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콘텐츠기업지원센터 육성 기업 ‘레디오’ 중국 진출

대구콘텐츠기업지원센터 육성 기업 ‘레디오’ 중국 진출

조상우 대표, ‘반려동물 사랑’을 밑천으로 창업 도전
식빵 닮은 고양이 ‘파운드캣’ 캐릭터로 꾸준한 성장
“재밌는 콘텐츠로 선한 영향력 끼치는 기업 되고파”

기사승인 2022-11-10 11:24:05
레디오 조상우 대표가 창업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최태욱 기자) 2022.11.10
필요한 이야기를 오랫동안 라디오처럼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다. 

KB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말 기준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반려가구’는 640만 가구로 전체의 29.7%를 차지한다. 

인구로 치면 1448만 명이 약 797만 마리의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다. 한국인 4명 중 1명이 넘는 수치다. 

반려가구 증가에 힘입어 덩달아 펫과 관련된 다양한 산업도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한 캐릭터, 웹툰·애니매이션 등을 만드는 주식회사 레디오도 콘텐츠에 반려동물 사랑을 녹여낸 기업이다. 

레디오는 ‘파운드캣’이란 캐릭터로 다양한 콘텐츠와 제품들을 제작·판매하면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레디오(redio)’는 re(다시), design(디자인하다), idea(생각), object(물건), 단어들의 첫 글자를 딴 이름이다. 

레디오 조상우(33) 대표이사는 “라디오(radio)와 비슷하게 발음되는 콩글리쉬인데 자극적이고 쉽게 사라지는 콘텐츠 대신 ‘필요한 이야기, 오래 전해질 수 있는 것을 만들고 라디오처럼 널리 알리자’란 가치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려동물 사랑을 밑천으로 창업한 레디오 조상우 대표. (최태욱 기자) 2022.11.10
반려동물 사랑으로 창업 도전장

조상우 대표는 지난 2020년 법인을 설립했다. 

조 대표는 20대 초반 우연찮게 친구의 일을 돕게 되면서 창업에 첫 발을 내디뎠다.

이 과정에서 공연, 디자인 상품, 캐릭터 제작 등의 업무에 도움을 주었고 처음으로 콘텐츠의 가치를 알게 됐다.

그리고 다시 학교로 돌아간 조 대표는 평소 관심이 많았던 문학 수업에서 한 교수님의 이야기를 통해 지금의 가치관을 갖게 됐다.

그는 “수업 시간 교수님이 ‘문학은 사람들에게 평범한 단어나 일상을 낯설게 만들고 다시 그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하셨는데 그때 어렴풋이 ‘아, 나도 저런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란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글쓰기에 자신이 없었던 조 대표는 대신 친구와의 경험을 살려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주제로 캐릭터를 만들고 그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전해보자고 결심했다.

힘든 일을 두려워하기 보다는 일단 행동으로 옮기는 성격인 조 대표는 바로 창업가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처음부터 캐릭터를 시작한 것은 아니다. 그는 먼저 자신이 좋아하는 반려동물과 관련된 제품으로 눈을 돌렸다.

조 대표는 결혼 전에는 강아지를 14년간, 결혼 후에는 고양이 두 마리를 기르고 있다. 

그는 “창업 후 첫 제품으로 기획한 것이 반려동물 유골함이었다. 가족처럼 사랑하는 반려동물이 죽고 난 뒤 상실감과 심한 우울증을 경험하는 펫로스 증후군(Pet loss syndrome)이 확산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유기동물이나 동물학대에도 관심이 많은 조 대표는 이들을 돕는 일을 사업에 접목시켰다.

조 대표는 “동물을 더 기르는 것도 경제적으로 후원하는 것도 부담스러워 직접 나서는 것보다 간접적으로나마 후원을 하고 싶었다. 캐릭터를 만들어 유기동물을 돕는 문화를 확산하고 수익의 일부를 후원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현재 레디오는 회사 수익의 10%를 유기동물 보호에 사용하려고 지원금을 적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탄생한 캐릭터가 ‘파운드캣’이다. 

레디오가 파운드캣 캐릭터로 만든 제품들. (최태욱 기자) 2022.11.10
식빵을 닮은 고양이…‘파운드캣’의 탄생

파운드캣은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 개선, 공존, 후원을 위해 만든 캐릭터 브랜드다. 

