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연말에 상여금이 지급되면서 소비지출이 늘고, 기업들의 이윤이 증가한 데 따른 것이죠. 주로 주식 시장에서 통용되는 용어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가상화폐 시장에서 산타 랠리가 주목받았습니다.
올해는 산타 랠리가 오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5월 터진 테라-루나사태, 11월 발생한 FTX 파산, 위믹스 상장폐지까지 가상화폐 업계에 사고가 연이어 터지면서 가격 상승은 기대하기 어려운 것으로 예측됩니다.
경제침체 우려로 인한 주식시장 하락도 가상화폐의 가격을 끌어내리고 있는 이유입니다. 가상화폐는 미국 나스닥과 동조화(커플링)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주식시장에서도 연말 산타 랠리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만큼 가상화폐 시장도 어렵다는 것이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가 이른바 ‘빅스텝(0.5%p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이후 나스닥을 비롯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일제히 하락했습니다. 예상했던 빅스텝에 따른 파장보다는 파월 연준 의장을 비롯한 연준위원들의 생각이 아직 경기보다는 ‘물가 잡기’에 있다고 확인하면서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파월 의장이 내년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직후 비트코인의 가격은 1만8000달러 아래로 내렸습니다.
긴축 지속 전망과 경기침체 공포가 맞물리며 투자심리도 다시 위축됐습니다. 가상자산 데이터 제공업체 얼터너티브에 따르면 이날 투자심리를 지수로 표시한 공포·탐욕 지수는 전날보다 2점 내린 29점(공포)으로 나타났습니다. 얼터너티브의 공포·탐욕 지수는 0점으로 갈수록 투자에 대해 비관하는 극도의 공포를 느끼고, 100점에 근접할수록 낙관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전문가들은 1만8000달러선이 올 연말 전에 볼 수 있는 유일한 산타 랠리로 보고 있습니다. FTX 파산으로 500만명 이상이 피해를 볼 것으로 전망되고, 이에 따라 수많은 가상화폐 거래소와 발행회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기 때문입니다.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크립토 시장에 산타가 찾아왔을까요? 지난 2017년 12월에는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명백한 산타 랠리가 있었습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80% 오르면서 개당 2000만원까지 갔습니다.
그러나 2018에는 개당 400만원선까지 밀렸습니다. 2018년 초부터 불거진 패닉셀을 회복하지 못했죠. 2019년 크리스마스 역시 그해 5~6월에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하면서 반등하지 못했습니다. 2년 동안 ‘사탄 랠리’라 펼쳐진 것이죠.
2020년에는 12월 한 달 동안 비트코인 가격이 47% 급등하는 등 산타 랠리를 되찾았습니다. 비트코인은 25일 이후 매수세가 몰리면서 한 달 새 2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코로나19가 본격화되면서 전 세계 중앙은행이 돈을 풀던 시기와 맞물렸죠.
지난해인 2021년에는 1억달러까지 간다는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11월 10일 비트코인 가격이 6만8789.63달러(약 8182만원)로 사상 최고가를 찍으면서 산타 랠리에 대한 희망은 커졌습니다. 그러나 4만5000~5만1000달러(약 5300만~6100만원) 대에서 횡보하면서 산타 랠리 없이 한해를 마감했습니다.
매년 산타 랠리가 오는 것은 아닌 만큼 전문가들은 단기 이벤트에 집중하기보다 시장의 유동성과 과거와 달라진 가상화폐의 영향력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