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치아노 파바로티, 스티브잡스 등 유명인들이 이 암으로 생명을 잃었습니다. 오늘날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암이 췌장암이 아닐까 싶습니다.”
17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개최된 11월 세계 췌장암의 달 기념행사 ‘췌장암 완치율 10년 내 두배로’ 다짐 캠페인에서 홍혜걸 의학채널 비온뒤 대표는 췌장암의 예방과 치료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국내 인구가 고령화하면서 췌장암의 발생도 서서히 증가하고 있다. 췌장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13%에 머물러, 폐암(34%)이나 간암(37%)과 비교해 매우 낮다. 이에 환자들 사이에서는 ‘증상이 느껴지면 이미 늦었다’, ‘완치가 불가능한 암이다’라는 막연한 공포심도 자리잡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많은 환자들이 치료를 포기한다. 지난 2006년도에는 췌장암을 진단받은 환자 가운데 아무 치료도 하지 않은 비율이 45%에 달했다. 이 비율은 현재 30%로 감소했다. 여전히 10명 중 3명이 치료를 포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령별로 보면, 70~79세에서는 31.5%, 69세 이하에서는 10%가 진단 후 아무런 치료를 시도하지 않았다.
국내 간담췌외과 의학계에서는 앞으로 췌장암의 완치율을 10년 새 2배로 높인다는 슬로건을 제시했다. 환자들이 진단 후 좌절감을 느끼며 치료 자체를 단념하는 상황이 더는 없어야 한다는 것이 의사들의 최우선 희망사항이다. 췌장암 치료의 난이도가 높지만, 일단 치료를 시작하면 완치 가능성이 분명 있기 때문이다.
앞서 2013년도부터 2019년도까지 췌장암으로 진단된 환자 중 13.3%가 생존했다. 그런데 수술을 비롯해 항암 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생존율은 44.5%까지 증가했다. 즉, 시도할 수 있는 치료가 있다면, 무엇이든 빠른 시일 내에 시작하는 것이 좋다는 의미다.
진단 능력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췌장은 위와 십이지장 등 다른 장기에 둘러싸여 등과 가까운 몸의 깊숙한 부분에 위치해 있다. 과거에는 췌장에 내시경으로 접근할 수 없었으며, 조직검사도 불가능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초음파 내시경이 등장해 조직검사와 조기 진단도 가능한 기술이 확보됐다.
한성식 국립암센터 간담췌암센터장은 “현재 국내에서 60대, 70대는 여전히 활발히 활동하는 젊은 나이인데, 이때 췌장암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가 10%에서 30%가 된다는 것은 상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할 지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과와 외과에서 췌장암 전문 의료진을 충분히 육성해야 하며, 조기 진단을 위한 프로그램을 비롯해 환자들이 적극적으로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진 대한췌장담도학회 이사장은 “췌장암은 통증이 매우 심한 암인데, 최근에는 스탠트 삽입술이나 신경 차단술로 황달과 간 기능 악화를 줄인다”며 “암으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를 통해 환자들의 고통을 감소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진단과 치료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앞으로 환자들이 시도할 수 있는 치료는 더욱 다양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간담췌외과는 이식 파트를 포함하고 있어 매우 중요하지만, 가장 힘들고 지원도 열악한 분야”라며 “필수의료 부족 문제와 함께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주요 대학병원, 암 환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임상시험 기회 등이 모두 수도권에 집중된 상황”이라며 “국회에서는 암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 치료의 질적 향상 방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김선회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외과학교실 명예교수는 “췌장암 진단을 사형선고처럼 받아들이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며 “치료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췌장암 진단은 절대 사형선고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