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된 결과였다. 영화 ‘헤어질 결심’(감독 박찬욱)이 청룡영화상에서 6관왕을 휩쓸며 올해 칸 영화제에서 시작한 수상 행진을 이어갔다.
25일 오후 8시30분 서울 여의도동 KBS홀에서 배우 김혜수와 유연석의 진행으로 제43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열렸다.
이날 시상식의 주인공은 ‘헤어질 결심’이었다. 13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 이번 시상식 최다 노미네이트된 ‘헤어질 결심’은 작품상부터 감독상, 남녀주연상, 각본상, 음악상, 인기스타상까지 7관왕을 차지했다. 작품상을 수상하러 무대에 오른 ‘헤어질 결심’ 제작사 모호필름의 백지선 대표는 “(박찬욱) 감독님이 지금 미국에서 촬영 중이라 이 자리에 함께하지 못해 많이 아쉬울 것 같다”라며 “여름부터 지금까지 ‘헤결 앓이’를 하고 계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남겼다.
박찬욱 감독은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와 ‘올드보이’에 이어 세 번째로 청룡영화상 감독상을 수상했다. 이날 참석하지 못한 박찬욱 감독의 수상 소감은 희극배우 김신영이 대신 전했다. 김신영은 “저보다 더 먼저 편견을 깨주시고 사람들의 선입견에 방패처럼 제 앞에 서주신 박찬욱 감독님이 ‘소감을 꼭 신영씨가 해줬으면 좋겠어요’라고 해주셔서 제가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로스앤젤레스(LA)에서 촬영하느라 못 가 원통하다”라며 “영화감독이 되어 좋은 점이 하나 있다면, 여러 분야에 재능 있는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많다는 거다. ‘헤어질 결심’에서도 좋은 배우와 스태프를 많이 만났다. 오래 만난 사람도, 새로 만난 사람도 있다. 그분들과 이 영광 함께 나누고 싶다”는 박찬욱 감독의 메시지를 읽었다.
‘헤어질 결심’에서 주인공 장해준과 송서래를 연기한 박해일과 탕웨이는 나란히 주연상을 받았다. 박해일은 박찬욱 감독과 정서경 작가, 탕웨이 등 동료 배우와 스태프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후 “올해 행복한 한 해였다. 이 의미를 언젠가 다시 관객분들께 갚아 드리겠다. 기대해주십시오”라고 소감을 말했다. 탕웨이는 ‘헤어질 결심’ 대본을 소개하며 정서경 작가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어 “배우는 평생 하나의 좋은 시나리오 좋은 캐릭터를 기다리며 산다. 어떤 때는 몇 달, 몇 년, 심지어 몇십년을 기다리기도 한다”라며 “송서래를 만난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남녀조연상은 영화 ‘한산’(감독 김한민)에서 일본 장수 와키자카를 연기한 변요한과 영화 ‘장르만 로맨스’(감독 조은지)에서 미애를 연기한 오나라가 차지했다. 변요한은 “받을 줄 알고 있었다”라는 말로 시작해 “연기가 너무 재밌다. 다시 태어나도 배우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해 박수를 받았다. 반대로 오나라는 “정말 예상 못하고 왔다”라며 “수상이라니 말도 안 되는 일 같다”고 말했다. 이어 조은지 감독이 주문한대로 아무 것도 안 하는 연기를 했다며 “비워낸 공간에 좋은 사람으로 채워진 걸 깨달았다. 청룡이라는 묵직한, 말도 안 되는 게 벌어진 틈새를 완벽히 메워준 것 같다”고 감격해했다.
‘헌트’로 데뷔작을 연출한 배우 겸 감독 이정재는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대리 수상을 하러 무대에 오른 정우성은 영국에서 촬영 중이라는 이정재와 전화 연결을 시도해 소감을 전했다. 이정재는 “‘헌트’가 우리에게도 의미 있는 영화지만, 무대 인사를 5주차까지 하면서 관객분들에게도 의미 있는 영화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라고 관객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헌트’는 편집상과 촬영조명상까지 차지해 3관왕에 올랐다.
신인상은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감독 박동훈) 김동휘와 ‘불도저에 탄 소녀’(감독 박이웅) 김혜윤이 트로피를 받았다. 인기스타상은 ‘헤어질 결심’ 고경표, ‘브로커’ 이지은, ‘공조2: 인터내셔날’ 다니엘 헤니, 임윤아가 수상했다.
<제43회 ‘청룡영화상’ 수상자(작)>
신인남우상 :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김동휘
신인여우상 : ‘불도저에 탄 소녀’ 김혜윤
신인감독상 : ‘헌트’ 이정재
한국영화 최다관객상 : ‘범죄도시2’
각본상 : ‘헤어질 결심’ 정서경, 박찬욱
미술상 : ‘킹메이커’ 한아름
편집상 : ‘헌트’ 김상범
촬영조명상 : ‘헌트’ 이모개, 이성환
기술상 : ‘범죄도시2’ 허명행, 윤성민
음악상 : ‘헤어질 결심’ 조영욱
단편영화상 : ‘새벽 두시에 불을 붙여’ 유종석
인기스타상 : ‘헤어질 결심’ 고경표, ‘브로커’ 이지은, ‘공조2: 인터내셔날’ 다니엘 헤니, 임윤아
남우조연상 : ‘한산’ 변요한
여우조연상 : ‘장르만 로맨스’ 오나라
감독상 : ‘헤어질 결심’ 박찬욱
남우주연상 : ‘헤어질 결심’ 박해일
여우주연상 : ‘헤어질 결심’ 탕웨이
작품상 : ‘헤어질 결심’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