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은 지난 2018년 11월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날 집에는 김모씨의 친정 식구들이 방문했다. 하지만 반가움도 잠시, 김씨와 친정 식구들 사이에 언성이 높아지자 남편 장모씨는 싸움을 말리기 위해 처가 식구들만 데리고 저녁식사를 나갔다. 장씨가 집에 돌아와 보니 첫째 딸만 남겨둔 채, 아내와 둘째 딸이 사라져 버렸다. 장씨는 아내 김씨의 휴대폰으로 수없이 연락했지만 전화기는 꺼져있었다. 이웃과 주변을 샅샅이 찾아도 두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 후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내와 둘째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실종 수사를 하고 있는 경찰은 지금까지 모녀의 어떤 생존 반응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제작진은 혹시 가정 내에 문제가 있어 아내 김씨가 스스로 잠적했을 가능성을 확인했지만, 주변에 그런 정황을 증언하는 사람은 없었다. 남편도 가정폭력이나 종교문제, 내연관계 등 그런 이유로 인한 갈등은 없었다고 했다. 이웃들 역시 남편의 사업도 잘되고, 아이들도 건강히 잘 크고 있던 상황에서 김씨가 사라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우선 아내의 실종 직후 행적을 살펴봤다. 경찰 조사 결과, 그날 밤 집을 나선 아내 김씨와 둘째 딸은 시내 터미널로 이동해 고속버스를 탔고, 전주 터미널에 내렸다. 그러나 그 이후 행적은 추적할 수 없었다. 당시 경찰은 CCTV 확인 후 두 달 동안 전주 지역의 부동산 중개소, 유치원, 종교단체 등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탐문을 벌였지만 모녀의 흔적을 발견되지 않았다. 장씨에 따르면 전주에는 아내나 자신에게 아무런 연고가 없고, 가족 여행으로 방문했던 게 전부였다고 한다.
장씨는 아내가 누군가의 협박 때문에 이동한 건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장씨가 이렇게 생각하는 근거의 하나는 아내가 남겨놓고 간 수상한 금융거래의 흔적들 때문이었다. 50여 개에 달하는 통장과 이상한 거래내역, 게다가 아내가 수많은 곳에서 대출한 사실이 확인됐다. 장씨는 평소 네 식구가 생활하는 데 모자람이 없을 정도의 생활비를 주었을 뿐만 아니라, 전직 은행원이었던 아내에게 사업체나 가정에서의 돈 문제 일체를 모두 위임했었다고 한다. 그런 아내였기에 불법 대출까지 사용한 건 분명 아내가 범죄와 연관된 피해자이고 그래서 협박까지 받은 게 아니냐고 추측했다.
그렇다면 같이 사라진 6살 둘째 딸 예은(가명)의 행방은 왜 알 수 없는 걸까. 어디선가 살아있다면 이제는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을 나이. 안타깝게도 교육 당국에 확인한 결과, 둘째 딸의 존재는 어떤 학교에서도 확인되지 않았다.
제작진은 이 숙제를 풀기 위해 아내 김씨가 남기고 간 흔적들을 자세히 살폈다. 그리고 제작진은 각종 온라인 사이트 접속 계정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어놓은 김씨의 메모를 발견한다. 사이버 전문가들과 함께 여러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조합해 로그인을 시도해 본 결과, 최근 이 계정이 사용되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 ‘안녕하세요. 저는 예은이에요’로 시작하는 이상한 기록들이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그것이 예은이가 보낸 구조신호일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