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힘은 현재에도 유효하다.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감독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경쟁작 사이에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원작에 향수를 느끼는 3040 세대가 흥행을 이끄는 가운데, 영화가 화제를 모으면서 원작 만화를 접하지 않은 신규 관객도 유입 중이다. 하지만 원작 내용을 모른다면 영화 속 이야기가 낯설게 와닿을 수 있다. 강백호·정대만·채치수·송태섭·서태웅이라는 이름은 들어봤어도 이들이 누군지, 이들이 속한 북산고가 어떤 팀인지 모르는 관객이라면 잠시 주목하자. 슬램덩크 ‘알못’(어떤 분야를 상세히 알지 못하는 문외한을 일컫는 신조어)이 궁금해할 영화 속 서사를 원작에 기반해 정리해 봤다. (원작 만화의 주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북산고 농구부는 얼마나 잘하는 팀이야?
북산고 농구부는 전형적인 ‘언더독’이다. 주장 채치수는 뛰어난 기량을 가졌다고 평가받지만, 주전으로 뛸 선수가 부족해 약체로 꼽히던 팀이다. 전국대회 전 발간된 스포츠 잡지에 C등급으로 기재됐을 정도다. 채치수의 넘치는 투지에도 늘 열세였던 북산고는 강백호, 서태웅의 입부와 송태섭, 정대만의 복귀로 완전히 달라진다. 전력을 갖춘 북산고는 지역대회 전통 강호였던 상양고와 해남대 부속고를 맹렬한 기세로 몰아붙이며 각광받기 시작한다. 북산고는 전국대회 진출 후 산왕공고와 만나 새 역사를 쓴다. 주전 선수는 채치수, 정대만, 송태섭, 서태웅, 강백호이며 권준호가 식스맨(기량이 뛰어난 후보 선수)으로 활약한다.
북산고에게 산왕전은 어떤 의미야?
산왕공고는 북산고가 전국대회 32강전에서 만난 상대다. 산왕공고는 매해 전국대회 1위를 거머쥔 고교 농구계 최강팀이다. 전국대회 우승을 목표로 삼던 채치수가 꿈꾸던 결전 상대이기도 하다. 토너먼트로 진행된 전국대회에서 북산고는 산왕공고를 꼭 꺾어야 했다. 산왕공고엔 뛰어난 기량을 가진 선수가 즐비하다. 대표 선수는 정우성이다. 또 다른 실력자인 능남고 소속 선수 윤대협도 그의 천재성을 인정한다. 북산고는 고전 끝에 1점 차로 산왕공고를 꺾고 16강에 진출한다. 영화 속에는 원작에 없던 산왕공고와 정우성의 뒷이야기가 담겼다. 늘 이기기만 하던 정우성은 새로운 경험을 염원한다. 이후 북산고에 패배한 그는 통한의 눈물을 쏟는다.
송태섭과 정대만은 무슨 사이야?
송태섭과 정대만은 적대관계에서 팀 동료로 발전했다. 원작 속 정대만은 중학생 MVP 선수로 장래가 유망했지만, 무릎 부상으로 농구를 포기하고 방황한다. 농구를 사랑했던 그는 타락 후 농구와 관련된 모든 걸 증오한다. 농구부원 송태섭과 싸움을 벌인 것도 농구에 관한 애증에서 비롯됐다. 폭행 후 병원 신세를 지던 송태섭이 퇴원하자, 정대만은 북산고 농구부를 와해시키고자 친구들과 체육관을 습격한다. 그를 바른 길로 이끈 건 우상이던 북산고 농구부 감독 안선생님이다. 회개한 정대만은 3점 슈터로 이름을 떨친다. 송태섭은 빠른 속도로 코트를 휘젓는 ‘넘버 원 가드’로 활약한다. 영화에는 두 사람의 서사가 새로이 담겼다. 어린 시절 형을 잃고 방황하던 송태섭에게 정대만이 농구를 가르쳐주려 한 장면과 탈선한 정대만이 송태섭과 격돌하는 내용이다. 송태섭과 정대만은 안선생님을 존경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고교농구계 명문인 능남고 유명호 감독은 소문난 유망주였던 두 사람을 영입하려 했지만, 이들은 안선생님이 이끄는 북산고에 입학한다.
강백호와 서태웅의 하이파이브 장면이 왜 그렇게 유명한 거야?
강백호와 서태웅은 동료이자 앙숙, 라이벌이다. 강백호는 첫눈에 반한 채소연을 따라 농구부에 들어가지만, 채소연은 서태웅을 짝사랑한다. 단순한 강백호는 연적 서태웅에게 적대감을 숨기지 않는다. 반면 서태웅은 농구 외에는 아무것도 관심 없는 외골수다. 그는 강백호의 도발을 무시하면서도 이따금씩 티격태격 싸운다. 겉보기에는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두 사람은 농구 선수로도 확연히 다른 길을 걸어왔다. 강백호는 경기 규칙조차 모르는 풋내기지만, 뛰어난 운동 신경으로 급격히 성장한다. 반면 서태웅은 일찌감치 주목을 끈 노력형 농구 천재다. 뛰어난 실력을 가졌으나 동료에게 기대지 않고 자기중심적으로 경기에 임한다. 늘 으르렁대던 강백호와 서태웅은 산왕공고와의 경기에서 처음으로 패스를 주고받으며 팀을 승리로 이끈다. 시합 종료 후 두 사람이 나눈 하이파이브는 ‘슬램덩크’ 대표 명장면이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