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인정보 도용 피해가 발생한 지마켓의 미흡한 초기 대처를 놓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늑장 대응’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정부는 엄정처벌 방침을 세웠다.
지마켓이 이번 사태를 단순 개인계정 관리 문제로 규정하며 책임 회피에만 급급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27일 피해자들에 따르면 지마켓에서는 이미 지난 10일부터 19일까지 꾸준히 개인정보 도용 피해가 이어졌다. 두 번에 걸쳐 상품권 정보를 도용당한 사람도 있었다.
피해 사례는 대부분 비슷하다. 중국 IP 접속 사실이 동일하고 비슷한 시기에 동시다발적으로 미사용 상품권이 사용완료 처리된 것이다. 피해자들은 지마켓이 피해 사실을 일찌감치 공지하지 않았다며 도용 사실을 모르는 이들의 2차, 3차 피해를 우려했다.
피해자 A씨는 쿠키뉴스에 “이미 지난 10일부터 (고객센터) 신고가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도 일주일이 지나도록 ‘상품권 도난 경고문’ 같은 알림이 뜨지 않았다”며 “사전에 미리 피해사실을 공지하고, 상품권을 구매한 사람들에 확인하라고 했으면 막을 수 있을 피해를 방치했다. 이런 사실도 모르고 상품권을 구입했고 지마켓이 2차, 3차 피해자를 스스로 만든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초기 대처가 안일했다는 점이다. 피해 파악은 물론 피해 확산 방지를 위한 노력이 없었다는 게 피해자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또다른 피해자 B씨는 “신고가 있었다면 즉시 전체 팝업을 띄우고, 이런 일이 있었다고 경고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아직도 본인 상품권이 도용된지 모르는 지마켓 회원도 수두룩 할 것”이라며 “문제가 된 상품권들이 이 시스템 그대로 판매되고 있었다는 게 놀랍다. 책임을 지게 될 것이 두려워 피해 확산을 방치했고 상황 파악을 위한 의지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지마켓이 문제를 처음 인지했다고 주장하는 시기는 지난 18일 오후 1시로, 이후 아이디와 비밀번호 변경 등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고객센터로 신고된 지 8일 만에 이뤄진 조치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유출 사실을 신고한 날은 19일이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이용자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는 개인정보 분실·도난·유출 사실을 안 때에는 지체 없이 이용자에게 알리고, 보호위원회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문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또 정당한 사유 없이 그 사실을 안 때부터 24시간을 경과해 통지·신고해서는 안 된다.
다만 유출된 개인정보 확산과 추가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접속경로 차단, 취약점 점검·보안, 유출된 정보 삭제 등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에는 그 조치를 한 후에 지체 없이 정보주체에게 알릴 수 있다.
지마켓은 도용 사실을 인지한 후 24시간 내에 관계 기관에 해당사실을 통보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건이 발생한지 8일동안 온라인을 중심으로 유출사실이 알파만파 확산됐고, 자사 고객센터에도 피해 당일부터 피해자들의 신고가 빗발쳤던 부분을 감안할 때 해당 주장을 쉽게 납득하긴 어렵다.
특히 10일부터 18일까지 피해사례가 수차례에 걸쳐 반복돼 발생하고 있었는데도 접수된 사건 인지는 물론 유출 차단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없었다는 점은 전례가 없는 사태의 심각성을 띠고 있어 정부당국의 강도 높은 조사를 예고하고 있다.
이번 조사를 진행 중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예단하기 어렵지만 지마켓의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고 밝혀질 경우 징계로 이어질 가능성을 언급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관계자는 “아직 조사를 더 해봐야 알 수 있겠지만 안전조치 의무, 내부 관리체계 문제, 정보유출 당시 신고 및 통제 절차 등을 잘 준수했는지 기준과 절차를 들여다볼 것”이라며 “위법사항으로 판단이 될 경우 과태료와 과징금 처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우에 따라 형사 고발까지 갈 수 있기 때문에 업체 주장은 참고로 하되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지마켓 관계자는 “관련기관에서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으로 아직 정확한 사실 관계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기업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현재 피해신고에 대해 적극적인 보상을 실시하고 있고, 재발방지를 위한 초동조치와 추가적인 시스템 보완도 진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