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세계를 배경으로 실제 걸그룹 멤버들의 아바타가 경쟁하는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소녀 리버스’가 다음 달 2일 카카오페이지와 유튜브에서 공개된다. 제작진은 27일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프로그램 분위기가) 장난스러워 보여도 그 안에 깊은 감동이 있다”고 말했다.
‘소녀 리버스’는 현직 걸그룹 멤버 30명이 이름과 얼굴을 숨긴 채 가상세계 W에서 경쟁하는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이다. 가수들은 VR(가상현실) 기기로 W에 접속해 자기 캐릭터를 운영한다. 최종 선발된 5명은 새로운 걸그룹을 결성해 활동한다. 방송인 붐, 가수 바다, 댄서 아이키, ‘초통령’ 펭수가 ‘왓쳐’라는 이름의 진행자로 참여한다.
이날 하이라이트 영상을 미리 보니 ‘소녀 리버스’는 ‘부캐’(부 캐릭터) 오디션에 가까웠다. 참가자들이 직접 캐릭터와 세계관을 설계했다는 점이 ‘부캐’ 예능과 비슷하다. 이날 화상으로 취재진을 만난 참가자 도화는 “만화 세계에서 살다가 친구들과 이별했다. 함께 모험을 떠날 친구를 찾으러 ‘소녀 리버스’에 참여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또 다른 참가자 화이자는 공주를 자처해 웃음을 줬다.
프로그램을 총괄 연출하는 조욱형 CP는 “실제 모습을 가린 채 진행한 덕에 캐릭터들이 훨씬 자유롭게 행동한다”고 귀띔했다. 사투리를 쓰거나 예스러운 말투를 사용하는 등 독특한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한다는 설명이다. 캐릭터를 통해 진솔한 속내를 털어놓는 참가자도 있다고 한다. 바다는 “참가자들이 캐릭터에 삶의 일부를 투영한다. 각자 세계관을 들여다보면 현실에서 겪은 아픔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걸 음악으로 승화시키는 모습에 감동 받았다”고 말했다.
화면이 2D 애니메이션에 가까워 다소 조악하고, 실제 인물의 행동이 가상세계에서 완벽하게 구현되지 않는 점은 약점이다. 손수정 PD는 “꿈과 환상에 가까운 캐릭터를 구현하고자 실제 인물과 가까운 3D 캐릭터 대신 2D 캐릭터를 썼다”고 설명했다. 방송 전 캐릭터 구성요소를 만든 크리에이터들과 콘텐츠 제작 및 방송 송출 등 활용 관련 협의를 완료하지 못해 잡음이 나오기도 했다. 지금은 모든 크리에이터와 캐릭터 활용 협의를 마쳤다고 한다.
박진경 CP는 “W는 가상세계지만 현실과 절단된 공간이 아니다. 현실에서 느낄 수 있는 감동이 가상세계에도 존재한다”고 자신했다. 또,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에서 인물들은 가상세계에 접속해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꿈을 실현하거나 한을 푼다”면서 “꿈을 향해 절실하게 나아가는 ‘소녀 리버스’ 참가자들도 그런 영화 같은 울림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