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비해 현실감이 떨어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작가 개개인의 색채가 주는 매력은 그 이상이다.
DSLR의 보급과 휴대폰 카메라의 진화로 사진 파일이 넘쳐나지만 스타트업 ㈜로맨은 오로지 일러스트를 고집한다.
일러스트가 가진 매력과 장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로맨은 ‘러브’와 ‘맨’의 합성어로 ‘사용자를 사랑하자’는 창업가의 마음이 담겨 있다.
로맨 박찬용 대표는 “로맨은 일러스트 작가의 작품을 전 세계로 판매하고 기업과 기관의 일러스트 마케팅을 돕는 일러스트 B2C 및 B2B 토털 플랫폼으로 ‘일러니즘’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러니즘’은 ‘일러스트의 시대’란 의미로 박 대표가 만든 단어다.
일러스트 매력에 빠져 플랫폼 회사 창업
그는 좋은 회사를 찾기보다 처음부터 뜻인 맞는 좋은 사람들과 좋은 회사를 만들자는 생각에 지난 2019년 10월 창업을 결심했다.
박 대표는 창업 전 서비스 기획 관련 회사에 취업했다. 서비스 기획에 관심이 많았던 박 대표는 직장에 다니면서 공부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보다 나은 서비스를 만들어 사용자를 이롭게 하고 싶다’는 마음에서다.
견문을 넓히고 전문 지식을 쌓기 위해 창업 전 대구에서 서울 등을 오가며 서비스와 데이터 분석 등을 공부했다.
다양한 색감과 영역을 바탕으로 작가 개개인의 색채를 담고 있는 일러스트 작품에 매료된 박 대표는 하이엔드 플랫폼 일러니즘 서비스 개발했다.
로맨은 일러스트 작가의 작품으로 굿즈를 만들어 전 세계로 판매한다. 휴대폰 케이스나 포스터 등 1000여 가지에 이른다.
직접 만들 때도 있지만 일부는 외주를 주기도 한다. 때로는 작가가 만든 것을 위탁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박 대표는 “외주를 줘서 제품의 질이 떨어지면 기계를 직접 사서 제작하기도 한다”며 “사업 초기 투자금이 부담스러웠지만 정부 지원금을 적극 활용했다”고 말했다.
색채 뚜렷한 49명의 일러스트 작가와 손잡다
2020년부터 본격적인 일러니즘 서비스를 출시한 로맨은 현재 49명의 일러스트 작가를 영입했다.
박 대표가 직접 찾아가 작가 본인만의 독보적인 색채가 있는지, 팬덤이 구성되어 있는지 등을 살펴보고 손을 잡았다.
그동안 카피 등의 이슈가 있었는지 기존 영입 작가와 색채가 겹치지는 않는지 등도 꼼꼼하게 따진다.
일러스트 작가들에게도 로맨은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하고 있다.
로맨 사내 변호사가 작가와 기업이 1대 1로 계약할 경우 배급을 주지 않거나 계약서에 너무 넓은 사용 범위를 설정하는 등의 피해를 예방한다.
2019년 2명으로 시작했던 로맨은 현재 10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2021년 2억 8000만 원이던 매출액은 올해 3월 이미 3억 원을 넘었으며, 올해 총 8억 원 정도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창업 후 고속 성장으로 가능성을 인정받으면서 성공 궤도에 올랐지만 로맨 역시 지역의 한계를 실감하고 있다.
박 대표는 “대기업과 기업들이 몰려 있는 수도권과 거리가 있다 보니 네트워크 구축이나 여러 기업들과의 만남, 협업의 기회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온라인 마케팅을 강화하고 내년에는 코로나 사태로 잠시 운영을 중단했던 서울 사무실을 다시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지역에 인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는 그 인재를 품을 곳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스타트업이 정부의 지원에만 기대서는 안 되겠지만 지역 인재들이 지역 기업에서 일할 때 혜택을 주는 프로그램이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대구콘텐츠기업지원센터 지원으로 사업 탄력
로맨은 지난해 콘텐츠 관련 서비스로 사업을 시작하고 지원기관을 찾으면서 대구콘텐츠기업지원센터 만났다.
박 대표는 “대구콘텐츠기업지원센터를 통해 사업화뿐만 아니라 콘텐츠 박람회 참여 지원 등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며 “최근에는 콘텐츠 홍보 마케팅 지원사업에 선정돼 회사 홍보에 더욱 힘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콘텐츠 기업을 꿈꾸는 로맨은 힘찬 도약을 위해 더욱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대구 중구에 건물을 매입해 ‘일러스트 쇼룸’을 열 계획이다.
이 곳에서는 작가들의 일러스트 작품이나 굿즈, 콜라보 작품 등을 선보이고 판매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대구에서도 세계적인 콘텐츠 회사가 나왔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도록 내년에는 글로벌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선진 복지로 신바람 나는 회사 만들려 노력
박 대표는 회사 성장 못지않게 직원들의 복지에도 관심이 많다.
수요일 조기 퇴근 제도를 도입했으며, 1년 이상 근무한 직원에게는 헬스나 테니스 이용권 등을 지원한다.
그리고 직원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부 지원 사업도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직원들의 전세 자금 지원을 위해 지속적으로 예산을 적립 중이다.
박 대표는 “작은 혜택이라도 당장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즉각 도입하면서 시간이 걸릴 수 있는 미래의 직원 복지 도입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며 “내가 부끄러워서라도 반드시 실천하려고 직원들에게 미래의 복지를 약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는 세계적인 콘텐츠 기업.
이것이 대구에 둥지를 틀고 ‘일러니즘’을 활짝 열고 있는 좋은 회사 ‘로맨’이 꿈꾸는 미래다.
대구=최태욱 기자 tasigi72@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