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상당량의 포탄을 은밀히 공급한 정황을 확보했다고 미국 백악관이 밝혔다.
2일(현지시각) 로이터·블룸버그·CNN 등 외신에 따르면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이 러시아에 상당수의 포탄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커비 조정관은 “(포탄은) 중동 혹은 북아프리카 국가로 보내는 방식을 취해 실제 목적지를 숨겼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한 포탄의 종류와 규모, 경유지. 지불 방법 등은 밝히지 않았다.
그는 “이것들이 실제 러시아에 전달되는지 지켜볼 것”이라면서 북한의 선적물에 대한 책임에 대해 유엔과 논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국무부는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한 정황이 확보된 이란과 같이 북한에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란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며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할 때도 똑같이 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제재가 있지만 이러한 활동(러시아에 무기 지원)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적인 수단을 모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지난 9월 이란 무인기(드론)를 러시아로 보내기 위해 군용 비행을 조정한 혐의를 받는 이란 기업과 이란 무인기 생산에 관여된 이란 기업 3곳에 제재를 가한 바 있다.
앞서 미국은 지난 9월에도 러시아가 북한을 대상으로 로켓과 포탄 구매 의사를 타진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북한 측은 “러시아에 무기나 탄약을 공급한 적이 없으며 공급할 계획도 없다”고 반박한 바 있다.
하지만 북한의 은밀한 선적이 러시아를 지원하려는 의지를 나타내는 신호일 뿐만 아니라 미국 주도의 제재와 수출 통제로 러시아의 탄약 부족 사태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백악관은 해석했다.
커비 조정관은 “적지 않은 양의 포탄이지만 이것으로 전쟁의 방향이 바뀔 것이라 믿지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우크라이나인들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란, 북한의 무기 지원으로 러시아가 전쟁에서 군사력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해군분석센터(CNA)의 러시아 분석가인 마이클 코프만은 CNN에 “러시아가 직면한 과제 중 하나가 포병 사격을 계속하는 것이므로 의미가 있다”며 “러시아는 탄약 공급에 많은 비용이 들었을 것이다. 인력 부족을 더 높은 화력으로 상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학자연맹(FAS) 아담 마운트 선임연구원은 “러시아는 하루에 수만 발의 탄환을 불태우고 있다”며 “북한 등 탄약을 구할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원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북한의 포탄이 전장에서 러시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불분명하다. 마운트 연구원은 지난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때 북한군이 쏜 포탄 170발 중 절반이 바다에 떨어지고 지상에 떨어진 포탄도 4분의 1가량이 불발탄이었던 점을 들며 “일부 북한제 포탄은 제조 중 품질 관리가 불량하거나 저장 조건과 규격이 열악하고 시스템이 부정확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