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도 물가 고공행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주요 먹거리와 생필품 가격이 줄줄이 뛰고 있다. 콜라, 세제, 치약부터 화장품까지 종류 불문하고 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편의점 체감경기는 아직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 업체들은 올해 1월 1일부터 제품 가격 인상에 들어갔다. 남양유업은 21종, 빙그레 21종, 롯데칠성음료 8종, 동원F&B 5종에 대해 가격 인상이 이뤄졌다. 원부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불가피한 가격 인상이라는 업체 설명이다.
주요 품목별로 보면 남양은 맛있는두유 검은콩깨 200㎖ 가격을 1400원에서 1700원으로 21%, 요구르트 제품 이오20에스는 1000원에서 1200원으로 20% 각각 올렸다. 초코에몽·딸기에몽(180㎖)는 1100원에서 1300원으로 18%, 불가리스사과(150㎖)는 1600원에서 1800원으로 인상됐다.
빙그레는 ‘더단백’ 3종 가격을 기존 2500원에서 2900원으로 16% 올렸고, ‘닥터캡슐’ 3종은 1900원에서 2100원으로 약 11% 인상했다. 빙그레의 커피 브랜드인 아카페라 3종은 1800원에서 2000원으로 가격을 올렸다.
롯데칠성음료의 경우 ‘콜드’ 250㎖ 2종과 오가닉 유기농 주스 3종을 각각 1400원에서 1500원으로, ‘델몬트’ 1.0ℓ 3종은 4400원에서 4700원으로 7%씩 뛰었다.
해태제과는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고향만두’ 제품(415g) 가격을 4800원에서 5300원으로 10.4% 인상했다. 동서식품의 쿠키 ‘오레오’도 기존 1900원에서 2000원으로 5.3% 올랐다.
새해부터 잇따르는 가격 인상에 편의점 점주들의 상황도 좋지 못하다. 서울 상암동에서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점주 A씨는 “편의점 운영하는 데 이런저런 어려움이 많다. 해가 바뀐지 얼마 안됐지만 이번주만 봐도 지난주보다 손님이 줄어든 것 같다”면서 “제품마다 적용되는 가격 인상 폭은 다르나 전반적으로 가격이 다 올랐다. 아직은 얼마 지나지 않아 소비자들의 경우 크게 체감을 못하는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물가가 오른 건 맞지만 상권에 따라 매출 효과가 다르다는 의견도 있다. 인근의 GS25 점주 B씨도 “음료부터 과자, 담배 등 가격이 안 오른 게 없다”면서도 “이쪽이 오피스 상권이라 젊은 층 소비자가 많은데 구입할 때 가격에 크게 신경을 안쓴다. 오히려 중장년 층이 가격에 더 민감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격이 올라도 몇 백원 차이고, 대부분 필요에 의해 사기 때문에 가격을 보고 물건을 구입하진 않는다”며 “상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아마 다른 지역 점포는 매출 변동이 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점주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부담도 커졌다. 편의점을 방문한 30대 직장인 이 모씨는 “최근 편의점에서 몇가지 물품을 샀는데 터무니 없는 금액이 나와 놀란 경우가 있다. 영수증을 몇 번씩 계산해 보게 되더라”며 “앞으로 물가가 언제까지, 얼마나 오를지 가늠이 안된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또 “더 싸게 살 수 있는 물건이지만 시간, 거리 등을 따져 봤을 때 편의점에서 손쉽게 사는 경우가 훨씬 많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것”이라고 덧붙였다.
편의점 업계는 여러 상황을 고려하면 동네 슈퍼마켓이나 일반 마트보다 편의점이 가격·품질 면에서 더 효율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오히려 1+1 상품이나 할인 행사 품목이 많기 때문에 마트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가격이 저렴한 경우도 더러 있다”면서 “접근성이 좋고 품목도 다양해짐에 따라 특히 젊은 소비자들의 방문은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가속화된 물가 인상 여파는 올해에도 심화될 전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는 5% 넘게 오르며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중에서도 외식 물가는 7.7% 상승하며 30년 만에 가장 높은 오름세를 나타냈고, 가공식품 물가도 7.8% 뛰었다. 지난해 연간 물가 상승률은 2021년의 두 배를 넘어 5%대까지 치솟았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