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빼로데이’ 재고 떠안은 점주들…“어쩔 수 없지만 분통”

‘빼빼로데이’ 재고 떠안은 점주들…“어쩔 수 없지만 분통”

기사승인 2022-11-11 06:00:09
10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한 편의점에 ‘빼빼로 데이’ 행사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사진=김한나 기자

최근 발생한 ‘이태원 참사’로 사회적 추모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편의점 업계가 고심에 빠졌다. 연말 대목을 앞두고 빼빼로데이, 카타르 월드컵 등 매출 특수를 기대했지만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편의점 점주들은 소비 위축으로 올 연말까지 가라앉은 분위기가 이어질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빼빼로데이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10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의 한 편의점. 올해 빼빼로데이는 예년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빼빼로 DAY’라는 현수막이나 홍보물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빼빼로를 고르거나 구매하는 손님도 거의 없었다. 

마곡동에서 이마트24를 운영하는 40대 A씨는 “빼빼로를 미리 본사로부터 받아놨는데 날짜에 맞춰서 반품을 가능하게 해놨다. 물건이 안 나가지만 저녁까지 기다려 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원래 11월 초 예정돼 있던 할인 행사 ‘쓱데이’가 취소되면서 타격이 컸다. 발주가 이미 끝난 이후인 1일에 본사에서 공지가 내려왔다”면서 “과일이나 계란 같은 경우 반품도 안되는데 행사는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가뜩이나 경기가 안 좋아서 할인상품으로 묶어야 판매가 되는데 너무 속상했다”고 토로했다. 

최근 편의점 4사(CU·GS25·이마트24·세븐일레븐)는 애도 분위기에 동참하면서 빼빼로데이 관련 마케팅을 줄줄이 축소하거나 취소했다. 홍보용 입간판은 모두 철거하고 이벤트를 중단했다.

A씨는 “애도 기간이었던 지난주보다 매출이 조금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소비가 침체돼 있다. 납품업자에게 들었는데 지난주 서울 지역 막걸리 소비가 거의 없었다고 하더라”라며 “(이번 이태원 사고가) 안타깝긴 한데 자영업자는 먹고 살아야 하는 것 아니겠냐. 여기에 3중고(고금리·고환율·고물가)까지 더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털어놨다.

업계 내에서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빼빼로데이는 이른바 ‘3대 데이’로 꼽힌다. 편의점들은 거리두기 해제 이후 첫 연말 특수를 기대했지만 이태원 참사와 3중고에 따른 영업 손실이 겹치면서 점주들의 시름은 깊어지고만 있다.

롯데온 캡처

인근의 또다른 편의점 점주도 이태원 참사로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았다고 했다. 마곡동 편의점 점주 B씨는 “이번 이태원 사태로 빼빼로데이 행사가 취소되면서 엄청난 재고를 떠맡게 됐다”면서 “매출이 좋고 나쁘고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사회적 현상이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존에 발주해 놓은 제품들은 마지 못해 팔려고 노력하는데 안 팔리는거 뻔히 알고 있다. 갑자기 행사 취소한다고 하면 되는지 본사에 묻고 싶다”면서 “재고는 점주가 다 안고 가는데 이런 게 대기업의 횡포가 아니겠냐”고 비판했다.

시민들은 최근 빼빼로데이의 의미가 퇴색돼 가고 있다고 짚었다. 아울러 장기화되고 있는 경기 불황으로 매달 반복되는 기념일 챙기기가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마곡동 인근에 거주한다는 20대 여성 강 모씨는 “요즘 물가도 많이 올라 기념일 챙기는 것도 경제적으로 부담이 많이 된다”면서 “상대적으로 편의점보다 대형마트가 저렴해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 분위기를 타는 것도 있겠지만 기념일에 선물을 주고 받는 의미도 요즘엔 옅어진 것 같다”며 “기념일을 위한 마케팅이 상술이라는 생각도 들어서 요즘엔 예전처럼 기념일에 목매지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 빼빼로데이를 전후로 매출 차이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제과에 따르면 빼빼로 브랜드 연 매출은 1000억 원을 넘는 규모다. 매년 9~11월까지 연 매출의 50~60%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하반기 빼빼로 매출액은 883억원으로 상반기 373억원보다 2배 이상 높았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김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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