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시 김태문 환경국장, 돋보이는 환경정책 아이디어로 전국에 홈런 쳐 [주목 이사람]

김해시 김태문 환경국장, 돋보이는 환경정책 아이디어로 전국에 홈런 쳐 [주목 이사람]

전국 지자체 최초로 '공원묘원내 플라스틱 조화사용 근절 시책' 입안 추진해
정부 탄소중립 실천에 가장 실용적인 환경 시책 아이디 발굴 지자체로 확산

기사승인 2022-10-11 16:43:08

김해시청 김태문 환경국장

미래를 읽을 줄 아는 누군가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세상을 이끌어간다. 남들보다 앞선 눈밝은 자들이 세상을 주도한다는 의미다. 사례를 꼽는다면 한국은 반도체 산업이 주력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반도체를 생산하는 민간기업체의 독보적인 아이디어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반도체 산업이 미래를 주도하는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는 반도체 최초 개발자의 예측이 적중한 사례다.

한국 민간기업에서 생산하는 반도체는 세계 각 나라의 국가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렇듯 산업이나 행정 등 각 분야에서 앞선 자들의 돋보이는 아이디어가 후발 주자들을 선도해가고 있다. 

이런 현실은 일선 지자체 행정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특정 지자체의 기발한 선진 아이디어가 뒤따르는 후발 지자체에 영향을 주고 있다.

경남 김해시청 김태문(57)환경국장. 그의 번뜩이는 환경 아이디어가 전국 지자체의 '롤모델'로 부상하면서 국내 환경 생태계에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그는 올해 초 전국 지자체 최초로 '공원묘원 내 조화사용 근절 시책'을 입안해 추진했다. 이 환경시책은 언론 전파를 타고 전국 일선 지자체로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탄소 중립 실천시대에 한 발 앞선 그의 행정 발상이 전국 지자체를 강타한 사례로서 일명 '행정 홈런'을 친 셈이다. 그의 차별화한 아이디어로 말미암아 김해시에는 시의 탄소중립 환경시책을 도입하려는 일선 지자체들의 문의나 벤치마킹 행렬이 잇따르고 있다.

어떤 연유에서 이런 '꾀'를 냈는지 그 배경과 추진과정, 앞으로 정착을 위한 방안 등을 듣고자 그를 김해시청에서 만났다. 

-어떻게 이런 발상을 하게 됐나.

부친의 묘소가 경북 영천 호국원에 있다. 성묘 날이나 명절에 갈 때마다 주변 다른 묘소에 수많은 조화가 꽂혀있는 것을 목격했다. 언제 저렇게 많은 조화를 다 처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겼지만 그렇다고 모조리 뽑아낼 수도 없는 처지였다.

이러던 중 묘지 관련 업무를 관장하는 시 복지국장을 맡았다. 당시에는 민간장례예식장의 일회용 플라스틱 그릇 사용을 없애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그러던 차에 시 환경국장으로 발령이 났다. 때마침 환경 관련 업무를 맡던 중 김해 한 공원묘원에서 묘지 관계자들에게 문자로 조화 사용 대신 '석화' 사용을 권유하는 것을 알았다.

순간적으로 행정기관이 주도적으로 공원묘원 내 조화 사용을 근절하는 방안을 추진하면 되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이에 올해 초 김해지역 4개 민간공원묘원을 대상으로 공원묘원 내 조화사용 근절 시책을 도입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공원묘원 대표자들의 협조도 큰 힘이 됐다. 




-시책 추진 과정에서 반대나 걸림돌은 없었나.

탄소 중립시대에 누군가는 추진해야 할 일이었다. 조화 사용을 근절해야 할 당위성으로는 국내서 사용하는 조화는 대부분 중국산이다. 조화를 묘지에 꽂아놓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풍화(자연적으로 삭는 현상)된다. 풍화된 조화 부스러기는 모두 땅 밑으로 스며들거나 강으로 흘러 수질을 오염시키는 주범이 되고 있다. 

반대 여론은 당연히 많았다. 복지부도 시책 추진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며 부정적이었다. 생화를 사용할 때 주민들의 동의를 얻기 어렵고 생화가 조화보다 빨리 시들어 불편하다. 조화를 없애면 생화 조달 문제도 해결해야 과제라는 등의 여론이 곱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부정적 인식에 밀리면 시책을 추진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인식 전환이 필요했다. 이런 의도에서 생화가 조화보다 빨리 시드는 현상은 자연에 동화하는 과정에 불과하다. 조화는 마음의 표현이 아니라 플라스틱 쓰레기일 뿐이다. 꼭 묘지에 조화를 꽂아야 하는가 라는 점 등을 강조하며 캠페인 전개에 이어 묘지 문화 인식을 개선하는 데 주력했다.


