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한 비대면 시스템으로 고객의 편의성은 높이고 음식점은 인건비를 줄이면서 운영 효율화를 꾀할 수 있다.
그러나 테이블 등의 공간을 차지하고 초기 설치비용과 유지비 등이 부담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단점으로 꼽혔다.
대구의 스타트업 ‘식파마(SicPama)’가 이런 문제를 해결한 서비스를 개발했다.
“위대한 것은 작은 것에서부터”
식파마는 ‘위대한 것은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라틴어 ‘Sic Parvis Magna’에서 따온 이름이다.
서정환(37) 대표는 지난 2020년 봄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제품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코로나19 여파로 귀국했다.
앞날을 고민하던 그는 동생의 권유로 데이터산업진흥원에서 주관하는 청년데이터캠퍼스에 가게 돼 빅데이터와 머신러닝 등을 배웠다.
그리고 식당 프랜차이즈의 POS(판매시점 정보관리시스템) 데이터를 분석하며 재방문 손님, 여럿이서 주문할 때 매출을 증가시키는 조합, 향후 매장의 혼잡도를 연구했다.
그곳에서 지금의 공동 창업자 3명을 만나 이룬 팀 이름이 ‘식파마’다.
서 대표는 “처음부터 창업을 계획한 것은 아니었는데 경진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얻으며 상을 받았다. 우리 팀의 프로젝트 진행 과정을 지켜보던 교수님과 데이터연구소장님이 권유하면서 창업을 결심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후 전국에 흩어져 있던 팀원들은 한의사인 서 대표의 이모부 한의원이 있는 경북 경산으로 모였다.
이모부의 한의원 빈 공간에 사무실을 마련한 팀원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여러 경진대회에 참가하고 거기에서 받은 상금으로 겨울 난방비를 충당했다.
지금의 법인 식파마는 2021년 12월 설립했다. 현재는 공동 창업자 4명을 포함, 10명이 근무하고 있다.
주문·결제는 더 편하게 고객 관리는 더 심층적으로
식파마의 서비스는 테이블에 앉아 모바일로 각자 음식을 주문한 뒤 계산할 수 있고, POS(판매시점 정보관리시스템)로는 어려웠던 고객 개별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주문 결제·고객 관리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이 도입된 음식점이나 카페 등에서는 테이블에 있는 QR코드를 스캔한 뒤 각자 실시간으로 원하는 메뉴를 동시에 주문할 수 있다.
결제 방식도 다양하다. ‘내 것만 결제’, ‘내가 쏠게’, ‘N분의 1’, ‘복불복 결제’ 중 선택하면 된다.
예약을 한 사람이나 결제를 한 사람에게만 쌓이는 포인트도 개인별로 적립된다.
신용카드를 등록할 수도 있고 ‘카카오페이’나 ‘네이버페이’ 등 간편 결제 수단도 활용할 수 있다.
업주 입장에서는 고객의 성별과 연령대는 물론, 방문 횟수와 머문 시간, 맵기 정도 등의 개인 취향 등도 파악할 수 있어 심층적인 CRM(고객관계관리)이 가능하다.
서 대표는 “자주 가는 돈까스 전문점에 내가 어머니, 친구, 동생 등을 데리고 간다면 음식점 사장님 입장에서는 내가 충성 고객이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충성 고객의 성향 등을 파악하고 이들을 위한 이벤트나 재방문을 유도하는 프로모션에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식파마의 주문 결제·고객 관리시스템은 이달 안으로 서울시청 인근 중식당에서 첫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이미 프로토타입과 베타버전을 만들어 400여 명의 사용자를 대상으로 시범운영을 마쳤다.
내년 초에는 본격적인 출시에 앞서 협의를 마친 몇몇 음식점과 카페 등에서도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대구콘텐츠기업지원센터 도움으로 해외 시장도 공략
올해 안으로 싱가포르에 법인을 설립하는 등 해외 시장도 동시에 공략할 계획이다.
서 대표는 “지난달 싱가포르의 한 소상공인 핀테크 회사와 파트너십을 체결했으며, 이르면 내년 2월 중순부터 싱가포르의 유명 레스토랑에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내보다 QR코드 주문과 모바일 결제가 활성화 된 싱가포르 진출은 국내와 해외 시장에서 동시에 가능성을 검증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식파마의 해외 진출에는 대구콘텐츠기업지원센터의 도움이 컸다.
대구콘텐츠기업지원센터의 레벨업 IR 챌린지 프로그램을 통해 싱가포르에서 발표할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서 대표는 “대구콘텐츠기업지원센터와 식파마의 투자기관인 Y&Archer 덕분에 싱가포르를, 또 창업진흥원을 통해 핀란드 헬싱키를 다녀올 수 있었는데, 레벨업 IR에서 투자 발표를 심사하던 심사 역이 자신의 식당 프랜차이즈에 서비스를 도입하고 싶다고 하면서 싱가포르 시장을 검증하게 됐다”며 “아는 사람 한 명 없던 싱가포르에 단 열흘 남짓 있는 동안 현지 핀테크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현지 투자자들을 만나고, 해외 지사 설립까지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속적인 조직 문화가 성공 창업의 열쇠
서 대표는 창업 이후 가장 힘든 점으로 ‘지속적인 조직 문화를 만드는 것’을 꼽았다.
그는 식파마의 행동 가치로 ▲성급한 해결책보다는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자 ▲노커뮤니케이션보다는 열띤 언쟁을 ▲팀원이 동기부여 되고 비전에 같이 참여 하게끔 설득하자 세 가지를 소개했다.
서 대표는 “팀원은 강제로 움직일 수 없다. 팀워크는 몇 번의 워크숍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한 배에 탄 팀원들이 다 같이 한 방향으로 항해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것이 조직 문화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또 “삶이 더 편해지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회사이고, 그 회사를 만드는 것은 사람들이다. 결국 얼마나 창의적이며 효율적으로 협업해 계속 이용하고 싶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 식당 사장님, 직원, 프랜차이즈 임직원, 그리고 손님들이 계속 이용하고 싶은 서비스로 거듭나느냐와 직관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손님은 더욱 편리하게 주문과 결제를, 업주는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기반으로 한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한 식파마의 주문 결제·고객 관리시스템.
국내는 물론, 해외 유명 레스토랑에서 ‘작은 것에서 시작해 위대한 것은 만드는 기업’ 식파마의 로고를 만나는 날이 기대된다.
대구=최태욱 기자 tasigi72@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