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은행의 예금금리가 5%를 돌파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대형 은행의 수신금리 인상에 제2금융권을 포함해 전 금융권의 수신금리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KB STAR 정기예금’은 이날부터 1년 만기 기준으로 연 5.01%의 금리를 제공한다. 국민은행의 정기예금은 매주 시장금리를 반영하는 상품으로, 이번주 금리가 5%대로 올라왔다. NH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 역시 이날 기준 1년 만기 상품에 연 5.1%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우리은행 ‘우리 WON플러스 예금’ 1년 만기 상품도 전날까지 금리 연 5.18%를 보였다. 이 상품도 시장금리 연동상품으로 매일 적용금리가 달라진다. 이에 14일 오전에는 금리가 다시 4.98%로 내려왔다.
금융권에서는 시중은행의 예금금리가 5%를 넘어서자 수신금리 인상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상대적으로 시중은행 보다 건전성 등에서 취약한 저축은행들이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그동안 저축은행이나 신협, 새마을금고 등 제2 금융권의 경우 시중은행 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하지 않으면 저축성 자금을 예치하기 어려웠다. 안전성에 대한 고객의 믿음이 시중은행 보다 떨어져서다.
저축은행 중앙회에 따르면 14일 기준 저축은행 1년 만기 예금의 평균 금리는 5.42%로 시중은행과 차이가 상당부분 좁혀졌다. 일부 저축은행의 경우 시중은행 보다 예금금리가 낮은 곳도 있다.
다만 수신금리 인상은 은행들의 조달비용 증가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는 대출금리 인상을 압박하는 효과를 불러온다. 실제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KB·신한·우리금융지주의 3분기 누적 이자 비용은 1조582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4.36% 증가했다.
증권가에서는 앞으로 은행의 조달경쟁력이 핵심 경쟁력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최정욱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시중금리 급등으로 은행 조달에 상당한 변화가 발생했다”며 “조달 환경 악화로 이제는 대출성장을 위해서는 순이자마진(NIM)을 훼손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모바일앱 MAU(월간 활성화 이용자수), 기업고객 충성도 및 시금고.구금고 유치 능력이 저원가성예금 방어력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아울러 수신금리 인상에 따라 대출금리의 상승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과 신용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로 산출된다. 지난 9월 자금이 은행 예·적금으로 몰리자 코픽스는 최근 10년2개월 만의 최고치인 3.4%로 집계됐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