 강도가 들었을 때 마침 가장이 술 먹고 가족에게 행패 부리고 있었다. 그럴 때 아버지를 탓할 것인가.
그렇다면 강도의 논리. “너희 집 가장이 너희를 괴롭힘으로 네 아버지를 처단했고, 오늘부터 너희는 나의 노예가 되어라.”
일제의 논리. “너희 임금과 권력자들이 무능하고 무지해 너희 민족이 살기 어려우므로 그 어려움을 벗어나 황국신민이 되도록 천황께서 축복을 주신 것이니 2등 민족으로 살더라도 달게 받거라.”
정 비대위원장은 ‘냉정한 머리’로 정치외교를 해야 하는 집권당의 사실상 대표다. 결기만으로 욱한 발언이라면 ‘견뎌내는 재능’이 없는 것이다. 자신이 역사가가 아닌 정치가란 점을 뼈에 새겨야 한다.
無 없을 무
能 잘할 능
無 없을 무
知 알 지
전정희 편집위원 lakaj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