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 소속사 하이브가 제안한 SM엔터테인먼트 이사 후보 명단이 16일 공개됐다. 애초 유력 인사로 거론됐던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민희진 어도어 대표 등은 명단에서 빠졌다.
하이브는 SM 사내이사 후보로 이재상 하이브 아메리카 대표, 정진수 하이브 CLO(최고법률책임자), 이진화 하이브 경영기획 실장 등 3명을 지정한 주주제안을 SM에 보냈다고 16일 밝혔다.
이재상 후보는 2021년까지 하이브 CSO(최고전략책임자)를 맡아 회사 중장기 사업전략과 투자, 기업공개 업무를 봤다. 같은 해 이타카 홀딩스 인수를 총괄하고, 이후 하이브 한국 본사와 하이브 아메리카 사업 연계 및 통합 실무를 지휘했다.
정진수 후보는 한국과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가진 회사법 전문가다. 이진화 후보는 다양한 지식재산(IP)·콘텐츠 기업에서 핵심성과지표 및 재무성과 관리, 거래구조 효율화, 컴플라이언스 업무를 했다.
사외이사 후보로는 강남규 법무법인 가온 대표변호사, 홍순만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임대웅 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 한국대표가 올랐다.
하이브는 “크레이에티브(창작) 분야 이사 후보자는 추천하지 않았다. SM 고유 색채를 존중하고, 이를 지속해서 발전시킴과 동시에 내부에서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미래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의지에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가요계에선 방 의장과 SM 출신 민 대표 등이 사내이사 후보 명단에 오를 거라는 관측이 나왔으나, 박지원 하이브 CEO(최고경영자)는 사내 설명회에서 “이들은 너무 바쁘다”며 소문을 부인하는 취지로 말했다.
아울러 하이브는 주주제안서를 통해 정관 변경도 제안했다. 변경안엔 △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 △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보상위원회, 거버넌스위원회 설치 △ 배임 혹은 횡령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인사의 이사 제외 △ 준법지원인 제도 명문화 △ 전자투표제 도입 등이 담겼다.
이번 주주제안은 하이브가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 지분을 취득할 당시 맺은 계약에 따라 하이브 지정 인사가 담긴 주주제안서를 이 전 총괄이 제출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이 전 총괄은 주주제안서에서 “SM을 가장 모범적인 지배구조가 실현되는 기업으로 도약하게 하고, 주주 권익을 최우선하는 것이 나의 책임을 다하는 자세”라며 “SM의 중장기적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정관 등이 선진적으로 정비돼야 한다. 나아가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이사회 구성원들에게 회사 경영을 맡겨 회사 경영의 전문성과 의사 결정의 투명성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M 현 경영진은 다음 달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3명, 기타비상무이사 1명으로 개편하겠다고 예고했다. 기타비상무이사로는 얼라인파트너스의 이창환 대표를 추천하겠다고 일찌감치 밝혔다. 이성수·탁영준 SM 공동대표이사는 다음 달 임기가 끝나지만, 연임에 도전할 가능성도 있다. 두 사람은 아직 연임 계획을 밝히진 않았다.
SM 새 경영진은 이번 주총에서 현 경영진과 하이브의 표 대결로 판가름 날 전망이다. 하이브는 지분 확보를 위해 소액주주를 상대로 지분 공개 매수를 진행한다. 다만 전날 SM 주가가 하이브 측이 제시한 가격(주당 12만원)을 추월하면서 하이브의 SM 인수도 불투명해졌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