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6일 20대 대통령 선거가 63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두 자릿대에 안착됐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연달아 발표됐다.
기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간 양강 구도에서 안 후보 지지율이 두 자릿대로 올라가면서 대선 구도의 재편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안풍’이 불었다.
이러한 안 후보의 두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던 당시 설 연휴 전후로 제기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배우자 김혜경씨의 과잉 의전과 법인카드 유용 의혹까지 이 후보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당시 이 후보가 이를 타개하기 위한 카드로 꺼낸 것은 합리적 중도·보수인사와의 회동을 통한 외연 확장으로 2022년 2월 6일 밤 서울 광화문의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 사무실을 찾아 80분간 만남을 가진 데 이어 7일 은사이자 보수적 자유주의자로 불리는 이상돈 전 의원과 오찬을 했다. 8일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만난다.
이 후보는 인재와 정책에 있어 진영을 가리지 않는 통합정부가 필요하다며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와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후보와의 연대도 염두한 발언을 하기 시작했다.
당시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CBS 라디오에서 “이 후보나 민주당 선대위의 기본 생각은 정파에 관계없이 통합 정부를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국회에서 총리를 추천하는 ‘책임총리제’ 구상을 밝히면서 “책임총리에 안 후보 혹은 김 후보를 모실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누구를 특정할 수 없지만 정파가 연합하려면 그렇게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에둘러 답변했다. 당 안팎에선 ‘이재명-안철수 연대’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지만 안 후보의 몸값을 올려 야권 후보단일화 움직임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당시 유세 막판 6개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평균 3~4% 앞서 1위를 차지하고 있었고 안철수 후보는 4~6%대까지 한 자리 숫자 지지율로 몰리는 상황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 몰린 안 후보는 막판 TV토론까지 모두 마칠 때까지 윤 후보와 이 후보 사이에서 본인 이득을 위함 셈법을 시작한다.
결국 안 후보는 승산이 더 크다고 계산한 윤 후보와의 단일화를 택하게 된다. 윤 대통령의 핵심 고위관계자는 “당시 대선 마지막 주 여론조사를 보면 모든 조사에서 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평균 3~4%를 앞섰다는 것은 불문율이었고 안철수 후보는 5%에서 심지어 4%대까지 추락 중에 있었다. 36~37%를 달린 1위 후보와 한 자리 수치로 바닥을 헤매는 안 후보와 연대란 말이 과연 맞는 말인가?”라며 생뚱맞은 소리라고 말했다.
그는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후보가 대통령 당선 후 안 전 후보에게 총리를 맡아달라 제안하고, 또 경기도 지사를 출마해달라는 제안을 했지만 안 전 후보는 모두 거부해 버렸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 당선인의 배려로 당시 김은혜 의원의 지역구 공천을 주고 사실상 국회의원을 만들어주고 인수위원장을 시켜주었다. 그리고 국민의당 빚도 다 갚아주었다. 그럼에도 안철수는 국정에도 비협조적이었고 내부 총질만 해 왔다. 이런 상황인데 안 의원에게 윤심이 있겠는가? 단일화해서 이득도 없었지만 해줄수 있는 것은 다 해줬고 정산도 끝났다”고 말했다.
그리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안철수 의원이 합당 이전 발생한 국민의당 대여금 이자 변제 문제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안 의원은 “선거법상 이자를 받지 않으면 법에 저촉된다고 한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지난 3일 서울 경동시장 청년몰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대통령과 대선) 단일화를 하면서 저는 제 70억원을 포기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안 의원은 “국민의당 (대선 후보) 시절 대선을 치르기 위해 (개인 돈) 70억원을 썼다, 그리고 (국민의힘과) 합당하는 과정에서 한 푼도 요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2020년 3월쯤 안 의원은 당시 총선을 치르기 위해 개인 돈 약 8억 1000만원을 국민의당에 빌려줬다. 이후 대선 과정에서 윤 대통령과 단일화를 거치며 2022년 4월 국민의당은 국민의힘과 합당했고 국민의힘은 이 부채를 승계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9월 원금에 5개월간 붙은 이자 약 400만원을 더해 약 8억 2000만원을 안 의원에게 갚았으나, 한 달 뒤 안 의원은 이자가 다 변제되지 않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안 의원이 원금을 빌려준 시점인 2020년 3월부터 합당할 때까지인 2022년 4월까지 2년 1개월간의 이자 계산은 빠졌다는 것이다.
윤 대선 후보 당시 고위 관계자는 “안 후보는 당시 윤 후보에게 백기 투항한 것이지 연대가 아니다. 70억원을 보전 받을 길이 막판까지 고민하다 단일화에 뛰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통령실도 지난 5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권주자인 안철수 의원 등의 행보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이날 국회에서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안윤(안철수-윤석열) 연대’라는 표현, 누가 썼나. 그건 정말 잘못된 표현이다. 대통령과 후보가 어떻게 동격이라고 얘기하는 건가”라고 지적했다.
앞서 안 후보가 경쟁자인 김기현 후보의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에 맞서 자신과 윤 대통령의 ‘안윤 연대’를 표방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이진복 수석은 ‘지금 벌어지는 일들은 대통령실의 (당 대표) 선거 개입’이라고 한 안 후보의 이날 SNS 발언에 대해서도 “(안 후보가) 먼저 끌어들였지 않나. 그런 거 하지 말라는 얘기다. ‘윤핵관’이란 표현은 누가 썼나. 참 웃기는 얘긴데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대선 때 썼다. 당원들끼리 그런 표현은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5일 “안철수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호의를 모두 거절했고 거부했다. 이유가 뭔지 알아 봤더니 충격적이었다. 백지신탁을 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래서 총리도 못한다고 장관도 못한다고 했고 청문회 설 자리는 더 더욱이 못 간다고 했다. 그래서 청문회 절차가 없는 인수위원장을 원했고 현재 당대표 자리도 청문회를 서지 않은 자리이기 때문 일 것이다”라고 직격했다.
그는 또 “안 의원은 이태원 사건부터 경찰청장 문제, 이상민 행안부장관 문제까지 그동안 국정에도 비협조적이었고 내부 총질만 해 왔다. 안 의원이 윤핵관을 공격함으로써 대통령을 흔들고 당을 흔들어 보겠다는 전략인데 윤 대통령은 매우 불쾌한 입장일 것이다. 그래서 윤핵관들이 대통령의 마음을 잘 알기 때문에 안은 윤심이 아니라고 말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상황인데 안 의원에게 윤심이 있겠는가? 대통령을 만나 봤다는 것도 대통령 취임이후에는 단 한번도 만난 적이 없다. 대통령이 안 의원의 속을 훤히 꿰뚫고 있는데 윤 대통령을 당대표 경선장에 끌어 들여 이용하려던 인물이 누구인데 이제 와서 대통령이 경선에 개입하느니 마느니 이야기를 하는 것인가? 이런 안 의원을 당원 대의원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안철수 당대표가 되는 순간 당의 분열, 대통령과 정면충돌 그 다음에 야당과 안철수간의 연대. 그런 순서로 정국이 소용돌이 국면으로 빠지면서 국정혼란이 올 것은 불을 보듯 뻔한 것 아닌가? 솔직히 말해 이런 식이라면 ‘안철수는 안중에도 없다’는 것이 윤심 아니겠나?”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또 “연초부터 경제를 살리려 동분서주하며 300억 달러를 유치한 윤 대통령을 이런 식으로 어깃장 놓는 안철수 의원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윤 대통령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분명히 말하지만 대통령은 1호 당원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