-탄소중립 실천과 조화사용 근절시책의 차이는

돈 안 들이고 생각만 바꾸면 탄소 중립 실천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정부 탄소 중립 실천은 모두 돈을 들여야만 가능한 것들이다. 이런 배경에는 중앙정부가 일선 시군의 현장 분위기를 잘 모르는 것이 한 요인이다.

정부 주도 전기자동차나 기업체 배출시설 개선, 화력발전소 대신 신재생에너지시설 등은 어마어마하게 돈이 든다. 하지만 조화사용 근절책은 돈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일상생활에서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확실하고 현실적인 대안이다.

-조화 사용으로 발생하는 피해는.  

전국에 연간 수입하는 조화만 약 2000t(329억원)에 이른다. 수입 조화의 70% 이상은 국립묘지나 공원묘지의 헌화용이다. 조화는 국가 산업경제 활동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 오히려 국내 환경 문제만 초래할 뿐이다.

조화 사용을 전국으로 확산시킨 것은 정부가 한 몫 했다고 생각한다. 현충원이나 국립묘지 등에는 대부분 조화가 꽂혀 있다. 정부가 공원묘원 내 조화사용을 애초부터 근절하는 조항을 삽입했더라면 얼마든지 미리 근절할 수 있었다.

플라스틱 조화가 풍화할 경우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전국적으로 연간 133억3000만개가 발생한다. 이와 더불어 생화 수요 감소로 국내 화훼산업도 크게 위축된다. 조화를 수입하지 않으면 그만큼 생화 사용은 늘어나게 된다.


-조화 사용 근절을 전국에 정착시킬 방안은 

생화 사용을 권장하면 조화 사용 때보다 꽃이 빨리 시들어 불편하다는 이유로 대부분 생화 사용을 꺼리는게 현실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김해시는 지난 1월 전국 최초로 공원묘원 내 조화사용을 근절하는 협약을 민간공원묘원 측과 체결했다.

공원묘원 내 참배객들에게 생화 공급을 위해 생화로 헌화하자는 캠페인도 수차례 벌였다. 더불어 조화 대체제로 '드라이 플라워(일반 생화에 방부제를 첨가한 것)'를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드라이 플라워'는 적당한 온도만 맞추면 지속력이 있다. 참배객들의 생화 구입 불편을 해결하고자 민간공원묘원 내 '생화 자판기'도 설치해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일선 지자체에 이 시책을 확산하고자 경남도는 지난 7월 경남도내 각 시군에 '공원묘원 내 조화사용 근절'을 일괄적으로 지시했다. 환경부도 내년부터 이 시책과 관련한 제도와 정책을 수립할 예정이다. 전국적으로 조기에 확산시키려면 '민관'이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행정기관이 먼저 솔선수범해야 민간 분야에서 뒤따르기 때문이다. 



-조화 대신 생화 사용을 위핸 추진계획은 

조화를 대체할 수 있는 생화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조화 대용 생화 상품만 만들어낸다면 조화 사용 근절 시책은 분명히 정착될 것이다. 시는 지난 9월 행자부가 주관한 지자체 우수사례발표(세종시)에서 김해시가 추진한 '공원묘원 플라스틱 조화 사용 근절 시책'을 대표 사례로 발표해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전국적으로 정착하기까는 민간 공원묘원 측의 의지만으로는 어렵다. 조화 사용을 제한하는 법적 규제조치가 시급하다. 국립현충원부터 조화 사용을 근절하는 조치를 선행해야 한다. 관련 법령에 공원묘원 내 조화 사용을 규제하는 조항을 추가하면 간단하게 정리된다. 

중앙정부와 경남도, 국립현충원, 국가보훈처, 전국 대도시시장협의회 등에 조화 사용을 근절하는 제도적 장치와 정책을 마련할 것을 지속적으로 건의하겠다 


-김해시의 탄소중립 실천 시책은 

시는 공원묘원 내 플라스틱 조화 사용 근절 시책을 지역특화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맞춤식 지역특화사업으로 삼은 데는 조화 대신 생화를 사용하도록 하는 규정만 명시되면 김해시 대동면 화훼단지 농가들의 소득이 크게 증대된다.

그 이유는 헌화용 생화는 주로 '절화'를 사용하는 점을 고려하면 김해 대동 화훼단지는 전국 '절화' 생산량의 3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화 사용을 근절하면 지역 화훼농가들도 살아나고 중국산 조화 수입 비용은 크게 줄이는 효과가 있다.

시는 이 시책 추진과 병행해 민간장례예식장에서 사용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그릇 대신 다용기 그릇 사용을 권유해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감축하고 있다. 관 주도가 아닌 민간 주도 장례예식장에서 행정기관의 권유로 다용기 세척실을 갖춰놓고 일회용 그릇 대신 다용기 그릇을 사용하는 곳은 김해가 유일하다. 

박석곤 기자 p2352@kukinews.com
박석곤 기자
p2352@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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