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청이 담배규제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10년치 흡연 연구를 분석한 보고서를 처음으로 발간했다. 성인 남성의 흡연율은 20년 전과 비교해 절반으로 줄었으나, 감소세는 둔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흡연이 유발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약 12조원으로 추정돼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질병청은 27일 ‘담배폐해 통합보고서’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최근 10년 간의 흡연폐해 연구 성과를 체계적으로 분석 및 고찰한 것으로, 담배규제통합지식센터를 주축으로 한 다양한 분야 전문가 약 40명의 집필 및 검증을 통해 만들어졌다.
성인 흡연율 20.6%… 신종담배 사용률 ↑
보고서에 담긴 주요 통계를 살펴보면 지난 20여년 사이 만 19세 이상 성인 남성의 궐련담배 흡연율이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2020년 기준 흡연율은 20.6%로 남성은 34%, 여성은 6.6%로 나타났다. 특히 남성은 1998년 66.3%에서 2020년 34.0%로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다만 2008년 이후 감소폭이 둔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청소년 흡연율은 2011년 12.1%에서 2021년 4.5%로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남학생은 17.2%에서 6%로, 여학생은 6.5%에서 2.9%로 각각 하락했다. 다만 청소년 대상 담배판매 금지와 담배 사용이 청소년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했을 때 낮은 수치는 아니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반면 성인의 신종 담배 사용률은 소폭 증가했다. 성인의 액상형 전자담배 현재 사용률은 2013년 1.1%에서 2020년 3.2%로 증가했다. 청소년의 경우 2011년 4.7%(중학생 3.2%, 고등학생 6.1%)에서 2014년 5%로 소폭 상승했으나, 2021년 2.9%로 사용률이 감소했다.
연구진은 액상형 전자담배, 권련형 전자담배 등 신종 담배 제품을 포함한 전체 담배 제품 사용률은 권련 담배 흡연율보다 더 높을 것으로 추정했다.
기획재정부에서 발표한 분기별 담배동향보고서가 이를 뒷받침한다. 2021년 상반기 궐련, 궐련형 전자담배, 액상형 전자담배의 전체 판매량은 17.5억 갑으로 2020년(17.4억 갑) 대비 0.7%가 증가했다. 궐련의 경우 2014년 상반기 20.4억 갑에서 2021년 상반기 15.4억 갑으로 지속해서 사용량이 감소했다. 반면 궐련형 전자담배는 △2018년 3.3억 갑 △2019년 3.6억 갑 △2020년 3.8억 갑으로 해마다 사용량이 증가했다.
연구진은 “담배제품의 종류가 다양해짐에 따라 이를 사용하고 있는 흡연자의 행태 역시 변화하고 있다”며 “과거 궐련을 중심으로 담배규제 정책이 추진됐다면 현재는 전자담배를 포함한 담배 사용률을 종합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담배규제 정책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간접흡연 노출률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2010년 금연구역 확대와 2015년 담뱃값 인상 등 담배규제 정책 강화가 효과를 보인 것으로 추정된다. 성인 비흡연자의 공공장소 간접흡연 노출률은 2013년 58.1%에서 2020년 12%로 크게 줄었다. 같은 기간 직장 내 노출률도 47.4%에서 10.3%로 하락했다.
흡연, 국내 사망 위험요인 1위… 사회적 비용만 12조원
흡연은 1998년부터 현재까지 국내에서 사망을 일으키는 위험요인 중 1위를 차지했다. 흡연 관련 사망자 수는 2010년 약 4만4000명에서 2019년 약 5만2000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담배 사용자 중 절반은 담배로 인해 사망하게 된다. 담배 사용으로 인해 전세계 매년 700만명 이상이 사망하고 있다. 비흡연자에 비해 흡연자의 기대수명도 10년 이상 짧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성인 남성의 모든 암 질병의 29.8%는 직접 흡연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식도암은 86.1%, 폐암은 78.3%가 담배 사용에서 기인했다.
흡연이 유발한 사회경제적 비용 규모 또한 매우 높은 수준이다. 2019년 기준 12조원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의료비, 간병비 등 포함한 직접비용이 4조6000억원, 조기사망 및 의료이용에 따른 생산성 손실로 인한 간접비용이 7조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간접흡연 노출로 인해 발생하는 건강 폐해 수준 규모도 컸다. 전 세계적으로 어린이의 45%, 성인의 30% 이상이 간접흡연에 노출됐다. 단기적인 간접흡연 노출로 눈과 호흡기계의 자극, 두통 등의 건강 문제가 발생한다. 장기간 노출될 경우 다수의 질병 발생 및 사망 위험이 증가한다.
흡연자가 금연을 할 경우 암 발생 위험은 줄어든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흡연자가 금연을 하는 경우 대부분의 암 발생 위험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종별로 일부 차이가 있었으나 금연 후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이 경과한 이후 암 발생 위험이 급격하게 감소했다.
연구진은 “담배 사용으로 인한 사망 및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근거에 기반한 담배규제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주기적으로 평가해 효과를 극대화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백경란 질병청장은 “담배폐해 통합보고서 발간을 계기로 흡연에 의한 건강폐해를 줄이기 위해 관련 연구 활성화 등 실효성 있는 금연정책 지원에 더욱 힘쓰겠다. 아울러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의 목소리를 상시 경청하고, 흡연예방과 금연 유도에 도움이 되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홍보자료를 지속 개발·보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