‘고양이가 엎드려있을 때 모습이 식빵 같다’는 것을 캐릭터 디자인과 스토리에 활용했다.

‘파운드 케이크를 닮은 고양이가 빵집 케이크 박스 안에 숨어 있다’는 스토리의 짧은 웹툰으로 사람들의 많은 공감을 얻었다.

지금은 스토리를 더해 일곱 마리의 길고양이들이 행복하게 사는 마을 ‘파운드캣 타운’이란 주제로 SNS에서 웹툰과 숏폼 애니메이션을 자체 제작·유통하고 있다.

지금까지 제작한 콘텐츠는 웹툰 200편, 숏폼 애니메이션 100편 가량이다.

또 이 콘텐츠를 SNS에 올려 한국과 중국에 7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채널을 운영 중이다.

레디오에는 현재 시각디자인, 순수미술, 영상, 인문학을 전공한 7명의 지역 청년이 일하고 있다. 

이들은 각종 지류, 주얼리, 플라스틱 제품, 봉제 인형, 반려묘 용품, 디저트 등 50여 종의 캐릭터를 활용한 상품을 자체 개발했다.

이 제품을 자체 콘텐츠를 활용한 마케팅으로 20번 이상의 크라우드 펀딩을 성공했으며, 2억 원 상당의 목표금액을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회사 비전을 소개하고 있는 레디오 조상우 대표. (최태욱 기자) 2022.11.10
대구콘텐츠기업지원센터를 만나 날개를 달다

레디오의 이러한 성과 뒤에는 대구콘텐츠기업지원센터(이하 센터)의 지원이 컸다.

창업 아이디어만 갖고 있던 지난 2017년 조 대표는 센터의 제작 지원 사업을 통해 캐릭터를 만들고 이를 활용한 콘텐츠와 상품을 제작했다. 시작을 함께한 것이다. 

처음 캐릭터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된 봉제 인형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하고 지난해 중국 시장 진입에 필요한 숏폼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때에도 센터의 지원은 큰 도움이 됐다.

덕분에 레디오는 올해 중국 진출 계약을 체결했고, 추가 영상을 만드는 사업까지 연이어 지원받고 있다.

기획, 제작, 해외 진출, 마케팅 등 필요한 단계별 지원 사업을 통해 회사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조 대표는 “가장 만족스러운 성과는 콘텐츠를 자체적으로 기획하고 제작하는 역량을 확보한 것”이라며 “자체 제작한 콘텐츠로 직접 채널을 운영하면서 마케팅에 활용하고 콘텐츠 저작권을 활용한 다양한 사업모델의 경험치를 축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성공 창업 궤도에 올랐지만 힘든 일도 많았다. 

조 대표는 창업 후 가장 큰 어려움이 ‘사람’이라고 꼽았다. 

그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은데 제가 그림을 못 그리니 그림 작가가 필요했다. 그림 작가를 구하면 상품을 만들거나 디자인이 필요할 땐 디자이너가 필요했는데 함께 할 디자이너를 구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직원을 채용하고 회사 규모를 키울수록 지출해야 될 고정 경비도 덩달아 늘어났다.

조 대표는 “지금까지는 자체 콘텐츠의 완성도, 콘텐츠를 활용한 사업의 확장성을 보여주는데 집중을 했다면, 이제는 그것을 계속하기 위한 수익 창출원이 필요한 시기”라며 분석했다. 

“내가 만든 캐릭터 좋아하는 사람 만날 때 보람” 

창업 후 탄탄하게 밑거름을 다져온 레디오는 이제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설 계획이다.

첫 번째가 파운드캣을 활용한 더욱 다양한 콘텐츠 분야의 진출이다. 게임, NFT, 메타버스, 중국, 일본, 북미 시장 진입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리고 창업 또는 크라우드펀딩을 기획하거나 해외 시장 진출을 앞둔 지역 창작자들에게 레디오의 경험과 역량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컨설팅이나 협업도 계획 중이다.

끝으로 모션그래픽, 애니메이션, 이모티콘, 캐릭터 외주 개발이 필요한 기업들과의 협업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스스로 결정하고 마무리 할 수 있을 때나 전시회 등에서 레디어가 창작한 캐릭터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 보람을 느낀다는 조상우 대표.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 ‘레디오’의 성공 스토리에는 반려동물의 사랑이 진하게 물들어 있다.  

대구=최태욱 기자 tasigi72@kukinews.com
최태욱 기자
tasigi72@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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