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 장관 상황점검회의를 열었다. 기재부는 “철강, 석유화학 분야의 상황을 점검해 업무개시명령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며 “8일 임시 국무회의에 (업무개시명령을) 상정해 논의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가 2주째 이어지는 가운데 철강·석유화학 등 다른 업종의 운송 차질이 빚어지면서 초강경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철강 업종에서는 전날 기준 평시의 47% 수준, 석유화학 분야에서는 평시 5% 수준에서 출하가 이뤄지고 있다.
이에 일부 석유화학 업체는 이번 주말부터 감산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수 국가산업단지는 GS칼텍스와 LG화학, 여천NCC는 물론 한화솔루션,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 DL케미칼 등이다.
다만 정유 분야는 이번 업무개시명령 대상에서 제외됐다. 정부는 정유 분야도 검토했지만 아직 수급 상황 등 관리가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출하량이 급감한 뒤 주춤하고 있는 철강·석유화학 분야에 대한 조치가 더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유 분야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품절 사태를 빚고 있는 주유소는 전날 기준 81곳(수도권 41, 지방 40곳)으로 파악됐다. 5일(96곳)보다 15곳 줄었다. 정유 출하량은 5일 기준으로 평소의 83% 수준이다.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진 시멘트는 전날 16만6000t이 운송돼 평년 12월 운송량(18만8000t)의 88% 수준을 나타냈다.
이번 총파업이 시작된 뒤 철강과 석유화학·정유 분야 등 산업계 전반에 걸친 운송 차질액은 총 3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추 부총리는 지난 4일 관계부처 장관회의에서 “정유·철강 등 운송차질이 발생한 업종에 대해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위한 제반 준비를 완료했다”며 “면밀한 모니터링을 통해 국가경제위기 우려 때 업무개시명령 발동 절차에 즉각 착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행히도 수출입 컨테이너가 드나드는 전국 항만 물동량은 평시 수준에 근접한 수준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앞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포스코 포항제철소를 찾아 화물차 운행 상황을 점검하며 “전반적으로 운송 복귀가 빠른 속도로 일어나고 있지만, 정상화를 앞당기기 위해선 (추가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해 일선 화물차 기사와 (화물연대) 지도부가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게끔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8일 국무회의에서 업무개시 명령을 재가할 경우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 철강 업종 화물차주는 5900여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정부는 이 중 화물연대 조합원이 30% 정도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시멘트 인력까지 합치면 업무개시명령의 대상 화물차주는 1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