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로 태어난 남자는 쓰레기 더미 속에 산다. 버려진 고물을 조립해 다시 작동시키는 게 그의 일이다. 남자는 기이한 초능력을 지녔다. 몸이 잘리고 장기가 찢겨도 금세 회복하는 재생 능력이다. 남자는 죽지 않는 몸을 가졌지만 흔히 생각하는 영웅의 모습은 아니다. 그는 고독과 외로움에 파묻혔다. 7일 디즈니+에 공개된 드라마 ‘커넥트’ 주인공 하동수(정해인)다.
“동수는 버려진 물건을 자신과 동일시했을 겁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그 물건을 고쳐서 생명을 불어넣죠.” 지난 6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미이케 타카시 감독은 동수를 이렇게 설명했다. 영화 ‘착신아리’ ‘임프린트’ ‘악의 교전’ 등에서 화면을 선혈로 채워온 일본 거장은 의외로 따뜻하고 감성적이었다. 그는 한국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에게 ‘커넥트’ 제작을 제안받아 원작 웹툰을 화면으로 옮겼다. 외신과 온라인에선 “타카시 감독의 완벽한 한국 데뷔”(SCMP)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비주얼”(인스타그램 lux****) 등 호평이 쏟아진다.
이야기는 초능력자 동수와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 오진섭(고경표)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동수는 진섭에게 이식된 자기 눈으로 그의 세상을 본다. 감정이라곤 오직 살의뿐인 세상이다. 동수는 진섭을 잡으려 분투한다. 눈을 되찾겠다는 일념은 어느새 사람들을 구하겠다는 신념으로 변한다. 타카시 감독은 “고독 속에 살던 동수는 자신에게 필요치 않던 능력으로 다른 사람을 돕는다”면서 “누구에게나 콤플렉스는 있다. 그걸 자신감의 땔감으로 쓸 수 있다면 동수처럼 다양한 풍경을 볼 수 있다. 그런 사람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커넥트’를 작업했다”고 말했다.
“동수는 사람들과 자주 소통하지 않지만, 세상과 연결되길 원합니다. 자작곡을 웹사이트에 올리는 이유도 그 때문이지요. 그는 옥상에서 듣는 마을의 소음을 좋아했을 겁니다. 그 소음 속에서 기타를 연주하며, 그는 마음에 떠오른 시를 음악으로 만듭니다. 그 음악이 사람들의 외로움을 위로해주길 바라면서요.” 극 중 동수가 만든 ‘나의 노래’는 배우 정해인이 직접 불렀다. 멜로디와 가사는 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가 만들었다.
다만 타카시 감독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만든 작품은 아니다”라고 했다. 오히려 “작품을 통해 반드시 메시지를 전해야 하는가. 늘 그게 고민”이란다. 그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만들다 보면 자연스레 메시지가 생긴다고 믿는다”며 “진섭 시야에서 보면 ‘커넥트’는 전혀 다른 이야기”라고 짚었다. 사이코패스로 태어난 진섭은 만족을 느끼지 못해 고통스럽다. 속에서 끓는 예술적 욕망을 일명 ‘사체 아트’로 분출한다. 타카시 감독은 “동수와 진섭 모두 세상에 흔적을 남기길 원하지만, 상황과 성향은 정반대”라며 “두 캐릭터를 대비시켜 극적인 효과를 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30여년 간 촬영 현장을 누비며 100편 넘는 영화·드라마를 연출해온 타카시 감독에게도 ‘커넥트’는 도전이었다. 한국 제작진·배우들과 작업한 첫 드라마이자, 웹툰 원작을 드라마화한 첫 작품이다. 글로벌 OTT 채널에 작품을 내놓는 것도 ‘커넥트’가 처음이다. 타카시 감독은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 측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되 이를 강요하지 않았다. 내 역량을 충분히 살릴 만한 환경을 만들어줬다”고 돌아봤다. 타카시 감독 특유의 기괴한 이미지는 ‘커넥트’에서도 빛을 발한다. 그는 “장면을 지배하는 건 캐릭터”라며 “캐릭터가 과격하기에 그런 장면이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일본에서도 OTT는 새로운 매체입니다. 모두 OTT를 의식하고 있죠. 작품을 공개할 창구가 늘었다는 건 감독에겐 좋은 일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커넥트’를 보길 바라는 마음도 물론 크고요. 하지만 세계적으로 흥행하는 작품을 만들겠다는 각오로 작업하진 않았습니다. 내가 만들고 싶은 세계를 꾸준히 그리다 보면, 세상 어딘가에 있는 누군가와는 닿을 거라고 믿으니까요.”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