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부담에”…올해 설도 ‘간편식’ 제수용품이 대세

“고물가 부담에”…올해 설도 ‘간편식’ 제수용품이 대세

설 제수용품 평균 29만4388원, 전년비 3.7% ↑
차례상 간소화 추세…간편식·밀키트 활용 높아
“제품 수요 범위 및 메뉴 다양화될 것”

기사승인 2023-01-07 06:00:09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사진=임형택 기자

# 명절 차례상을 준비하는 주부 박 모씨(60)는 다가오는 설에 근심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고물가에 명절 제수용품 가격도 뛰면서 마트나 시장에서 직접 구매하기가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척들과의 모임이 설레기도 하지만 음식 걱정을 안할 수가 없다. 박씨는 “명절마다 시장에서 장을 보고 차례상을 준비하는 게 보통 노동이 아니다. 이제는 설상가상으로 비용 부담까지 겹쳐 걱정이다”며 한숨을 쉬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다가온 민족 대명절 ‘설’. 설 하면 ‘차례상’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치솟는 물가에 명절 차례상 준비에 대한 부담만 커지고 있다. 그동안 못봤던 친척들과의 재회, 명절에 대한 기대감도 이제는 옛말이 돼 버렸다. 이에 실속과 편의를 앞세운 간편식 제수용품으로 소비자들이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8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에 따르면 올해 설 차례상을 차리는 데 드는 비용으로 29만4338원이 필요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지난해 설 물가 1차 조사 때의 28만3923원보다 3.7% 늘어난 수치다. 

협의회는 이달 2∼3일 서울 25개구 내 90개 시장과 유통업체의 설 제수용품 25개 품목에 대한 가격을 조사했다.

유통업태별로는 전통시장의 평균 구매 비용이 24만488원으로 가장 낮았다. 이어 일반슈퍼마켓(24만4763원), 대형마트(28만4818원), 기업형 슈퍼마켓(28만7357원), 백화점(46만8084원) 순이었다. 전통시장에서 구매할 경우 대형마트보다 수산물은 29.5%, 채소·임산물은 26%, 축산물은 19.5% 저렴했다. 다만 과일(0.5%)과 가공식품(15%)은 대형마트가 더 쌌다.

품목별로는 식용유(28%)와 참조기(22.6%), 밀가루(21.6%) 가격이 지난해보다 급등했다. 곶감(-18.5%), 단감(-17.1%), 배(-12.2%) 등은 값이 하락했다.

특히 주요 농·축·수산물의 약 60%는 수입가격이 가파르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청이 이날 발표한 ‘설맞이 농축수산물 수입가격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23일부터 29일까지 농축수산물 79개 품목 중 45개 품목(57%)의 평균 가격이 상승했다.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사진=임형택 기자

농산물의 경우 42개 품목 중 20개 품목이 올랐다. 팥(건조)이 1㎏당 2738원으로 46.7% 올랐고 식용유와 밀가루가 각각 25.6%, 28.1% 상승했다.

축산물은 11개 품목 중 7개 품목 가격이 상승했다. 닭다리 27.8%, 소시지 17.0%, 양고기 12.9% 등이다. 수산물 26개 품목 중에서는 18개 품목이 올랐다. 바지락 65.6%, 명태 29.2%, 연어 21.4% 가격이 급등했다.

이처럼 고공행진하는 설 물가에 상차림 문화도 바뀌고 있다. 명절 차례상에 간편식·밀키트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인크루트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설 차례상 상차림을 간소화하겠다는 응답은 무려 66.7%였다. 이 중에는 간편식 또는 밀키트를 활용하겠다는 답변이 다수 있었다. 응답자의 9.6%는 ‘간편식 또는 밀키트 제품으로만 차릴 것’이라고 했다. 응답자의 46.7%는 ‘직접 만들고 간편식·밀키트도 일부 활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음식 가짓수를 줄일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10.4%였다.

간소화의 이유(복수응답)로는 △가사노동 부담을 덜기 위해서(47.6%)가 가장 많았다. 이어 △고물가 영향으로 재료비 부담(44.0%) △직접 만듦보다 빠르고 효율적(37.6%) 등이 있었다.

인크루트

특히 명절 스트레스 지수가 높다는 응답이 45%였다. 이들 중 △매우 높다(15.4%) △약간 높다(25.1%) △보통(35.0%) △약간 낮다(16.9%) △매우 낮다(7.6%)로 조사됐다.

스트레스 이유로는 명절 비용 지출(21.8%)이 가장 컸다. 이어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으로 적어지는 개인 자유시간(17.3%) △가족 간 의견 다툼(15.2%) △잔소리(12.2%) 등이었다. 예상 지출은 평균 △가족용돈 38만원 △외식 21만원 △교통비 13만원 △차례상 25만원 △선물 40만원이었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해 12월 27~29일 자사 회원 828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는 ±2.63%p이다.

간편식으로 명절 음식을 준비하는 소비자들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재료를 하나씩 사서 직접 요리하는 것보다 간편식이나 밀키트가 더 경제적이고 편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명절 때마다 적전류, 잡채 등 대표적인 간편식 수요는 꾸준히 증가해 왔다. 특히 올해는 고물가로 인해 간편식 수요가 더욱 커질 전망”이라며 “명절 음식뿐만 아니라 국, 반찬 등 제품 수요 범위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각 브랜드마다 검증된 레시피를 통한 차별화로 메뉴 카테고리의 다양화를 도모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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