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인 비난 아닌 경영구조 개선 위한 것”
“최대주주 갈아치우려는 경영권 분쟁 상황 만든 시도”
내분을 벌이던 SM엔터테인먼트와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가 법정에서 처음으로 맞붙었다. 양측은 이번 사건을 경영 판단에 의한 의견 대립과 경영권 분쟁으로 각각 정의하며 날 선 대립을 이어갔다.
22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송파동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SM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에 대한 가처분 1차 심문 기일이 속행됐다. 재판에는 이 전 총괄 법률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화우와 SM 법률 대리인 법무법인 광장 측 변호사들이 자리해 공방을 벌였다.
앞서 이 전 총괄은 지난 8일 SM이 카카오에게 제3자 배정 방식으로 1119억원 상당의 신주와 1052억원 상당의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게 위법하다는 취지로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후 하이브와 손잡고 지분 14.8%를 넘겨 하이브와 카카오의 대결구도를 만들었다.
양측은 이번 사태가 경영권을 두고 다투는 것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며 대립각을 세웠다. 이 전 총괄 측은 현 경영진이 카카오 등 외부 세력과 결탁해 이 전 총괄에게 경영권을 찬탈하려 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신주발행의 위법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반면 SM 측은 경영 구조 개편을 이유로 내세웠다.
“신주·전환사채 발행, 카카오에 경영권 넘기려는 포석”
이 전 총괄 측은 신주를 발행할 때 기존 주주에게 신주를 우선 발행할 것을 규정한 상법 418조에 근거해 맹공을 펼쳤다. 지배관계와 영향력에 변동이 생길 동기가 의심되면 위법하다는 취지다. 이 전 총괄 측은 “채무자(SM)는 합리적인 정당성을 내세우지 않고 채권자(이 전 총괄)의 과거 경영을 지적하고 사건에 선악대결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영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특단 조치였다는 SM 측 입장을 반박한 것이다.
이 전 총괄 측은 이번 사안이 전례 없는 구도임을 분명히 했다. 이승용 화우 변호사는 “카카오가 지분 9.05%를 확보하면 2대 주주로 등극한다. 기존 주주가 선임한 현 경영진이, 기존 주주를 배제한 채 카카오와 얼라인파트너스 등 제3자와 결탁해 이를 바꾸려 한 것”이라면서 “편법적으로 주주 지위를 취득하는 건 온당치 못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카카오가 임원을 결정할 수 있다는 계약 약정을 언급하며 “향후 카카오가 경영권을 인수하게 하려는 포석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건전한 경영 판단, 특정인 몰아내려는 의도 아냐… 위법성 無”
SM 측은 신주 및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게 합당한 행위였다고 맞섰다. 기존 이 전 총괄이 수행하던 1인 프로듀서 체계로 인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저하돼 성장 역시 둔화됐다는 게 근거다. SM 측은 “비정상적인 1인 프로듀싱 체제로 인해 채권자가 부당한 영업이익을 수취했고, 이는 생산 효율 저하로 이어졌다”면서 “채무자가 SM 3.0 전략을 발표하고 신주 및 전환사채를 발행키로 하자 채권자가 이를 경영권 분쟁으로 규정해 지금에 다다른 것”이라고 규정했다. SM 측은 “현 경영진은 다음달 임기 만료다. 보유 주식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는 수준(0.33%)에 불과하다”며 경영권을 지키려는 행동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카카오가 다음달 주총에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현 경영진과 얼라인파트너스, 카카오가 한 팀인 것도 아니다. 채권자가 막연한 의심을 갖고 언론을 움직여 현 상황을 분쟁으로 몰아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들은 이번 발행이 경영 구조 개선을 위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SM 측은 “건전한 경영 판단을 특정인을 몰아내자는 것으로 호도하면 안 된다”면서 “이번 사건은 경영권 분쟁이 아닌 경영상 판단의 의견 대립으로 봐야 한다. 경영 판단을 적대적 M&A로 몰아가며 되려 시장을 독과점하려는 행위는 옳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카카오에 신주 및 전환사채를 발행한 건 YG·네이버와 하이브·두나무가 이미 진행한 바 있는 자본제휴·연합 행위”라면서 “경쟁사처럼 매해 신인 그룹을 데뷔시켜 수익을 늘리려면 멀티 제작센터와 레이블 증설이 필요하다. 프로듀서와 디렉터 등 성장역량 확보를 위해 카카오 자금 투입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법원, 보존성 여부에 주목
재판부는 추가 질의를 통해 SM이 신주 및 전환사채를 발행해야 할 필요성을 다시 짚었다. SM 측은 “발행 목적 중 하나가 프로듀싱 체제를 바꾸려는 것”이라면서 “1인 프로듀싱이 아닌 멀티 프로듀싱으로 전환할 경우 회사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이 부당하게 흘러가는 걸 간접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카카오 플랫폼의 영향력을 보고 발행을 결정했다고도 부연했다. SM 주장에 이 전 총괄 측은 “이미 하이브와 계약 통해 이 전 총괄은 해외 법인인 CPT 관련 이익을 수취하지 않기로 합의됐다”면서 “기존 문제들은 하이브 인수 이후 해소된다. 과거 잘못을 들어 지배구조를 변경하려는 시도”라고 반박했다.
이 전 총괄 측은 이번 가처분 신청이 보존돼야 할 이유를 묻는 재판부 질의에 “이 사건에서 채권자 권리가 명백히 침해됐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번 사태가 역시 YG, 하이브와 비용 규모가 다르다고 짚으며 “전략 제휴를 한다며 임원 선임권을 보장하는 건 본 사안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이 전 총괄이 K팝 세계화에 기여한 부분이 있다고 강조하며 “멀티 프로듀싱이 좋을 수 있으나 1인 프로듀싱 체제가 이렇게까지 비난받아야 할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 이 같은 답변에 SM 측은 “어느 프로듀싱이 나은 지는 이 법정에서 결론 낼 문제가 아니”라면서 “본질은 경영상 의견대립이다. SM은 경영상 판단을 내렸을 뿐 채권자를 비난할 의도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처분 심리는 발행 납입 기일인 다음달 6일 안에 마무리돼야 한다. 양측은 오는 28일까지 추가 진술과 소명을 마쳐야 한다. 사태 향방은 다음달 초 판가름날 예정이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