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미스·미스터트롯’에서 시작된 트로트 맞대결이 금주 베일을 벗는다. TV조선에서 트로트 부흥기를 이끈 서혜진 PD가 MBN에서 선보이는 ‘불타는 트롯맨’이 20일 첫 방송을 앞뒀다. 오는 23일엔 그가 만들었던 ‘미스터트롯’ 새 시즌이 전파를 탄다. 지난 6월 후배 PD들과 함께 TV조선을 퇴사한 서 PD는 외주 제작사 크레아 스튜디오를 설립해 MBN ‘우리들의 쇼10’, ‘우리들의 트로트’ 등을 제작했다. 지난 12일 서울 상암동 크레아 스튜디오 사무실에서 쿠키뉴스와 만난 서 PD는 “‘불타는 트롯맨’은 트로트 오디션의 새 기준점이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연출을 담당하는 이상혁 PD는 “새로운 원석이 가득하다”고 자부했다. 다음은 서 PD, 이 PD와 나눈 일문일답.
Q. 그동안 방송 후 인터뷰하던 것과 다르다. 방송 전 인터뷰를 진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제작발표회나 사전 행사를 절대 하지 않았다. 과거 제작발표회를 딱 한 번 했는데, 바로 망했다. 하하. 이번에는 방송을 시작하는 줄도 모르는 분들이 계셔서 인터뷰하기로 했다. 잘 만든 프로그램이 빨리 알려지길 바란다. 물론, 재밌으면 어련히 볼 거라 생각한다.” (서혜진 PD, 이하 서)
Q. 제작사를 설립하고 또다시 트로트 오디션을 택했다.
“원래 계획이 그랬다. TV조선에 있을 당시 사측과 이견이 있었다. 새로운 그림을 그려야 했다. 기존 프로그램 포맷으로는 승산이 없을 것 같았거든. 여러 복합적인 문제로 인해 제작사를 차려 새 오디션 프로그램을 만들기로 했다.” (서)
Q. 타 장르 오디션은 전혀 계획에 없었나.
“할 예정이다. 내년에 계획한 프로그램들이 있다. 우리가 가장 잘하는 오디션과 리얼리티를 준비했다. 함께 퇴사한 친구들도 그런 프로그램 하던 PD들이다. ‘우리 이혼했어요’를 만든 이국용 PD의 새 프로젝트가 내년 3월 방송 예정이고, 타 장르 오디션을 내년 가을 선뵐 예정이다.” (서)
Q. 오디션 프로그램이 많은 시대다. ‘불타는 트롯맨’은 어떤 차별점을 가졌나.
“‘불타는 트롯맨’은 대형 트롯 오디션의 마지막 시즌이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규모만 다를 뿐 오디션은 조금씩 변화하며 살아남을 것이다. 성인 세대를 겨냥한 오디션 역시 계속 있을 거다. 하지만 트로트 오디션 판을 처음 태동시킨 게 우리니까, 리뉴얼하는 것도 우리 숙제라 생각했다. 멀리 보면 꼭 넘어야 할 산이다. ‘미스터트롯’은 우리가 만든 IP다. 결국 우리와 우리의 싸움이라 생각한다.” (서)
“다른 프로그램과 달리 ‘불타는 트롯맨’은 예심부터 관객이 함께한다. 리액션을 보면 어떤 참가자가 인기를 얻을지 빠르게 알 수 있다.” (이상혁 PD, 이하 이)
Q. ‘불타는 트롯맨’과 ‘미스터트롯’은 어떻게 다른가.
“새로운 제도를 만들었다. 첫 번째론 오픈상금제다. 크레아스튜디오의 제작비에서 출자해 거액 상금을 내걸었다. 상금을 예능적인 장치로 활용하려 한다. 생각보다 녹화 현장에서 반응이 좋아 기대 중이다. 패자부활을 관객이 선택하게 하는 것도 다르다. 떨어진 지원자를 100% 관객 투표로 구제한다. 제작진 의도와 다른 결과가 나와서 흥미로웠다. 두 가지 요소로 완전히 다른 오디션을 만들었다. 새로운 스타는 이런 사람이 돼야 한다는 걸 확실히 보여줄 수 있다.” (서)
