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전후 그리고 연초까지 주식시장이 상승하는 ‘산타 랠리’가 올해 주식시장에 올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오는 13~14일(현지 시각) 열리는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에 따라 향후 주식시장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산타 랠리는 통상 매년 12월의 마지막 5거래일과 1월의 첫 이틀에 걸쳐 진행된다. 올해는 오는 26일~30일과 다음 달 2~3일이 산타 랠리 기간이다. 1069년 이래 이 기간 동안 S&P500지수는 평균 1.3% 상승했다.
금리인상 속도 조절은 호재
이번 주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와 FOMC 회의 결과가 시장 분위기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14일(현지 시각) FOMC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한다. 한국 시각으로 15일 새벽 4시경 발표된다.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마지막 기준금리를 0.50%p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준이 11월 FOMC에서 속도 조절을 언급했고, 10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대비 7.7% 증가하면서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인 제롬 파월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이른 시점에 금리를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과도한 긴축은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가파른 긴축과 최근 물가 상승률 둔화를 반영해 이번 달에는 금리 인상 폭을 다소 줄이며 속도 조절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금리 인상 속도가 줄어들면 주식시장에 호재로 작용한다.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도 살아나게 돼 증시가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경기침체 이슈로 시장이 밀리고는 있지만 이는 내년 상반기나 돼야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지정학적 이슈나 FOMC 이슈는 이미 시장에 반영됐다. 달러 약세 기조가 이어진다면 산타 랠리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변수
12월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안보다 11월 CPI 수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전날인 13일에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된다. 시장에서 예상하는 CPI 상승률 컨센서스(전망치)는 전월(7.7%)보다 둔화한 7.3%다.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전월(6.3%)보다 둔화한 6.0%로 예상된다.
CPI 상승률이 시장 컨센서스에 맞으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중립적일 수 있다. 연준의 긴축 속도 조절 명분도 충분해진다. 11월 CPI도 둔화한다면 12월 금리인상 속도뿐만 아니라 내년 금리인상 기대도 누그러뜨릴 것으로 보인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예상하는 수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이벤트 리스크 측면에서는 12월 FOMC보다 11월 CPI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더 낮은 상황”이라면서 “현재 11월 CPI는 헤드라인과 핵심 CPI 모두 전월 대비 0.3%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계절 조정 팩트를 고려하면 이보다 소폭 높은 0.4% 상승 폭까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만약 예상치를 벗어나 0.5% 이상 기록하면 시장에 충격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와 반대로 0.3~0.4%면 중립적 또는 소폭의 안도 랠리를, 0.2% 이하면 주식 시장의 상승이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외인의 시그널…매도세↑
올해 산타 랠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두 달간 6조원 넘게 국내 주식을 순매수하며 코스피를 끌어올렸던 외국인이 이달 들어 약 1조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2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3113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 투자자 역시 14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이 매수에서 매도로 포지션을 전환한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 폭을 결정하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두고 경계 심리가 확산한 영향으로 보인다.
고용 지표와 비제조업(서비스) 구매관리자지수(PMI) 등 각종 미국의 경제 지표가 예상보다 탄탄해 시장에서 긴축에 대한 공포감이 되살아나고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 들어올 때는 연준의 긴축완화 기대감이 형성될 때”라며 “12월 FOMC를 앞두고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어 매도에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12월은 외국인 투자자가 북 클로징(회계연도 장부 결산)을 하는 때라 포지션을 정리해놓고 새해에 다시 매매를 시작하는 시기이기도 하다”며 “올해는 FOMC가 있어서 산타 랠리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계속되고, 중국에서는 시진핑 주석을 향한 퇴임 백지 시위도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봉쇄도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주요국의 체제가 흔들리고 불안해지면 투자심리가 악화해 주식시장이 침체할 가능성이 크다.
산타보다 실적·성장주
산타 랠리가 매년 오는 것은 아니다. 2007년에는 S&P500 지수가 2%p 넘게 빠지기도 했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산타 랠리를 겨냥한 단기 투자보다 실적·성장주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경기침체 가능성을 감안할 때 주식시장 회복의 걸림돌이었던 실질금리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주가 상승 탄력이 주춤해지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반등 폭이 미미했던 성장주가 하락 폭을 만회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좋은 실적을 낸 기업들 역시 주목해야 할 종목이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연말 장세에서 실적주 장세로 넘어가는 시점엔 연말 저점에서 1월까지 강한 상승세를 보인다”면서 “올해 역시 11월부터 이익모멘텀 팩터의 부진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서서히 실적주에 베팅할 시기”라고 내다봤다.
향후 주가가 업황 경기 흐름을 앞서는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불황에도 버틸 수 있는 체력을 가진 업계 대장주들인 삼성전자, 네이버, 포스코홀딩스, 엔씨소프트 등과 미국 전기차 시장의 수혜가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LG화학, LG전자,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이 잠재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