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국정감사가 사실상 마무리된 가운데 정치권은 곧바로 예산전쟁에 돌입했지만 여야 대치가 심화되면서 정국은 한치 앞도 분간하기 힘든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도세가 약한 전북도 입장에서는 힘을 하나로 결집해 동력으로 삼아야 하는데도 이를 견인할 지역의 어른이 없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방선거 이후 당선된 도백, 전북도지사는 유종근, 강현욱, 김완주, 송하진, 김관영으로 이어졌다. 지역의 최고 어른들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퇴임 후에도 일정기간 정치활동을 이어간 강현욱 전 지사를 제외한다면, 나머지는 역할이 거의 전무한 상태다.
유종근 전 지사는 1995년에 민주당 후보로, 1998년는 새정치국민회의 후보로 연거푸 전북도지사에 당선됐다. IMF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제고문으로 활약한 인지도를 바탕으로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 국민경선까지 출마했으나, 뇌물수수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선을 포기했다. 이후 특가법상 뇌물수수죄로 구속 기소돼 징역 5년을 선고받는다.
김완주 전 지사는 1998년과 2002년 34~35대 전주시장에, 2006년과 2010년에는 32~33대 전북도지사에 잇달아 당선됐다. 전주시와 전북도를 16년간 이끈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우뚝 섰던 김 지사는 2011년 삼성과 체결한 20조원 규모의 새만금 신재생에너지 투자가 수포로 돌아가면서 ‘국민 사기극’이라는 비판과 함께 급격히 정치력을 상실했다.
송하진 전 지사도 김완주 전 지사와 동일한 정치인의 길을 밟았다. 2006년과 2010년 전주시장에, 2014년과 2018년에는 전북도지사에 연거푸 당선된다. 지난 3월에는 3선 도전을 선언했지만 민주당 공천에서 배제됐다. 이에 송 전 지사는 정계은퇴를 선언하며 “내가 사는 내 고장을 위해서 꼭 도움이 되는 일은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송 전 지사의 이런 발언은 바람에 그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전북경찰청은 지난 24일 6·1 지방선거 민주당 전북도지사 경선을 앞두고 전북도 산하기관인 자원봉사센터에서 입당원서가 발견된 사건과 관련, 송 전 지사의 측근을 무더기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들 중에는 송 전 도지사의 부인 오경진 여사를 비롯해 전직 비서실장(4급)과 전북자원봉사센터장, 전·현직 공무원 등 최측근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과정에 송 전 지사가 주도적으로 개입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지만,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오랜기간 전북을 책임졌던 도백들의 잇단 구설수에 지역정치권도 안타까워하고 있다.
차기총선을 준비 중인 A씨는 “엘리자베스 전 영국 여왕은 실제 통치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영국을 떠받친 든든한 뒷배였다”며 “국회의원도 부족하고 정치력도 약한 전북이 성장하려면 어른들의 역할이 중요한데 단 한명도 제 역할을 못해주는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전주=김영재 기자 jump0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