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대 이 모씨는 요즘 마트나 편의점에서 PB 상품을 자주 구매하고 있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지갑은 얇아지는데 그나마 저렴한 PB 제품이 가성비 면에서 탁월하기 때문이다. 가격이 낮다고 해서 딱히 품질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기존의 NB 제품 못지 않거나 혹은 NB보다 품질이 좋은 제품들도 많다고 느낀다. PB 종류도 다양해지면서 그만큼 선택지의 폭도 넓어졌다.
고물가 시대를 맞아 유통가의 자체브랜드(PB) 상품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PB상품은 유통단계를 축소해 마진을 줄여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데다 제품의 기획부터 출고까지 업체가 전 과정을 관리해 품질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유통업체들은 PB 상품을 확대하며 소비자 장바구니 부담을 덜기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다. 이커머스 업체인 컬리는 최근 건강기능식품 자체브랜드 ‘엔도스’를 론칭했다.
브랜드명 엔도스(Endose)는 ‘필요한 만큼(Enough)’에 ‘복용량, 투여, 1회분의 양’을 의미하는 ‘Dose’를 결합해 ‘우리 몸에 필요한 충분한 영양 성분’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콜마비앤에이치와 협업을 통해 제조한다. 엔도스만으로도 충분한 하루 영양 성분을 섭취할 수 있도록 원료 배합에 공을 들였다.
컬리는 건강기능식품도 ‘식품’이라는 점을 고려해 제조 후 물류센터를 거쳐 고객이 받아보는 순간까지 전 과정을 풀콜드체인 시스템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유통 중간 단계를 최소화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선보이는 것도 특장점이다.
홈플러스는 과일의 품질과 가격 혁신을 목표로 ‘신선농장’ 브랜드를 공식 론칭했다. 신선농장 상품을 위해 재배역량을 갖춘 농가를 직접 선정하며 재배·수확·선별 등 생산 전 과정에 참여한다. 대형마트가 이커머스 업계와 비교해 잘 할 수 있는 상품군으로 신선식품을 정해 품질·가격 두 마리의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소비자의 발길을 유도해 매장 유입을 촉진시키겠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홈플러스는 또 올 초부터 물가안정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고객 수요가 높은 제품을 최저가에 선보이고 있다. 식료품부터 생필품까지 총망라해 소비자들에게 최대 반값에 제공한다. 사전에 물량을 대거 확보하거나 PB상품을 적극 활용하는 방식이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프리미엄 브랜드인 ‘홈플러스시그니처’ 상품 수는 2019년 956종에서 지난 8월 기준 2498종으로 161% 가량 늘었다. 매출 역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전체 상품 가운데 PB 상품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7%, 올해 8월 기준 약 9%에 달했다.
제품 뿐만 아니라 PB 브랜드 매장까지 등장했다. GS리테일은 11일 서울 성수동 연무장길 카페거리에 PB 상품을 모은 플래그십 스토어 ‘도어투성수’를 오픈했다. 도어투는 ‘편의점의 새로운 길을 연다’는 의미를 담았다. 약 50평 규모의 대형 매장으로, 30여 개의 시식 공간이 마련돼 있다.
제과 브랜드 ‘브레디크’와 간편식 브랜드 ‘심플리쿡’ 같은 PB 상품에다 품절 대란을 일으킨 원소주와 버터맥주, 차별화 와인인 ‘넘버 시리즈’ 등이 대표적이다. 이외에 노티드, 슈퍼말차 등 젊은 층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브랜드와 협업한 제품도 만나볼 수 있다. 최근 MZ세대를 타겟으로 한 GS25의 전략 상품을 한 군데 모았다.
도어투성수는 시간대에 따라 매장 콘셉트를 바꾸는 등 운영 방식에서도 차별화를 꾀했다. 낮에는 원두커피와 디저트를 즐기는 감성 카페 콘셉트로 운영한 뒤 밤이 되면 조명 등을 활용해 힙한 펍으로 변신한다. 성수의 낮과 밤의 분위기가 다르다는 점을 반영했다. 또 기간 한정으로 운영하는 이색 매장과 달리 상시 매장으로 지속 운영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수많은 유통업체들이 PB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다양하다. 수익성 개선은 물론 플랫폼 차별화를 통해 기업가치도 제고할 수 있어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물가 상승 등으로 소비심리 양극화 현상이 심해짐에 따라 가성비를 앞세운 PB상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이같은 추세에 따라 업체들도 PB 상품 경쟁에 합류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