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8%를 돌파하면서 대출자의 이자부담이 늘어나고 있다.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이날 은행채 1년물 기준 6.764~8.064%로 금리 상단이 8%를 넘어섰다. 은행 주담대 금리가 8%를 넘어선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이다.
KB국민은행이나 신한은행의 주담대 금리 역시 최고금리 8%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KB국민은행의 대표 주담대 상품인 ‘KB 주택담보대출’ 최고금리는 전날 기준 7.10%, 신한은행의 ‘신한주택대출’ 최고금리는 7.72%까지 치솟았다.
시중은행 주담대 최고금리가 8%를 넘어선 것은 준거 금리인 은행채 금리가 올라간 영향이다. 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은행채나 자금조달비용 지수 등을 기준으로 금리가 산정된다.
최고 8%를 넘어선 은행 대출금리는 내년 상반기 9%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오는 2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하고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예정이어서 연말까지 은행의 추가 대출금리 인상이 이어질 전망이다.
대출금리 상승으로 소득에서 세금을 내고 나면 빚을 못 갚는 대출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금융감독원 지료에 따르면 대출 평균 금리가 7% 수준이 되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90% 초과 대출자가 12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DSR 90% 초과 대출자는 소득에서 소득세와 건강보험료 등 세금만 내도 원리금을 못 갚는 사람을 의미한다.
이자 증가는 비단 가계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현재(2019년 말~올해 상반기)까지 2년 반 동안 기업대출은 연평균 12.9% 증가했다. 팬데믹 이전 10년간(2009~2019년 말) 기업대출이 연평균 4.1% 증가한 것과 비교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급격히 불어난 기업대출 대부분은 금리인상에 취약한 변동금리 대출이라 우려를 더한다. 올해 9월 기준 대출 잔액 기준으로 72.7%가 변동금리이며, 고정금리 대출은 27.3%에 불과하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 9일 은행장들을 만나 “대출금리 상승으로 취약계층, 기업 등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면서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시장금리가 상승하는 건 불가피하나, 은행들이 금리상승 대응 과정서 우리 경제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없을지 고민해 달라”고 당부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