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위 추가 징계, 무고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뒤 침묵을 지켜왔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 애도의 뜻을 밝히면서 “정부와 정치권은 신속하게 대책의 수립과 필요한 법 개정을 해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전날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다시 한 번 추모하고 애도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경찰이 그를 무고죄로 검찰에 송치한 이후 18일 만의 공개 발언이다.
이 전 대표는 “참사 이후 낮과 밤은 뒤바뀌었고 지난 40여시간 동안 말을 보태지 못했다”며 “너무 안타깝기도 했고 누군가 지목해서 책임소재를 묻는 일보다는 조금이라도 이런 상황을 방지하는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대학 졸업 후 한국에 돌아와 부모님과 10년을 이태원에서 살았다는 그는 “사고가 발생한 골목이 아니더라도 위험한 지점은 많다”면서 비좁은 6호선 출입구들과 심도 깊은 역사도 위험하다고 전했다.
이어 이 전 대표는 제2의 이태원 참사를 막기 위해 자신이 생각한 대책들을 설명했다.
이 전 대표는 서울 시내 지하철 노선이 데이터 기반으로 무정차 운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통신사의 기지국 밀집도 데이터와 교통카드 승하차 인원 통계를 바탕으로 사람의 의사판단이 아니라 자동으로 무정차 운행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태원역에서 지속해서 하차해 이태원으로 유입되는 사람의 수를 조기에 조절했다면 조금 상황이 완화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고성능 스피커를 통한 PA(Public Address) 시스템을 통한 위기상황 전파의 필요성과 재난문자의 활용 등을 언급했다.
경찰의 역할도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경찰관이 물리적으로 어떤 행동을 하는 것보다 배치만으로 질서유지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 경비 업무에 투입될 수 있는 경찰 인력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며 “경찰과 지자체에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 시 일시적이고 즉각적인 영업중지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법 개정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용산기지가 반환 완료되면 녹사평역 3번 출구와 4번 출구 인근은 세종로 지하주차장처럼 대규모 지하주차장으로 공간을 할당해 개발해야 한다”며 “그러고 나서 이태원로 전체와 보광로 일부를 주말이나 공휴일에 차 없는 거리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는 “밀집지 안전대책에 대한 폭넓은 고민과 집중적인 투자로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안타까운 마음에 머릿속에 도는 파편들이 많지만 무엇보다도 시간을 이틀 전으로 되돌릴 수 없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고 전했다.
이번 참사는 지난달 29일 오후 10시22분께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턴호텔 옆 골목 일대에서 발생했다. 좁은 골목길에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압사 사고가 발생했고 사망자는 31일 오후 11시 기준 155명으로 집계됐다. 부상자는 모두 152명으로 중상자는 30명, 경상자는 122명이다. 이 가운데 외국인 사망자는 미국 중국 러시아 등 14개국 출신 26명으로 집계됐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