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피(반체제 청년) 문화가 정점을 찍은 1969년 8월, 미국 뉴욕 베델 평원. 미국 전역에서 몰려든 청년 50만명이 전쟁 반대를 외치며 록 음악에 몸을 맡겼다. 전설로 기록되는 우드스탁 뮤직 앤 아트 페어(이하 우드스탁 페스티벌)다. 자유와 젊음의 상징으로 여겨진 우드스탁 페스티벌이 올해 한국에서 되살아난다. 공연기획사 SGC엔터테인먼트가 우드스탁 벤처스와 IP(지식재산) 계약을 맺고 오는 7월28~30일 경기 포천에서 우드스탁 페스티벌을 연다.
6일 서울 태평로1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만난 김은수 SGC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우드스탁 페스티벌이 미국 외 지역에서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감격에 젖었다. KBS 프로듀서 출신인 김 대표는 “2010년 우드스탁 IP를 취득하려 했으나 무산된 아픔이 있다”며 “올해 한국전쟁 휴전 70주년을 맞아 비무장지대 인근 지역에서 평화를 얘기할 장을 구상하던 중 자유와 평화를 노래한 우드스탁 페스티벌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우드스탁 페스티벌이 추진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공연기획사 우드스탁 코리아가 우드스탁 페스티벌 기획자인 아티 콘펠드와 손잡고 ‘더 파더 오브 우드스탁’을 경기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열려고 했으나, 우드스탁 벤처스와 IP 협상에 실패해 공연이 취소됐다. 김 대표는 당시 경험을 토대로 국내외 변호사들 도움을 받아 지난해 11월 우드스탁 벤처스와 IP 사용 계약을 맺었다. 이번 한국 공연에선 4개 무대에서 국내외 가수 30여팀이 공연을 펼친다.
출연 가수 명단은 오는 6월 공개된다. 김 대표는 “이미 20여팀이 출연을 확정했고 나머지 10여개팀과도 협의 중이다. 다만 어느 팀을 간판 출연자로 놓을지를 두고 우드스탁 벤처스와도 조율하고 있어 당장 명단을 발표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록 밴드뿐 아니라 아이돌 가수들도 출연할 것으로 보인다.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는 “2000년대부터 아이돌 음악이 한국 음악 주요 문법이 됐다. 한국에서 열리는 우드스탁 페스티벌에 아이돌 스타가 나오지 않는다면 이상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이번 우드스탁 페스티벌은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등 한국에서 열리는 다른 페스티벌보다 큰 규모로 열릴 전망이다. 제작 비용만 최소 75억원에서 최대 100억원까지 들 것으로 SGC엔터테인먼트 측은 내다봤다. 김 대표는 “이중 70억원을 이미 확보했고 포천시로부터 개최 허가 공문도 받았다. 공연 부지가 하루 최대 3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곳이라 여타 페스티벌보다 2~5배 많은 관객이 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연장 근처에 한탄천이 흘러 경관도 빼어나다고 김 대표는 자신했다.
임 평론가는 “우드스탁 페스티벌은 1960년대를 상징하는 공연 중 하나다. 음악계가 동경하고 선망하던 우드스탁 페스티벌의 IP를 취득해 한국에서 공연을 연다는 것만으로도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고 짚었다. 페스티벌을 연출하는 김태한 감독은 “행사 취지에 맞게 음악뿐만 아니라 설치 예술, 행위 예술 등 다양한 즐길 거리를 마련해 평화를 기원하는 공연을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