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기업이 만든 대구의 첫 아나몰픽 영상
대구 동성로에 있는 테마파크 스파크랜드.
정시가 되면 아무 것도 없던 전광판에서 3D영화의 한 장면처럼 시계와 닭이 나오자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전광판으로 집중된다.
영상이 앞으로 튀어나와 마치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한 모습에 쉽게 눈길을 떼지 못한다.
‘아나몰픽’ 기법으로 대구에 본사를 둔 ㈜와이디자인랩이 제작한 실감미디어 콘텐츠 ‘Time Signal’이란 작품이다.
와이디자인랩 안유학(52) 대표는 지난 2005년 ‘유학필름’이란 개인 회사를 만들었다. 당시에는 웨딩이나 유치원 행사 촬영 등이 주를 이뤘다.
그러던 중 서울 삼성동의 옥외전광판에 ‘웨이브’라는 아나몰픽 기법을 적용한 실감미디어 콘텐츠를 접하고 나서 지난 2020년에 법인 와이디자인랩을 설립했다.
안유학 대표는 “고객의 용역을 받아 진행하는 홍보 영상 제작과 각종 행사의 중계 촬영을 주된 업무로 하다 보니 우리만의 독자적인 콘텐츠가 없는 것이 늘 아쉬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와이디자인랩은 홍보 영상 제작과 함께 실감미디어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제작한다.
안 대표는 “수많은 홍보 매체 중 창의력을 표현하기 가장 좋은 것이 영상이라 생각한다”며 “상상을 영상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굉장히 흥미롭고 재미있는 작업이다. 늘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는 것에 매력을 갖고 시작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감미디어 콘텐츠 불모지 대구에서 도전장
와이디자인랩은 아나몰픽 기법을 적용한 실감미디어 콘텐츠 제작에 주력하고 있다.
아나몰픽 콘텐츠는 착시 현상에 기인한 ‘아나몰픽’이라는 기법을 활용한다.
안 대표는 앞으로 다양한 첨단 기술이 접목된 체험형 실감미디어가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고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와이디자인랩은 지난 2021년 한 화장품 기업의 론칭쇼에서 제품을 소개하는 영상을 만들며 처음으로 아나몰릭 기법을 적용했다.
당시 행사장 영상에 아나몰픽을 적용한 것은 최초였기 때문에 많은 관심과 호응을 얻었다.
이후 올해 8월과 9월에 각각 열린 ‘제3회 군산 섬의 날’ 행사 주제관과 ‘2022 삼성웰스토리 푸드페스타’에서 아나몰픽 영상을 선보였다.
그리고 최근에는 큐브형 LED를 자체 제작해 ‘2022 대구콘텐츠페어’, ‘KMF & KME 2022’에 전시 형태로 아나몰픽 영상을 출품했고, 오는 6일부터 열리는 ‘시그래프 아시아 2022 대구’에서도 부스에 전시할 예정이다.
안 대표는 서울, 부산 등 대도시에서는 쉽게 접할 수 있는 실감미디어 콘텐츠를 대구에서는 볼 수 없다는 것이 늘 안타까웠다.
대구관광재단이 주최한 ‘대구 ICT 디지털콘텐츠 공모전’에서 상을 받은 안 대표는 “서울이나 부산 등에서는 이런 콘텐츠를 시민들이 접하고 경험할 수 있는데 대구에만 없었다. 대구시민들이 이런 콘텐츠도 가깝게 접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실감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했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맨땅에 헤딩하듯 제작한 첫 아나몰픽 영상
처음으로 실감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어려움도 많았다.
지금은 많은 노하우가 생겼지만 첫 아나몰픽 영상을 제작했던 2021년에는 ‘맨땅에 헤딩한다’는 심정이 컸다.
당시에는 아나몰픽 기법을 적용한 실감미디어를 제작할 수 있는 업체가 많지 않았고, 특히 대구에는 전혀 없었다. 회사 내부적으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칠 수밖에 없었다.
안 대표는 “지금은 실감미디어 콘텐츠를 제작사가 많이 늘어났지만, 이마저도 수도권 편중 현상으로 인해 자본과 인력이 대부분 수도권에 몰려 있다”며 “지역 업체라는 선입견과 아나몰픽 콘텐츠 홍보 부족으로 인한 제한적 송출 환경, 제작 전문 인력 수급 등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와이디자인랩 직원들은 명분만 뚜렷하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안 대표의 뚝심 있는 성격이 지금의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고 평가한다.
와이디자인랩 김덕환 총괄책임은 “회사의 수익을 먼저 따지는 사업가이기 전에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쟁이’의 색깔이 더 진한 안 대표의 결단으로 아나몰픽 영상에 도전할 수 있었다”며 “당시에는 장인이 한 땀 한 땀 정성들여 명품을 제작하듯 몇 날 며칠 밤을 새우며 영상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아나몰픽 영상 시장
와이디자인랩은 창업 이후 자체 홍보 영상을 포함, 7편의 아나몰픽 영상을 제작했다.
이 과정에서 대구콘텐츠기업지원센터와의 만남은 큰 도움이 됐다.
안 대표는 “기존의 L자형 전광판에 구현되는 아나몰픽 영상을 다른 형태의 전광판에도 구현할 수 없을까 고민을 하던 중, 큐브형 LED를 구상하게 됐다. 마침 정부 과제사업이 있어 지원하면서 대구콘텐츠기업지원센터를 만나게 됐고, 재정 및 행사 지원 등 여러모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안 대표는 아나몰픽 영상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 웨이브를 시작으로 전 세계적으로 L자형 옥외전광판이 속속들이 생겨나고 있다. 국내에서도 기존의 평면 LED가 L자형으로 바뀌고 있는 추세다. 이는 매우 고무적인데, 송출 환경이 늘어나는 만큼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기회 또한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역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자체 등의 지원도 절실하다.
안 대표는 “실감미디어 콘텐츠의 경우 많은 송출 환경이 곧 노하우의 업그레이드라 할 수 있는데, 이러한 부분에서 수도권과는 다르게 지역적인 한계에 많이 부딪치게 된다”며 “대구콘텐츠기업지원센터나 지자체에서 공익을 위한 홍보용 아나몰픽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실감미디어 콘텐츠 체험형 전시관 개관이 목표
와이디자인랩의 최종 목표는 실감미디어 콘텐츠를 다양하게 활용한 체험형 전시관을 만드는 것이다.
기존의 예술품이나 미술품 전시가 ‘보여주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관점을 바꿔 단순히 전시물 관람에 그치지 않고 미디어와 상호작용하며 전시물을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안 대표는 “체험형 전시관이 탄생하면 ‘관람객’은 ‘체험객’이 되고 거기서 일상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실감미디어 콘텐츠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며 “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실감미디어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와이디자인랩의 최종 목표”라고 밝혔다.
회사를 이끌고 있는 안 대표의 개인적인 꿈도 뚜렷하다. 회사 구성원 모두가 잘 먹고 잘 사는 회사, 직원들이 창의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와이디자인랩은 오늘도 실감미디어 불모지인 대구에서 ‘실감미디어 콘텐츠 선도기업’이란 큰 그림을 그려가고 있다.
대구=최태욱 기자 tasigi72@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