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안보관을 두고 몰지각한 정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식민사관 논란’에 휩싸였다. 일각에서는 안보를 정쟁으로 삼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위라는 지적이다.
13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양당 지도부는 북한과 일본을 꺼내 들고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이 가운데 양측 모두 실언을 쏟아내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0일 ‘한미일 연합훈련’을 친일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극단적인 친일국방”이라며 “욱일기가 한반도에 다시 걸리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 자위대를 군대로 인정하고 욱일기와 태극기를 함께 날리면서 합동훈련을 하고 있다”며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놓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대표의 발언을 반박했지만 ‘친일’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고 그래서 망했다”며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 조선왕조는 무능하고 무지했다”고 말했다.
또 “조선 말기에는 국정이 썩어있는 상태였고 국력 6위인 지금과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경박한 역사 인식으로 국민을 현혹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당 지도부의 발언이 안보 프레임 싸움으로 이어지면서 양당도 정면충돌을 이어가고 있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이재명 대표의 정치적 망상과 망언이 도를 넘고 있다”며 “한미일 합동 훈련을 극단적 친일 국방이라고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일본 자위대를) 군대로 인정하는 행위라는 말과 함께 욱일기가 다시 한반도에 걸리는 일이 생길 수 있다는 망언을 쏟아냈다”며 “이는 비약의 비약을 거듭한 소설 같은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또 “문재인 정권 내내 극단적 친북과 가짜 평화쇼로 안보와 외교 국격을 추락시켰다”며 “범죄의혹을 숨기기 위한 정략으로 국익까지 볼모로 한 나쁜 정치는 범죄 실체의 폭로만 가속화 한다”고 비난했다.
민주당도 논평을 내고 반박에 나섰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정진석 비대위원장 친일 망언에 대해 식민사관이 아니라 역사를 공부하라고 했다”며 “조선이 망할만했으니 망했다. 그러니 일본이 통치했다는 게 식민사관”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집권여당 대표가 국민 앞에서 일본 제국주의를 편드는 친일 사관을 드러냈으면 즉시 사과하는 게 상식이다”라며 “망국적인 말을 해놓고 무엇이 그리 당당하냐”고 반문했다.
이어 “정진석 위원장에게 묻는다. 문단속 잘 못했으면 도둑이 들어도 되는 거냐”며 “가해자 시선으로 일본 과거사를 어떻게 정리할 것이냐”고 지적했다.
아울러 “장부출가생불환, 집을 나섰으니 살아서 돌아오지 않겠다는 말을 윤봉길 의사가 했다”며 “수많은 순국선열께서 조국의 독립을 위해 자신의 몸을 던졌다. 조상의 얼 앞에서 부끄럽지 않으냐”고 말했다.
전문가는 양당이 안보를 두고 정쟁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정 비대위원장의 발언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해당 발언은 일본 극우주의에서 이야기하는 내용과 ‘일맥상통’한다고 설명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12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정 비대위원장이 발언한 내용은 역사적으로도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일본은 무력시위와 군대 무장해제, 명성황후 시해 등 군사적 행동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시 무장해제 된 군인들은 의병에 참여해 전투를 이어나갔던 사실도 있다”며 “집권여당의 대표가 일본 극우주의와 일맥상통한 발언을 해선 안 된다”고 질타했다.
아울러 “이재명 대표 역시 안보를 정쟁용으로 사용해선 안 된다”며 “해당 문제를 지적하려면 좀 더 정제된 발언을 사용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