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몰라도 괜찮나요?”
지난 14일 영화 ‘아바타: 물의 길’(감독 제임스 카메론)이 개봉한 뒤 온라인에 쏟아진 질문이다. ‘핑프’(핑거 프린스/프린세스. 궁금한 내용을 직접 조사하지 않고 남에게 묻는 사람)라고? 떽! 전편 ‘아바타’(감독 제임스 카메론)를 보지 않은 관객은 물론, 본 관객도 내심 궁금해할 질문이다. 2009년 ‘아바타’ 개봉 이후 후속이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이 무려 13년. 제아무리 기억력 좋은 관객이라도 ‘아바타’ 주요 설정을 잊어버렸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래서 준비했다. ‘아바타: 물의 길’을 즐기기 위해 반드시 기억해야 할 네 가지. ‘아바타’가 잘 기억나지 않으면, 극장 가기 전 이 기사 앞으로 모이시라.
일단 ‘아바타’ 줄거리부터
서기 2154년. 지구 자원이 바닥을 드러내자 인간은 외계행성 판도라로 눈을 돌린다. 거대기업 RDA를 필두로 판도라에 매립된 자원 언옵타늄을 캐내는 데 사활을 건다. 문제는 판도라에 사는 나비족이다. RDA는 나비족 외형에 인간 의식을 주입한 아바타를 만들어 그들과 교류를 시도한다. 하반신이 마비된 전직 해병대원 제이크 설리(샘 워싱턴)는 죽은 쌍둥이 형을 대신해 아바타 프로젝트에 투입됐다가 점차 나비족에 동화된다. 평화는 짧았다. RDA는 외교로 언옵타늄을 얻을 수 없다고 판단해 나비족과 전쟁을 벌인다. 설리는 나비족 전사로 전투에 나서 죽을 위기를 수없이 넘긴다. 많은 희생을 치른 끝에 전쟁은 나비족 승리로 끝난다.
손가락 개수에 주목하라
판도라 토착민인 나비족은 겉모습부터 인간과 매우 다르다. 키가 3m 이상으로 매우 크고, 푸른 피부와 뾰족한 귀, 긴 꼬리를 가졌다. 뼈에 탄소섬유 성분이 들어있어 신체가 튼튼하고 날렵하다. ‘아바타: 물의 길’을 이해하려면 나비족의 손가락을 눈여겨 보자. 유전자를 조작하지 않은 일명 ‘순혈 나비족’은 손가락이 왼손과 오른손 각각 4개뿐이다. 제이크 설리는 인간과 나비족의 DNA를 섞어 만든 아바타에 본체의 영혼을 옮긴 변이 종족이다. 겉모습은 나비족과 매우 흡사하지만 손가락이 인간처럼 5개씩 있다. 설리가 네이티리(조 샐다나)와 결혼해 얻은 자녀 일부도 열 손가락을 가졌다. 이는 터전을 옮긴 설리 가족이 갈등을 겪는 실마리가 된다.
그레이스 박사는 누구
아바타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인간 과학자 그레이스 어거스틴(시고니 위버). 그레이스는 생전 판도라 식물학책을 썼을 만큼 판도라 생태계에 조예가 깊었고, 아바타를 통해 나비와 활발히 교류했다. 언옵타늄에 눈독들이는 기업과 군대는 이런 그레이스를 눈엣가시로 여겼다. 그레이스가 주장하는 외교로는 자원을 얻기까지 너무 큰 비용이 소요된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나비와 지구인 사이 전쟁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그레이스는 사망했다. 나비들은 그레이스가 숨을 멎기 전 그의 영혼을 아바타로 옮기려 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아바타: 물의 길’에선 그레이스가 거의 등장하지 않지만, 그의 존재감은 여전히 남아 있다. 사진 속 그레이스의 목걸이가 누구 목에 있는지 잘 살펴보자.
다시 나타난 쿼리치 대령
‘아바타’에서 그레이스와 대립하던 대표 인물, 마일스 쿼리치(스티븐 랭) 대령이다. 그는 현역 시절 전쟁통에 상처 하나 입지 않고 살아남았을 만큼 강인한 해병대원이었다. 전역 후에는 언옵타늄을 노리는 RDA에 용병으로 고용됐다. 쿼리치는 나비와 교류하거나 외교활동을 하는 덴 요만큼도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나비족을 “파란 원숭이”라고 부르며 경멸했다. 설리를 첩자 삼아 판도라 행성과 나비의 정보를 캐내려 했으나, 그가 나비 편에 서면서 끝까지 대립했다. 결국 쿼리치가 이끄는 부대는 나비족 삶의 터전이자 정신적 수호지인 영혼의 나무를 파괴하고 그 주변 자원을 약탈하려 전쟁을 벌였다. 쿼리치는 설리와 일대일로 격투하던 중 네이티리가 쏜 독화살 두 방을 가슴에 맞고 숨을 거뒀다. 그레이스처럼 이미 사망한 인물이지만, 독특한 방식으로 등장한다. 슬하에 어린 아들을 뒀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