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으로 지난 9월과 10월에는 DB하이텍과 풍산이 물적분할을 추진하다가 소액주주의 적극적인 반발에 결국 분할 계획을 철회했다.
DB하이텍도 사업부 분야별 전문성 강화, 경쟁력 제고를 위해 설계 사업의 분사를 포함해 다양한 전략 방안을 고려해 분사 작업 검토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풍산 측은 공시를 통해 “최근 정부와 관계 당국의 물적분할 관련 제도 개선 추진 및 일반 주주 권익 제고를 위한 주주 보호정책 전개 방향 등을 고려했다”며 “주주 및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겸허히 수용해 분할에 대해 다시 한번 신중한 검토, 논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 CJ ENM도 콘텐츠 제작 부문을 물적 분할하겠다고 발표하고 외부 자문사까지 선임하는 등 준비를 마쳤다가 주주 반발과 정치권의 규제 움직임으로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며 사실상 철회한 바 있다.
SM엔터테인먼트도 주주행동주의에 꼬리를 내렸다. SM엔터테인먼트의 지분 약 1.1%를 보유한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난 3월 열린 SM엔터테인먼트 주주총회에서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개인회사 라이크기획에 대한 주주가치 훼손 문제를 제기하면서 주주들의 지지를 받았다.
SM엔터테인먼트는 이사회에서 추천한 감사 후보자와 사내이사 후보자가 나란히 자진사퇴했다. 얼라인파트너스가 추천한 감사 후보는 81%의 높은 찬성률을 바탕으로 선임됐다.
주주들이 움직이자 기업 지배구조 개선 기대감에 오히려 주가가 오르기도 했다. 지난 9월 서울남부지방법원이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제기한 BYC 이사회 의사록 열람 및 등사 신청을 인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이번 소송은 주주행동주의의 일환으로, 그동안 BYC가 오너 일가와 연관된 특수관계기업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검증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소식이 들려오자 BYC의 주가는 4% 상승을 보였다.
공정가치 적용·상속세율 인하…제도 뒷받침 필요
불공정한 합병 비율 기준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에서는 합병 비율 산정 기준을 공정가치가 아닌 시장가로 규정하고 있어 인위적인 주가 누르기 등 최대 주주에 유리하도록 합병 비율이 산정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자본시장법 시행령에는 기준주가가 자산가치보다 낮을 경우 자산가치로 합병가액을 산정할 수 있는데도, 강행 규정이 아니기 때문에 오너와 경영진들이 이를 악용해 합병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꼬집었다.
업계에서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방안으로 상속세와 증여세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현재 상속세율은 60%로 주가가 오르면 상속세도 가 대주주로선 주가 누르기가 불가피하다. 또한 상속세 납부를 위해 지분을 파는 오너 일가도 있다. 대주주가 가지고 있던 주식을 팔면 주요 주주들도 물량 부담으로 주식을 매도한다. 이에 따라 주가가 내려가면서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KCGI 강성부 대표는 “우리나라 상속·증여세율은 최대 주주 경영권 프리미엄 할증 과세를 고려한다면 최고 60%에 이른다”며 “다른 상속 재산이 없어 상속받는 지분을 물납한다는 가정하에 창업주 자녀의 손에 들어오는 지분은 40%다. 이렇게 되면 경영권과 소유권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상속세 완화가 국제적 추세라고 설명했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9개국은 직계비속에 대한 상속 시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으며, 10개국은 세율을 인하한다”면서 “우리나라도 최고세율을 50%에서 30%로 인하하고, 가업상속공제 적용 대상을 모든 기업으로 확대하는 등 원활한 기업승계를 위해 상속세제의 합리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