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국 어디서나 1시간 이내에 응급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응급의료체계를 확립해 나가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8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2023~2027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에 대한 공청회를 열었다. 이번 공청회는 향후 5년간 응급의료 정책 추진 전략과 중점 과제에 대해 전문가와 국민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기본계획에 반영하고자 마련됐다.
이번 계획안에는 최종치료 기능을 포함한 응급의료 전달체계 개편, 병원 간 연계·협력 강화, 지역별 상황을 반영한 응급이송체계 마련 등 내용이 담겼다.
오는 2027년까지 △중증응급환자 적정 시간 내 최종치료기관 도착률 49.6%→60% △대국민 응급의료 서비스 만족도 54.9%→60% △중증응급환자 병원 내 사망률 6.2%→5.1%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률 15.2%→10% △지역응급 의료체계 평가 실시 등 목표를 이룰 것으로 기대했다.
중증응급환자 1시간 내 진료 가능하도록 인프라 확충
응급의료센터 진료역량 강화와 인프라 확충을 통해 응급의료 접근성을 강화한다. 특히 전국 40개소인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중증응급의료센터로 개편해 50~60개소까지 확충할 방침이다. 뇌출혈, 중증외상 등 급성기 치료가 사망 위험에 밀접한 영향을 주는 중증응급질환 최종치료가 가능하도록 개편해 전국 어디서든 1시간 안에 진료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질환별 수술 등 최종치료 기능을 포함해 응급 중증도를 기준으로 응급의료 전달체계를 개편할 계획이다. 응급환자가 응급처치 후 최종치료까지 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지역 내 병원 간 순환당직제 및 전원 조정을 강화하고, 공공정책수가도 도입한다.
취약지의 응급의료체계도 개선한다. 응급처치·진단 후 중증응급의료센터로 신속히 이송하도록 취약지 응급의료센터의 기능을 정립한다. 취약지의 부족한 의료인력 지원을 위해 응급의학 전문의로 구성된 팀의 순환근무 등 현장 의견을 반영한 모형도 마련한다.
응급실 폭력 예방을 위한 대책도 내놨다. 보안인력 확대, 감염병 유행 시 탄력적 대응을 위한 격리병상 확충 등을 통해 안전한 응급진료 환경을 조성한다.
응급환자 이송 체계 개편… CPR 교육도 강화
응급상황이 발생한 현장부터 병원으로의 이송 단계까지 이송서비스 품질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그간 응급의료 단계별 전달체계의 분절로 인해 연속성 있는 서비스 제공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병원에서 수용을 거부해 적정 병원으로의 이송이 어렵거나 구급대원이 제공할 수 있는 응급처치가 제한적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응급의료 전용헬기(닥터헬기)를 확충해 취약지 이송을 개선할 계획이다. 응급구조사 업무 범위도 확대해 처치를 적시에 제공하고 지역 맞춤형 이송 지침을 마련할 방침이다.
일반 국민의 응급상황 대응을 위한 지원도 늘린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응급실 이용 필요 여부나 방문 가능한 응급실 선택 등 의사결정에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다. 또한 심폐소생술 방법(PCR)이나 자동심장충격기(AED) 위치를 모르거나 사후 책임 소지에 대한 우려로 응급처치 실시율이 저조했다.
문제를 개선하고자 통증, 발열 등 주요 응급증상별 의심 질환 정보와 적정 이용 병원을 안내하도록 온라인 포털과 연계할 계획이다. 심폐소생술 의무 교육 대상을 확대하고 AED 설치를 늘릴 예정이다. 선의의 응급의료행위에 대한 면책범위도 확대한다.
소아·심뇌혈관 등 분야별 전문성 강화… DMAT 내실화 추진
중증외상, 심뇌혈관질환, 정신응급질환, 소아응급질환 등 분야별 전문진료센터의 전문성을 강화한다. 이 센터는 중증응급의료센터 중에서만 지정되도록 해 응급실과 후속진료 간 연계를 강화한다.
또한 △성과 중심 권역외상센터 운영모델 마련 △권역심뇌혈관센터를 전문치료 역량 중심으로 재지정 및 전문의로 구성된 네트워크 팀 구성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 운영을 확대하는 등 전문 대응 역량을 개선한다.
특히 소아응급 진료체계도 개선한다. 소아응급환자 진료실적을 응급의료기관 평가에 반영하는 등 소아응급 진료 의무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한다.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달빛어린이병원과 같은 야간·휴일 소아환자 진료 제공 기관을 확충한다.
10.29 이태원 참사 대응과 관련해 현장에서 제언된 개선점도 반영한다. △재난 사전예방을 위한 지역별 재난의료협의체 구성 △신속한 초동대응을 위한 관계기관 간 정보공유, 의사소통 체계 개선 △재난의료지원팀(DMAT)과 소방·보건소 등 관계기관 간 합동훈련 내실화, DMAT 활동 여건 개선 등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다.
아울러 지역 및 중앙정부의 응급의료 정책추진 기반도 강화한다. △지방정부의 정책기반 강화 및 지역 단위 응급의료체계 평가 도입 검토 △중앙응급의료센터 기능 강화 △응급의료 종합상황판을 이용자별 정보 제공 플랫폼으로 전면 개편 등 응급의료 정보체계를 선진화한다.
오는 3월경 최종안 발표… “현장과 괴리감 있다” 지적도
복지부는 이날 공청회에서 제기된 의견을 반영해 기본계획을 보완하고, 관계부처와의 협의 및 중앙응급의료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기본계획을 오는 3월경 확정·발표할 계획이다.
박향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그간 응급의료에 대한 투자 확대 등을 통해 응급실의 역량은 상당히 개선됐다”며 “의료환경 변화 및 필수의료에 대한 높은 국민적 관심을 반영해 서비스의 수준을 한 단계 재도약하는 것이 이번 기본계획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공청회에서 논의되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최종안을 수립하겠다”며 “새 정부의 국정과제 및 필수의료 지원 대책과 발맞춰 향후 5년간 응급의료 기반을 강화할 수 있도록 내실 있는 계획을 수립·이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계획을 두고 현장과의 괴리감이 있다며 보완해야 할 점을 제언했다. 도착 내 치료율보다는 수용률이나 최종치료에 더 중점을 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김원영 대한응급의학회 정책이사는 “현장과 다소 괴리감이 있다. 시간 내 응급환자가 최종치료까지 진료를 받아야 하는 것을 부인하려는 것은 아니다”며 “그러나 중증 응급환자가 적정 시간 내 도착해 치료를 받는 것 보다 적정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한 질환도 있다. 중증환자 수용률이나 최종치료율 등을 모니터링하는 방안도 제안한다”고 말했다.
송경준 대한응급의료지도의사협의회 이사장은 “이송 인프라와 관련해 이송 간 발생하는 처치와 소요되는 장비, 자원, 소모품에 관한 보상체계도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며 “현재 민간 이송업자들 가운데 환자가 호흡기 증상이 있어 보호복을 착용한 경우 환자에게 직접 이 비용을 청구하는 불법적인 사례도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응급처치에 대해 보상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줬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