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좋은 수면을 팝니다”… 슬립테크 시장 커진다

“질 좋은 수면을 팝니다”… 슬립테크 시장 커진다

슬립테크 시장, 2026년 321억까지 규모 확대
국내 대기업 투자 활발…스타트업도 글로벌 진출도 속속
“수면 도움 주는 정도…정확한 진단·치료는 병원 방문해야”

기사승인 2022-12-30 07:00:01
올해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2 전경. 당시 슬립테크로 혁신상을 수상한 기업은 17개이며, 슬립테크와 연관된 기업은 약 30개에 달한다. 국내사 중에서도 아워랩, 웰트, 에이슬립, 루플, 메디컬AI, 닉스, 브이티코퍼레이션 등 7개 기업이 참여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질 좋은 수면에 대한 사람들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슬립테크 시장도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은 인원은 모두 70만9233명으로 5년 전인 2016년 49만4915명보다 43.3%나 증가했다. 최근 들어 증가세는 더 가파르게 높아져 2017년 50만 명, 2019년 60만 명을 각각 돌파, 2년 사이 10만 명이 늘어났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동안 수면의 질도 떨어졌다. 지난 10월 삼성전자가 갤럭시워치를 통해 팬데믹 기간 동안 전 세계 사용자 수면 패턴을 분석한 결과, 팬데믹 이전에는 전체 수면 시간의 87.8%가 깊은 수면 상태였지만 팬데믹 이후에는 87.79%만이 깊은 수면 상태를 유지해 수면 효율이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한국은 수면효율이 86.75%로 글로벌 평균보다 낮았다. 

이에 따라 불면증 해소 방법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다만 수면제는 기억력 장애, 주간 졸림증, 섬망 등 부작용이 많고 쉽게 약 복용을 중단할 수 없어, 보다 안전하게 인체에 위험이 없는 방안을 찾는 추세다. 

그 중에서도 인공지능(AI)·플랫폼·의료·뷰티 등을 다양한 분야가 결합한 ‘슬립테크(sleeptech)’가 인기를 끌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츠는 슬립테크 시장 규모가 2021년 150억 달러에서 오는 2026년 321억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높아지는 관심에 따라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도 2017년부터 슬립테크관을 별도로 구비해 내년에도 다양한 제품이 전시될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내년 7월 국제수면건강산업박람회가 4회차를 맞이하는 등 참여 기업이 확대됨에 따라 수면산업 홍보 규모도 커지는 추세다. 

덩달아 국내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기업들의 투자 및 개발 참여도 활발해졌다. 

네이버가 운영하는 엑셀러레이터 네이버 디투스타트업팩토리(D2SF)는 슬립테크 스타트업 ‘프라나큐’에 300만 달러를 투자했다. 프라나큐는 생체신호를 통해 수면 품질을 측정할 수 있는 헬스케어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또한 수면 센싱 알고리즘을 토대로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제작할 예정이다. 현재 2023년 미국 FDA 의료기기 인증을 목표로 기술을 고도화 중이고 주요 타깃은 북미 시장의 병원·헬스케어 기업·원격진료기업 등이다.

LG전자는 수면 진단 전문 기업 에이슬립과 수면 분야 연구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에이슬립은 스마트폰이나 스피커 등 마이크가 설치된 기기로 숨소리를 통해 수면 단계를 측정하고 서비스를 제공한다. LG전자는 관련 기술을 기반으로 각종 제품과 서비스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공개할 계획이다. 고객이 잠이 들면 침실 테이블형 공기청정기가 수면 모드로 전환되고, 에어컨이 최근 수면 기록에 따라 최적 온도를 설정하는 식의 제품들이 개발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양사는 CES 2023에서 LG전자 프리미엄 가전을 활용해 스마트한 침실 환경 데모를 전시할 예정이다.

더불어 지난 11월 아모레퍼시픽도 에이슬립과 손을 잡고 건강식품과 화장품에 수면(睡眠) 연구를 접목하고 슬리핑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업무 협약(MOU)을 맺었다. 초개인화된 첨단 수면 진단을 통해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을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다양한 시도를 통해 수면 시장의 경쟁력을 확보해나갈 예정이다. 이를 통해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아모레퍼시픽만의 수면 연계 제품을 선보여 고객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코웨이와 교원 웰스, SK매직, 바디프랜드는 수면케어 매트리스 제품에 주력하고 있다. 

향후에는 스타트업들의 성장 가능성에 기대가 높다. 한국수면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수면 산업은 지난 10년 사이 5배 이상 확장했다. 2011년 4800억원 규모에서 2015년 2조원, 2021년 3조원으로 추산된다.

일례로 내년 열리는 CES2023에서는 코골이 베개를 선보인 텐마인즈가 제품성을 인정받아 혁신상을 수상할 예정이다. 닉스는 세계 최초로 개발한 수면 유도기 ‘고슬립’의 글로벌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2년 동안 최소 월 7만달러의 규모다. 숙면유도 조명을 개발한 루플은 전세계 7개국에서 수출되고 있으며, 현대백화점그룹에 인수됐던 지누스는 스마트 침대로 미국 온라인 매트리스 시장의 3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의료기기 아닌 전자제품…확실한 치료는 병원에서

다만 시중에 나온 슬립테크 제품 대부분이 전자제품으로써 수면에 도움을 주는 정도이다. 의료기기로 인증받은 제품이 아니라면 수면장애를 정확히 진단하거나 치료할 수 없다. 

따라서 기기 사용, 적당한 운동, 카페인을 피하는 등 생활습관을 바꿨음에도 불면증이 오래가거나 코골이, 이갈이가 심한 경우, 악몽이나 몽유병 등이 지속되는 경우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과 교수는 “수면장애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를 질환으로 인식하고 병원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왜 잠을 못 자는지, 왜 자도 자도 피곤한지, 왜 자면서 자꾸 깨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제대로 된 치료가 가능하다”며 “수면장애는 사람마다 발생 원인과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특정한 증상이나 특징만으로 문제를 진단할 수 없다. 정밀한 검사와 진단을 통한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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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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