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런치플레이션 수혜·캐릭터 빵 열풍
편의점 업계는 올해 인플레이션 수혜를 톡톡히 봤다. 고물가 현상으로 런치플레이션(점심+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나면서 가성비를 고려한 제품들을 속속 내놨다. 간편 도시락을 비롯해 생필품 가격을 대폭 낮춘 초저가 상품을 잇따라 선보였고, PB(자체브랜드) 상품 라인업도 확대했다. 맥주, 와인 등 주류 카테고리도 강화하며 월드컵 시즌 특수를 누리기도 했다.
‘캐릭터 빵’ 열풍도 빼놓을 수 없다. CU의 연세우유 크림빵 시리즈는 출시 8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500만 개를 돌파했다. GS25가 선보인 메이플스토리 빵 시즌1 상품은 누적 판매량 1000만개 이상을 기록했으며, 최근 새로운 시즌2 상품도 내놓았다.
또 이색적이고 다양한 팝업스토어를 선보이며 MZ세대와의 접점도 넓혔다. GS25의 경우 프리미엄 플래그십 매장 ‘도어투성수’에 넥슨의 ‘메이플스토리’와 콜라보한 팝업스토어를, 이마트24는 MZ세대 트렌드에 맞춰 게임을 편의점에 접목한 ‘24BLACK’, ‘미르24’, ‘이마트24 금성점’ 등의 팝업스토어를 열어 호응을 얻었다.
대형마트, 최저가 경쟁·리뉴얼 바람
대형마트는 최저가 경쟁에 열을 올리며 바쁜 한 해를 보냈다. 이마트는 지난 7월 40대 생필품을 경쟁사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는 ‘가격의 끝’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홈플러스는 최저가 보상제를 도입했다.
이같은 초저가 바람은 6000~1만원대 ‘반값치킨’ 흥행으로 인한 오픈런 현상까지 가져왔다. 저가 열풍은 치킨에 이어 가성비 피자와 탕수육, 델리 식품으로 이어졌다.
고객을 오프라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리뉴얼 확대에도 공을 들였다. 이마트는 올해 9개점, 롯데마트가 10개점을 각각 리뉴얼했거나 진행 중에 있다. 홈플러스는 14개 매장을 리뉴얼했다. 리뉴얼을 통해 그로서리 경쟁력을 높이고 특화 매장을 강화했다.
리뉴얼 효과는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잠실점은 지난해 12월 리뉴얼한 뒤 최근 1년 새 매출이 20%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방문객도 15% 증가했다.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은 리뉴얼 후 일 매출 11억 원 돌파라는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롯데마트는 올 초 잠실점을 플래그십 콘셉트의 제타플렉스 매장으로 탈바꿈해 30% 이상의 매출 효과를 봤다.
대형마트의 규제 완화 움직임도 상당한 이슈다. 올해 초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규제개혁 1호 대상으로 꼽으며 관련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하지만 소상공인들의 강력한 반발로 인해 규제완화 논의는 다시 흐지부지됐다.
긴 시간 끝에 중·소 유통업계와 대형마트는 규제 도입 이후 처음으로 상생협약을 체결했고, 이를 토대로 두 업계의 상생은 물론, 대형마트 규제완화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 비껴간 백화점, 중고시장 가세
백화점은 물가 인상과 금리 상승에 따른 소비심리 악화에도 견고한 성장세를 보였다.
백화점은 펜데믹 기간 억눌렸던 ‘보복 소비’가 폭발하며 명품 매출이 증가했고, 엔데믹으로 외부 활동이 늘면서 아웃도어 등 패션 매출이 급증했다. 올해 3분기까지 주요 백화점 3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신장했다.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의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각각 3213억원, 3518억원, 2842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24%, 58%, 42% 증가했다.
중고시장에 발을 들이며 파격 변신을 꾀하기도 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9월 신촌점 유플렉스 4층 전체를 세컨드 핸드(중고품) 전문관으로 리뉴얼해 선보였고, 같은달 미아점 1층에는 중고명품 전문 브랜드 ‘럭스 어게인’을 오픈했다.
앞서 롯데쇼핑은 사모펀드(PEF)와 함께 중고나라 지분의 93.9%를 인수했으며, 신세계도 지난 1월 그룹의 벤처캐피털사를 통해 중고거래 앱 번개장터에 820억원을 투자했다.
면세점, 고환율에 적자 ‘시름’
면세점 업계는 고환율로 힘든 한해를 보냈다. 면세점 제품이 국내 판매가 보다 높게 책정되는 역전 현상이 벌어지면서 면세점들은 다양한 할인 정책을 펼치며 고객 유치에 나서기도 했다.
면세점들은 대부분 적자를 기록 중이다. 롯데면세점과 현대면세점은 모두 적자인 상태이며, 신라면세점만 그나마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다시 하늘길이 열리긴 했지만 침체된 관광 수요를 끌어올리기엔 아직 갈길이 멀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면세업계의 큰손으로 불리는 중국 보따리상의 매출 회복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 업황이 정상화되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커머스 IPO 한파에 ‘고심’
이커머스 업계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비대면 특수를 누렸지만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했다.
다만 쿠팡이 올 3분기 영업이익 7742만달러(약 1037억원)를 기록하며 첫 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로켓배송 출시 8년 만에 이룬 성과다.
오아시스마켓도 올해 77억원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두 업체를 제외한 나머지 이커머스 업체들은 3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자금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기업공개(IPO)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컬리와 11번가, SSG닷컴 등은 IPO 시기를 내년으로 연기했다. 오아시스마켓은 예비 심사결과가 나오는 대로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