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의 업무 범위 규정, 처우 개선 등 내용이 담긴 ‘간호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건너뛰고 국회 본회의로 직행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9일 전체회의를 열고 간호법 등 법제사법위원회 장기 미처리 법안 7건에 대한 본회의 부의 여부에 대해 표결한 결과 모두 가결됐다. 간호법은 재적 인원 24명 중 찬성 17명, 반대 6명, 무효 1명이었다.
△간호법안 대안 △의사면허취소법(의료법 개정안) △감염병 예방법 △건강보험법 개정안 △노인복지법 △장애인복지법 △장애인아동복지지원법 등이 본회의로 직회부 될 전망이다.
국회법 제86조 3항인 ‘안건신속처리제도’에 따른 표결이다. 법사위가 60일간 이유 없는 심사를 마치지 않을 경우 간사 간 협의 또는 무기명 표결을 통해 제정안을 본회의에 부칠 수 있다. 무기명 표결의 경우 해당 상임위 소속 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쟁점이었던 간호법은 현행 의료법에서 간호사의 업무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적정 노동시간 확보 등 간호사의 처우 개선을 명시한 법안이다.
앞서 간호법은 지난해 5월 복지위를 통과한 뒤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에 국회 복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법사위에 간호법, 중범죄자 의사면허취소법 등 7건을 특별한 이유 없이 심사하지 않으면 ‘국회 안건신속처리제도’를 밟겠다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법사위에 보낸 바 있다. 법사위는 지난달 16일 전체회의를 열고 간호법에 대해 심사했지만, ‘위헌 소지’가 있다며 법안심사제2소위에 회부하기로 의결했다.
한편 무기명 표결을 진행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다. 국민의힘 간사인 강기윤 의원은 “법사위에서 오는 22일 법안소위를 열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간호법에 대한 찬반을 떠나 국회의 절차를 지키는 것이 맞지 않나”라며 “자연스러운 절차가 있는데 우리 위원회에 끌고 온다는 건 그야말로 다수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의 폭거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법사위는 업무량도 많고 그에 대한 사정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법사위가 오는 22일에 2소위 개의를 합의했다니 우리가 최소한 그날이라도 한 번 들어주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그것이 타 상임위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야당은 충분히 기다렸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간사인 강훈식 의원은 “복지위 차원에서 법사위 처리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그럼에도 법사위는 법안 무덤이라 불리는 2소위로 회부했다”며 “더이상 기다릴 수 있다는 근거는 가질 수 없다. 법사위에 상임위 중심주의가 무엇인지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석 민주당 의원도 “법사위가 60일 이내 심사해야 한다는 국회법을 위배했고, 동료 의원과 동료 상임위를 능멸했다. 또 법사위에 최소한의 권위를 유지해주려는 복지위의 선의를 무시하고 포기했다고 본다”며 “이번에 처리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