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이 13일부터 주말에서 평일로 전환되면서 찬반 논란이 뜨겁다. 유통업체 간 상생 발전과 쇼핑 편익을 증진시킨다는 측면에서는 찬성하지만 ‘골목상권 죽이기’라는 반대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서다.
의무휴업 규제 논의가 점차 전국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새로운 변화를 맞게 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대구 소재 대규모 점포 17곳, 준대규모 점포 43곳 등 대형마트 총 60곳은 지난 12일 정상 영업하고 월요일인 이날 휴업에 들어갔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이 기존 2·4주 일요일에서 2·4주 월요일로 변경된 데 따른 것이다. 전국 특별시와 광역시 중 의무 휴업일을 평일로 변경한 것은 대구가 처음이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2012년 주말 휴무가 시행된 후 11년 만에 이뤄진 조치다.
이번 규제 완화를 놓고 자영업자들과 시민단체 등은 대부분 반발하고 있다. 마트 노동자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보장받지 못해 결국 피해는 소상공인들 몫이라는 것이다.
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관계자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소상공인들은) 당연히 타격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지역 조례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고 대구에서도 상생안이 딱히 나온 건 없다”면서 “지역별로 개정 움직임이 있으면 반대 의사를 전달하려고 한다. 무엇보다 지역 상인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한 데 민감한 현안이라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변경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13일 논평을 내고 “코로나19 확산 이후 비대면 유통이 대세가 됐지만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율은 10%대에 그치고 있다”며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대책과 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논의는 골목상권 최소한의 안전망이자 마지노선을 무너뜨리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상공인의 생존권과 직결되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이 주변 소상공인 업장에 미치는 과학적 분석이나 구체적 데이터 없이 졸속으로 결정되고 추진된 것에 대해 강력한 우려를 표한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도 이번 대구시의 조치가 우려스럽다는 입장이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팀장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옮기면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지역 경제가 축소될 수 있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마트의 경우 재정적인 여유가 있겠지만 동네 마트나 골목시장 등은 영세하기 때문에 휴업으로 인해 큰 타격을 입게 된다”며 “골목상권에 납품하는 납품업체들의 생계도 위협 받을 수 있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전했다.
경제정의시민실천연합(경실련) 관계자 역시 “대기업 입장, 시민들의 쇼핑 편익 입장에서는 활용하긴 좋겠지만 지역 상생이나 균형 발전, 전통시장 보호같은 측면에선 (이번 규제가) 지양됐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반발에도 소비자들은 대형마트 영업규제 개선을 대체로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6월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대형마트 영업규제에 대해 조사한 결과 규제 효과가 없다는 응답이 48.5%로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그 이유로는 ‘대형마트 규제에도 전통시장, 골목상권이 살아나지 않아서(70.1%)’, ‘의무휴업일에 구매수요가 전통시장, 골목상권이 아닌 다른 채널로 이동해서(53.6%)’, ‘소비자 이용만 불편해져서(44.3%)’ 순이었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경쟁관계가 아니라는 응답도 57%에 달했다. 시장 구도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재편되면서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은 더 이상 경쟁사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당초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는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됐다. 그러나 전통시장 보호라는 취지가 무색하게 실효성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가 대표적인 규제 개혁 과제로 꼽혔지만 소상공인의 반발과 투표수 조작 문제 등이 불거지며 사실상 공중분해됐다.
그럼에도 많은 소비자들이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의 필요성에 동참하자 정부는 소상공인들의 상생을 위한 규제 완화로 방향을 전환했다.
이번 대구시를 기점으로 의무휴업 규제 완화는 앞으로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매장 위치나 입지 등 지역 상권마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획일적인 규제는 좋지 않다”면서도 “대구를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마트 일요일 근무를 두고 여러 논쟁들이 많은데 순환근무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오히려 대형마트 일요일 영업이 마트 내 입점업체나 인근 음식점 중소상공인들에게는 고객을 끌어들이는 플러스 요인이 되기도 한다”고 진단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이번 의무휴업 규제의 경우 광역시 단체로는 대구가 처음인 만큼 향후 유통업의 상생 발전과 대구 시민들의 쇼핑 편의성이 증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