Q. 두 프로그램 모두 제2의 임영웅을 만든다고 홍보한다. 그럴 만한 지원자가 있나.
“분명한 확신이 있다. 그러려고 이런 프로그램을 또 하는 거다. 임영웅은 트로트 가수가 오를 수 있는 최고 위치까지 도달한 상징적인 존재다. 상징성이 있으니 그런 수식어를 붙였다. 우리 목표는 다르다. 제2의 임영웅이 아닌 ‘불타는 트롯맨’의 제1대 스타를 만들 생각이다. ‘뉴 트롯맨’ 시대 아닌가. 기존 그림과 다른 결의 스타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거다.” (서)
Q. 가수 심수봉을 비롯해 남진, 주현미, 설운도 등 트로트계 스타를 캐스팅한 비결은 무엇인가.
“‘레전드’로 모실 가수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심수봉 선생님을 계속 초빙하고 싶었지만 연락처가 없었다. 좋은 기회로 선생님 남편과 연락이 닿아 오랜 설득 끝에 출연이 성사됐다. 남진, 주현미, 설운도 선생님 외 조항조, 박현빈, 홍진영 등이 마스터 석에 앉을 예정이다. 핵심은 신구 조화다. 트로트 장르를 존중한다는 생각으로 라인업을 꾸렸다.” (서)
Q. 장윤정, 김성주와 ‘미스터트롯’ 톱 7 등 상징적인 인물들은 ‘미스터트롯’에 잔류했다. 반면 장윤정 남편 도경완은 ‘불타는 트롯맨’ MC다.
“두 분을 못 모신 게 아쉽다. 그분들도 고민이 컸으리라 짐작한다. 우린 새로운 스타를 만들 거다. 우리가 만든 결과물과 ‘불타는 트롯맨’을 굳이 연결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제로 베이스에서 모든 걸 시작했다. 새로운 얼굴이 많다는 게 우리의 강점이다.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간다.” (서)
“더 새롭게 만들겠다는 마음이 커졌다. 도경완은 트로트 장르 이해도가 뛰어나다. 과거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 장윤정 가족 담당 PD여서 친분이 있었다. 도경완에게 MC 자리를 제안했더니 흔쾌히 받아줬다. 의도적이고 전략적인 결정이다(웃음). 심사위원과 격 없이 소통하고 참가자에겐 형처럼 따뜻하게 대한다. 관객과 눈높이가 맞는 좋은 MC다.” (이)
“우리나라 오디션 MC가 몇 없다. 김성주, 신동엽, 전현무 정도다. 도경완이 그 라인업에 이름 올리는 건 그에게도 기회일 거다. KBS1 ‘노래가 좋아’나 개인 유튜브 채널 ‘도장TV’를 꾸준히 한 만큼 트로트에도 일가견이 있다. 듣는 귀가 좋고 리액션이 솔직하다. 기대해도 좋다.” (서)
Q. 비슷한 시기에 대형 트로트 오디션이 두 개나 나온다. 섭외가 어렵진 않았나.
“어려웠다. 우리가 중점에 둔 건 이미 조명받은 트로트 스타가 아닌 원석 발굴이다. 참가자 중 20대 초반 대학생이 꽤 많다. 단순히 트로트를 흉내 내는 게 아니라 트로트를 꾸준히 사랑한 게 느껴진다. MZ 세대 라인업을 탄탄히 구축했다. 아는 얼굴이 적은 건 우리의 강점이다.” (이)
Q. ‘불타는 트롯맨’에 어떤 걸 기대하면 될까.
“새 기준이 필요한 시점이다. 새로운 스타를 만들어 달라. 스타는 시청자가 만든다. 트로트가 지겹다는 반응도 안다. 하지만 지겨우면 시청자가 알아서 외면한다. 새로운 스타도, 팬덤도 생기지 않을 거다. 시장의 판단을 믿고 싶다. 우리는 그냥 열심히 만들 생각이다. 참가자가 좋은 노래를 선정하고 좋은 노래를 할 토양을 만들 예정이다. 참가자가 기량을 잘 발휘한 무대를 생생하게 편집하면 시청자도 좋아할 거라 믿는다. 우린 우리의 감을 믿는다.” (서)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